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우리 삶을 바꿀 중대한 글로벌 이슈와 어젠다를 톺아보는 머니투데이 연례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이 2024년 우리 기업들이 현재의 경제 생태계에서 살아남고 성장하는데 필수적인 디지털 전환(DX)을 위한 혁신과 리더십에 대해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지상중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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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원격 근무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시도했지만 어느새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버렸다.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을 모색했지만 여전히 어떤 리더십으로 선도해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많다.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인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롯데그룹에서 30년 넘게 일해 온 대기업 리더이면서도 대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선 내부가 아닌 외부,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혁신의 방향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역발상을 제시하는 이가 있다. 바로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다. 전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글로벌 공룡 대기업이 된 구글(Google)도 내부 혁신의 동력을 잃어버려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인 구글벤처스를 만들어 '외부에서 혁신을 사들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전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전환은 엄밀히 말하면 파괴적 혁신이지 개선을 포함한 존속적인 혁신은 아닌데 그런 파괴적 혁신을 세상에 구현하는 건 작은 기업, 즉 스타트업"이라며 "안타깝게도 대기업은 본성상 내부 동력으로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게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빅테크들도 잘 못하는 파괴적 혁신을 보수적인 한국의 기존 대기업이 쉽게 할 수 있겠냐"며 "혁신을 스타트업 생태계에 외주를 주는 것도 슬기로운 탈출구"라고 했다.
다 왕(Dashun Wang) 노스웨스턴 경영대학원 교수가 2019년 발표한 연구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1954년부터 2014년까지 발표된 6500만 건의 논문과 특허, 소프트웨어 상품을 분석해 보니 큰 연구집단은 기존의 과학지식을 확장하고 진보시키는 성과를 많이 내놓지만 기존 이론을 파괴하는 혁명적인 연구는 작은 연구집단이 압도적으로 잘한다.
그는 또 "탁월한 인재들이 창업한 스타트업, 그런 곳에 투자하는 VC(벤처캐피탈)와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대기업까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협업을 한다면 대한민국은 인구가 줄어드는 미래에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통합해 새로운 스타트업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롯데그룹 정책본부 인사팀에서 20년 넘게 일했고, 롯데인재경영연구소장과 롯데인재개발원장도 역임한 HR(인적자원) 전문가다. 이 분야 석박사학위도 있고 <어떻게 일하며 성장할 것인가>, <왜 여성인재인가> 등의 베스트셀러도 출간했다. 2020년부터는 롯데그룹의 CVC, 롯데벤처스를 이끌고 있다. 인사관리, 경영, 투자 등 다양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통섭적인 인사이트를 제안하고 있는 전 대표를 만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성공적인 혁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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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가장 잘하고 있는 기업이 아마존(Amazon)입니다. 출발부터 아마존은 유통회사가 아니고 기술회사였습니다. 처음에는 인터넷 기술을 이용한 서점으로 시작했지만 유통과 물류에 이어 세계 최고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기업이 됐습니다. 기술에 기반해서 새로운 것을 계속 내놓으면서 최근엔 쇼핑도우미 챗봇 루퍼스(Rufus)와 같은 AI(인공지능) 기술 기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기술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있는 사례지요.
롯데를 비롯해 우리 기업들 모두 '지금부터는 기술회사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기술을 통해 업을 영위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기술회사라고 생각하고 있는 한국 대기업들이 많은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구글도 더는 어려운 파괴적 혁신 디지털이 바꿔나갈 세상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처음에 전기라는 범용기술이 전구나 축음기에서 시작했는데, 그 시점에 앞으로 전기가 세탁을 대신하고 음식을 차갑게 보관하고 음식을 데우고 난방을 하고 집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식으로 세상을 바꿀 거라 예상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하나 확실한 것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디지털 연산 능력과 그 능력을 활용해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내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엄청난 자금을 고려할 때 전기가 시작할 때보다 훨씬 더 우리 삶이 바뀔 것이라는 점입니다.
디지털 전환은 엄밀하게 말하면 파괴적 혁신입니다. 개선을 포함한 존속적인 혁신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런 파괴적 혁신을 세상에 구현하는 건 작은 기업, 즉 스타트업입니다. 안타깝게도 대기업은 자체적인 동력으로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하기 어렵습니다.
