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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뻗어가는 진격의 'K-유니콘'…올해가 성장 골든타임

[2022 키플랫폼] 29일 폐막 총회 '진격의 K-유니콘'

김주현 이재은 김인한 김상준 홍순빈 | 2022.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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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덕 키플랫폼 총괄 디렉터,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페리 하 드레이퍼아테나 대표, 로만 박 블랙마운틴벤처스 대표, 김종갑 본투글로벌센터 센터장이 29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2022 키플랫폼'에서 '진격의 K-유니콘 : 본 글로벌 DNA'를 주제로 패널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난 27일 시작해 29일 폐막한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2 키플랫폼'(K.E.Y. PLATFORM 2022)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 육성을 제안했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키플랫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경쟁 등 국제질서 변화 양상을 전망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경제 현안을 점검한데 이어 한국 경제가 대외 리스크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콘퍼런스 마지막 날 열린 폐막총회에선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스타트업 전문가들을 초청해 대한민국 미래 경제와 산업을 이끌 혁신 유니콘 육성을 위한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나눴다.



" 올해는 스타트업 골든타임"…'좀비콘' 되지 않으려면


유니콘 생태계가 성장하면서 전설의 동물처럼 여겨졌던 유니콘 기업들이 더이상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이 아닌 '노멀'로 자리잡았다. 전세계적으로 수백개의 유니콘 기업이 존재하고 유니콘을 넘어선 데카콘(기업 가치 100억 달러 이상), 헥토콘(기업 가치 1000억 달러 이상)까지 등장했다.

조계현 미국 마운틴뷰 스타트업벤쳐포럼 대표는 기조강연에서 "올해는 스타트업 성장 골든타임으로 르네상스를 일으켜야 할 때"라며 "미래 세대를 위해 스타트업 투자 문화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겪는 애로사항으로 자본력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글로벌 뱅크가 없고, 해외 부동산도 없어 해외 자산 규모가 미약하고 구매력이 낮다"고 말했다. 다만 자본보다 더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10년 동안 적자가 나는 사업가가 10년 동안 투자를 받는 이유도 신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유니콘 기업의 탄생이나 성장 그 자체보다는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Exit)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공적으로 회수하지 못하는 유니콘 기업은 결국 '좀비콘'(Zombie+Unicorn)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유 원장은 "회수를 통한 성공적 유니콘 기업, 즉 '엑시콘'(Exit+Unicorn)이 늘어나야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며 "회수에 대한 기대감을 통해 스타트업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고, 활발한 회수로 창업자는 또 다른 스타트업을 연쇄 창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플립, 배신 아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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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이 29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2022 키플랫폼'에서 '유니콘 : 뉴노멀에서 노멀로'를 주제로 기조강연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플립'(Flip·본사 해외 이전)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기업들이 연착륙하기 위한 다양한 조언도 나왔다. 페리 하 드레이퍼아테나 대표는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에너지 근원은 펀딩(자금 조달)"이라며 "플립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미국 진출을 원해서라기 보다는 해외 VC(벤처캐피탈)에서 펀딩을 받기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국내 시장만 잘 알아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며 "현지에서 좋은 인력을 확보하고 그들을 통해 펀딩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종갑 본투글로벌센터장은 "한국에는 플립에 익숙한 전문가들이 많지 않다"며 "플립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는데, 플립은 전략적 도구이지 누구를 버리고 취사선택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플립하는 회사를 욕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도 "스타트업이 글로벌화하는 과정에서 플립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며 "플립한 기업을 배신자로 보는 대신 박수를 쳐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플립을 시도한 회사들은 현실적 어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배신자' 꼬리표가 붙어 이중고를 겪는다는 것이다.



좋은 인재 영입하려면…"스톡옵션 프로그램 잘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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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덕 키플랫폼 총괄 디렉터,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페리 하 드레이퍼아테나 대표, 로만 박 블랙마운틴벤처스 대표, 김종갑 본투글로벌센터 센터장이 29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2022 키플랫폼'에서 '진격의 K-유니콘 : 본 글로벌 DNA'를 주제로 패널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인재 영입 방법 등 스타트업의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들도 쏟아졌다. 로만 박 블랙마운틴벤처스 대표는 한국이 스타트업 열풍을 만들어 가려면 기업 내 스톡옵션 시스템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주식값이 오르면 차익을 볼 수 있게 하는 보상제도다. 이를 통해 최고경영자(CEO)뿐만 아니라 직원도 기업가정신을 가지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스톡옵션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야 좋은 인력을 영입할 수 있다"며 "미국 기업의 직원들은 대다수가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고 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DNA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은 직원들이 작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엑시트(자금회수)하는 경험을 하면서 창업하거나 창업팀에 참여하는 문화가 수십 년간 쌓여왔기 때문"이라며 "이 문화에선 회사의 가치와 나의 가치가 일치하는 지점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인재 고용에 있어서는 지원자에 대한 '레퍼런스 콜'(지원자의 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평판 조회 전화)이 중요하다"며 "지원자 인터뷰보단 레퍼런스 콜을 하는 과정에서 지원자가 충분한 자격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절름발이 스타트업 적잖아" 규제 완화 한목소리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외국 기업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센터장은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만들고 싶다면 더 많은 해외기업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것이 첫 단추"라며 "현재 일정 지분을 한국이 갖고 있어야 하고, 그렇지 못해 외국기업으로 지정되면 지원을 받지 못하는 등의 많은 규제들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새 정부를 향해 규제 완화를 당부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 때문에 '절름발이 스타트업'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새 정부는 국수주의 프레임을 깨고 규제를 없애 스타트업이 글로벌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정부 역할에 대해 "제조업으로의 투자 쏠림 현상을 피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을 만들고, 투기 자본 관련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유연하게 일하는 스타트업 문화가 퍼지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여성 경력 단절, 청년 실업 등의 사회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