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러-우 전쟁 후 '신냉전체제'…"자원의 무기화 심화할 것"

[2022 키플랫폼]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시나리오 발표

임소연 | 2022.04.28 12:28

image
최준영 지구본연구소/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이 28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2022 키플랫폼'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 이후 : 축의 대이동'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면 국제질서는 서로 갈등과 대립을 반복하는 '신냉전체제'를 형성할 수 있다."

최준영 지구본연구소 박사(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2 키플랫폼'(K.E.Y. PLATFORM 2022) 개막총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전쟁이 끝나면 국제질서는 서구 자유민주주의 진영 대 권위주의 국가 연대의 대립구도로 변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박사는 '신냉전체제'가 도래할 시 에너지와 식량 공급난이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와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가 맞물려 국제사회 전체에 정치경제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트 '러-우' 전쟁…"신냉전체제 온다"


최 박사는 이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 이후: 축의 대이동'을 주제로 한 글로벌 시나리오 발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세계 각국이 정치적으로 나뉘어 집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분열과 갈등 양상을 빚어온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안보 위기 의식이 고조되면서 하나로 뭉치는 토대가 마련됐다"며 "러시아 안보 위협에 대항해 발트 3국과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도 군비를 확대하는 등 친서방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군비 확장에 소극적이었던 독일이 올해 국방비로 1000억 유로(134조 원)에 이르는 특별 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 오랜 시간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 오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NATO)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최 박사는 "유럽의 군비 확충과 탈러시아 움직임은 많은 비용을 동반하는 만큼 갈등과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서방 국가들의 결집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강한 견제와 압박을 받는 러시아와 중국 간의 협력과 공조가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은 유엔(UN) 총회에서 러시아 규탄 성명 채택 등에서 기권표를 행사했고,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늘리는 등 러시아와의 공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중국은 러-우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양면적일 수 있다"며 "자원 부국인 러시와의 협력 강화는 안정적인 자원 확보는 물론 국제 금융 시장에서 위안화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우군을 얻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대만을 병합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러-우 전쟁 여파로 당분간 감행이 어려워졌다"며 "미국과 일본의 도움을 받아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는 대만을 상대로 상륙전을 감행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러시아 상황을 보면서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의 무기화'에 대한 우려


최 박사는 신냉전체제가 도래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에너지와 식량의 공급난을 꼽았다. 그는 "에너지와 광물, 식량이 신냉전체제 하에서 상대 진영을 압박하는 수단이 되는, 자원의 무기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방이 대러시아 제재를 지속하면서 원자재 공급난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공급하는 천연가스와 석유, 니켈과 알루미늄 같은 에너지와 비철금속 뿐만 아니라 비료와 밀 등 식량자원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유럽의 부유한 국가들은 수입선 대체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겠지만 경제력이 취약한 남·동유럽 국가들은 석탄과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일 것"이라며 "미국이 러시아를 대체할 공급원이 되고자 노력하겠지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의 인플레이션은 미국인들을 힘들게 해 예상치 못한 정치적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또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공급의 29%, 옥수수 공급의 19%를 차지한다"며 "가격은 계속 오르고 공급은 감소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주 대륙의 가뭄과 홍수로 작황이 악화해 경제력이 취약한 빈곤국들에 식량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이는 과거 '아랍의 봄' 같은 정치적 격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0년대 이집트와 예멘 등 아프리카·중동 일대에서는 식량 위기로 인해 시위와 폭동이 일어나 정권이 줄줄이 교체됐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유럽 대륙에서 국가 간 정규전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거나, 러-우 전쟁이 이렇게 오래 지속되리라 생각한 사람은 드물었다"며 "모든 예측이 빗나가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앞으로의 미래가 과거 30년과는 다를 것이며 냉전 이후 협력과 공조로 이뤄지던 평화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유튜브 채널 지구본연구소를 운영하고, 경제 전문 채널 '삼프로TV'에도 출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