대체로 디지털 전환 이전부터 존재했던 대기업들은 기존의 핵심역량과 비즈니스 모델을 조금 수정해서 대응하려는 본성이 있습니다. 예전 전산화와 정보화의 차이를 예로 들면, 지금 하고 있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정해진 것으로 보고 전산의 힘으로 어떻게 효율화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 그게 전산화입니다. 주판으로 계산하던 걸 전자계산기로 대신하는 거지요. 그래서 인건비가 일부 줄었을지 모르지만 그건 개선이지 혁신은 아닙니다. 반면 정보화는 새로 나온 컴퓨팅 기술과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바꾸는 것입니다. 이게 어렵고 힘들지만 엄청난 경쟁력 향상을 이루는 방법입니다.
기업이 커지면 운영과 관리 비용이 증가합니다. 이는 기업의 확장세를 둔화시키고 규모의 경제 효과를 약화시킵니다. 의사결정은 당연히 늦어지겠지요. 기업가 정신은 시들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아낼 능력은 약해집니다. 결국 경영층에서 결정한 걸 실행하는 실행력과 효율성만 강조하게 되고, 혁신에 필요한 탐구력과 민첩성은 약해집니다.
관리비용의 중력이 커질수록 혁신에 필요한 탈출속도와 혁신비용은 급증하게 마련인데 공룡보다 더 커진 구글이 '문샷'(Moonshot, 미국의 달착륙 프로젝트 아폴로계획처럼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연구나 도전)을 하겠다고 했지만 거대한 중력에 상응하는 거대한 탈출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일과시간의 20%를 업무 외의 창의성에 쓰겠다고 했지만 창의성을 높이는 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내부에서 안되면 외부에서 혁신을 사들이는 전략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스타트업과 VC, 대기업이 협업을 하는 생태계 차원의 대응이 필요합니다. 이걸 잘하는 게 미국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싱가포르입니다. 최근까지 우리의 산업 생태계는 그들처럼 새로운 기업들을 만들고 키워내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인구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역동성 부족으로 인해 일본처럼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통합해 새로운 스타트업을 만들고 키워내야 합니다.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습니다.
돈에는 눈이 있어 기가 막히게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흘러갑니다. 2001년에 글로벌하게 벤처캐피탈이 190억 달러를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대부분 미국에서 투자되었지요. 그런데 2020년에는 2280억 달러가 투자됐습니다. 투자금이 연간 15.4%씩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셈입니다. 2020년에 특히 놀라운 점은 투자금의 절반이 미국이 아닌 곳에 투자됐다는 것입니다. 왜 잘나가는 대기업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스타트업에 돈이 몰리는 것일까요? 눈이 달린 돈이 그쪽의 수익성이 훨씬 좋다는 걸 봤기 때문입니다.
대기업도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습니다. 결국 구글은 구글벤처스를 만들었습니다. 내부에서 안되면 외부에서 혁신을 사들이자는 전략입니다. 그렇게 구글은 유튜브와 안드로이드를 같은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구글만 한 게 아닙니다. 미국은 전체 스타트업 투자금에서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의 비중이 2010년 20%에서 2020년 40%를 돌파하며 급증하고 있습니다. 깨달은 거지요.
미국의 빅테크들도 잘 못하는 파괴적 혁신을 보수적인 한국의 기존 대기업이 쉽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제 혁신을 스타트업 생태계에 외주를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에디슨이 발명한 것 중에 가장 위대한 것은 GE가 아니라 그것의 모체인, 엔지니어들을 모아 만든 에디슨연구소입니다. 에디슨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발명의 프로세스를 최초로 발명한 것입니다. 그 이후 대기업들이 사내연구소를 속속 설치했고 지금은 보편적인 혁신 방법론이 됐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먼저 시작했지만, 기업에 부속 CVC를 설립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혁신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게 현대적 방식의 사내연구소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들도 최근 CVC를 속속 설립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오너들도 이제 알게 된 것입니다. 내부적으로는 파괴적 혁신이 안되니 외부에 회사와 관련한 혁신생태계를 구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최근 탁월한 공대 출신 인재들이 창업을 하는 실용적인 시도들이 있고, 그것을 지원하고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런 스타트업들을 인수하려는 대기업들까지 함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협업을 한다면 대한민국은 인구가 줄어들어도 앞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혁신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일례로 AI 기술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면서 대기업의 공장 자동화, 스마트 팩토리 혁신의 효율성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거금을 들여 기존 공장을 부수고 새롭게 거대한 스마트 팩토리를 짓겠다는 것은 이제 구식이 돼버렸습니다. 스타트업이 생산한 칩 몇 개와 AI 분석을 통해 기존 공장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스마트 팩토리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공장 자동화를 하려고 AI 시스템을 직접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사다 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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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나중에 성공한 신 회장은 투자금에 이자까지 더해 넉넉하게 갚았습니다. 롯데도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기업이 처음에는 스타트업이었습니다. 그 스타트업이 성장해서 대기업이 되고 그 과정에서 세상을 바꾸어 온 것이 현대사의 번영입니다. 그렇게 시작해 성공했으면 후배 기업들을 발굴하고 투자하고 성장시켜서 세상에 보답을 해야 합니다. 그게 롯데가 생각하는 CVC의 지향점입니다.
