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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혼츠 CIPE 책임투자센터 소장이 27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2023 키플랫폼'에서 '정전70주년 한미동맹의 강화와 자유주의 연대의 확장, 그리고 경제적 기회'를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지난달 26~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3 키플랫폼'(K.E.Y. PLATFORM 2023)에 참여한 에릭 혼츠 CIPE(국제사기업센터) 책임투자센터 소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냉전 종식 이후 평화로웠던 시대가 저물면서 새 시대에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혼츠 소장은 '포스트소비에트(탈냉전)' 경제 분야에서 약 20년의 경력을 갖춘 부식성 자본(corrosive capital) 전문가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CIPE의 책임투자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부식성 자본이랑 집행 과정과 출처 등이 불투명한 자금을 통해 투자대상국이 부채의 덫에 빠지게 하는 투자 방식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소기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거나, 민주주의를 와해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자본을 총칭한다. 주로 중국의 '일대일로'를 일컫는데 쓰인다.
혼츠 소장은 한국이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통해 엄청난 업적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1953년에는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두 세대 만에 고속철로 가득한 나라가 됐다"며 "한국인들이 스스로를 정말 자랑스러워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이 번영을 이룩할 수 있었던 기반인 세계화를 토대로 한 자유무역이 바뀌고 있다. 혼츠 소장은 "세계 2차대전 이후 설립됐던 제도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며 "세계 무역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기관들도 마찬가지로, 더 이상 하나의(unipolar) 세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코로나19 대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일련의 사건들로 미국식 시장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한 기존 국제 질서가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워싱턴 컨센서스'가 끝났다고 말하는데 이제는 우리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여겨진 중국의 경우 매력적인 무역·투자 파트너가 더 이상 아니라고 진단했다. 혼츠 소장은 "기업들은 수익을 곧 볼 것이라는 기대에 중국에 투자해왔다"며 "돈을 더 들이고, 기술을 좀 더 공유하면 언젠가는 수익을 내리라고 기대하지만 권의주의적인 중국 정부가 지배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분기점이 끝없이 지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이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사태로 중국의 부식성 자본에 따른 피해를 봤다"며 "중국이 어떻게 (자원·자본으로) 타국을 압박하는지 배워야 하며, 호주·일본·대만·독일·리투아니아 등도 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대신 제시한 타개책은 '방벽 정원(walled garden)'이다. 정원 밖을 오갈 수 있지만, 정원 안에서 보다 자유롭게 활동하자는 것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응해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 간 연합을 더 공고히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처럼 '미국 우선'을 내세운 보호무역주의적인 정책들이 나오면서 정원 내에서도 방벽이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혼츠 소장은 이와 관련 "한국 기업들이 분산투자를 하면서 한국과 미국 양측에서 수익을 낼 수 있어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라며 "단기적으로 보면 우려가 크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과 미국 등 동맹 간 관계가 더 발전하고 신뢰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