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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으로 은행 사라지지 않아...오히려 기회 될 것"

[2022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미첼 골드버그 스위스 바젤대학교 금융혁신센터 박사

조철희 김상희 최성근 | 2022.04.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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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블록체인'이 주목받기 시작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대부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떠올린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형태의 화폐일 뿐 블록체인과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블록체인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는 최근 메타버스(Metaverse)와 NFT(대체불가토큰) 열풍으로 그 폭이 넓어지고 있다. 블록체인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과연 금융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앞으로 블록체인이 기반이 된 가상 자산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발전할까?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스위스 바젤대학교(University of Basel) 금융혁신센터 미첼 골드버그(Mitchell Goldberg) 박사(사진)와 인터뷰를 갖고 그 답을 들어봤다.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블록체인은 기존의 거대 산업에 혼란을 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것이 실제로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 영향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가장 놀라운 점 중 하나는 블록체인이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계층의 자산을 창출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일종의 자산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서로 모르는 이들로 하여금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거래를 하게 해주는 데이터베이스다.

구체적인 산업을 예로 들자면 은행 업계의 경우 처음에는 은행들이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모든 사람들이 자산을 디지털 화폐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은행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돈을 직접 관리할 수 있거나 집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 또는 이더리움을 위한 노드를 설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체적인 키 등 모든 것을 관리하는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나는 은행들이 바로 그런 것들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신뢰하는 '일방향'을 여전히 유지할 수 있고, 뭔가 잘못되면 그들을 찾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이 가진 리스크는 무엇인가.
▶실질적 리스크 중 하나는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키를 관리하는 등의 책임을 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그럴 의향이 없다. 뭔가 잘못되어 키를 잃어버리면,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른다. 전화를 할 회사도 없기 때문이다. 다른 문제는 탈중앙화로 위장한 디파이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것이다. 공공 블록체인이고 '누구나 이 블록체인을 쓸 수 있다'고 쉽게 말하는 것들 중에는 자세히 보면 어딘가에 저장된 중앙집중식 데이터베이스인 경우가 많다. 블록체인의 장점이 모두 있다고 여겨지지만 그것은 그저 개방적인 성격에 누구나 무허가로 사용할 수 있는 중립적인 아키텍처(구조)와 같은 것이다. 결국 하나의 회사가 통제하는 중앙집중식 데이터베이스여서 서버가 종료되면 블록체인도 종료된다.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 자산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블록체인은 새로운 종류의 자산을 창출했다. 이 암호화폐 자산은 기존에 우리가 알던 자산이 가지지 못한 특성을 지닌다. 가상 자산이기 때문에 세계 어디든 보낼 수 있다. 또한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 지갑 안에 넣고 다니는 현금과 비슷하다. 금융 분야의 많은 중개회사들 즉, 은행과 보험 회사들은 사실 자신들이 과거의 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하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은 공개적이고 투명하고 새로운 금융 세계를 위한 아키텍처를 창출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산을 직접 관리하는 책임을 지거나, 하루 종일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누군가에게 대출을 해주거나, 대출을 받거나 하는 등의 과정을 지켜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은 그 분야의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그저 은행에 전화를 걸면, 은행 담당자가 블록체인과 블록체인 상의 스마트 계약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은행들이 이 점을 깨닫기를 바란다. 처음 블록체인에 대해 들었을 때는 은행이 사라지게 될까 걱정했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암호화폐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면서 블록체인을 장려하고 있다. 탈중앙화 금융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두려워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은행에서 관련 상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결국은 은행들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민간 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이에 마찰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가.
▶마찰이 예상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미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를 사용해 왔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는 그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다. 요즘은 그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다. CBDC는 가격 안정성이 있어서 하루 이틀 후의 가치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에는 그런 안전성이 전혀 없고 가격 변동성도 매우 크다. 따라서 이 두 가지의 디지털화폐는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 사람들이 디지털 자산을 쓰는 방식이 달라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