2021년 말에 법률이 바뀌면서 한국에서도 현대적 의미의 CVC 비즈니스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CVC의 본질은 모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산업에서의 혁신을 외주를 통해 사들이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모회사의 비즈니스를 환골탈태해 줄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과감하게 실험적 도전을 하는 스타트업과 혁신을 불러오는 창업자들을 눈여겨보다 투자하고, 그들이 세운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고, 그들에게 인맥이나 전문성, 경험, 영업망과 같은 기반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망한 도시도 되살리는 인재들 한국은 시장이 작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니 시장은 더 축소되겠죠. 우리 스타트업들이 가지고 있는 이같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VC가 도와야 합니다. 롯데벤처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베트남 하노이에 지사를 세워 국내 스타트업들을 선발해 보내며 넓은 시장을 경험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현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스타트업들의 투자설명회도 열었습니다. 이렇듯 VC가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브릿지 역할을 하고, 이런 것이 구조화된다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가 이스라엘이나 싱가포르보다 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단기적 대응을 지양하고, 스타트업 생태계가 직접 하기 어려운 인프라 구축 같은 것을 거시적으로 해야 합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으면서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미국의 중서부 산업단지가 먼지만 날리는 실업자들의 공간이 됐습니다. 완전히 망해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서도 부활하는 곳이 몇 곳 있습니다. 보스턴, 피츠버그, 디트로이트, 볼티모어가 그렇습니다. 이 도시들이 부활한 이유는 MIT, 카네기멜론대학교(CMU), 미시간대학교와 같은 세계적인 공과대학이 그 지역으로 탁월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때문입니다.
탁월한 인재(人材)가 출발점입니다. 그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디지털 전환을 이끌면 투자금은 따라옵니다. 그들의 아이디어가 새로운 비즈니스로 발전하고, 그들이 창업한 스타트업들이 도시 곳곳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재번영을 추동하는 거지요. 우리도 카이스트, 포스텍, 지스트, 유니스트와 같이 탁월한 공과대학들을 비롯해 여러 유능한 대학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 지방의 활성화도 공기업 이전이 아니라 미국처럼 그 지역의 대학과 창업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기술은 다름 아닌 인재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첨단기술의 활용이 중요한데 그걸 누가 하겠습니까. 이제는 자본이 아니라 탁월한 인재가 하는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그런 인재의 가치가 극대화될 것입니다.
이제 인재는 기업이 모셔와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는 입사(入社)한다고 여깁니다. 구직자가 뽑아달라고 앙청을 하면, 회사는 검토를 거쳐 '너는 우리 회사에 들어올 수준이 된다'는 판정을 내리는 사고인 것이죠. 그러니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는 일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우리도 이제 고용을 대등한 자격의 계약으로 봐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MZ세대는 인식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리더십은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 탁월한 젊은 인재들은 충분한 보상은 기본이고 그 이상의 가치를 요구합니다.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중시합니다. 이들은 갑질 문제나 사회적 물의로 이미지가 나쁜 기업에는 절대 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영웅적 기업에 몸담고 싶어 합니다. 그런 인재를 유지·확보하지 못하고 자꾸 내보내면 순식간에 껍데기밖에 없는 기업이 되는 거죠. 앞으로는 회사의 진짜 주인은 주주가 아니라 핵심인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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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의 경우에도 '멍청한 자나 나쁜 놈들이 먼저 개발해 인류에 해악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명분으로 AI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천재들이 열정페이를 지불하면서 함께 했습니다. 결국 세상을 바꾸고 있지요. 최근엔 AI를 통해 DNA 시퀀싱 기술 향상, 전력 인프라 개선, 친환경 물질 개발, 종자 개량처럼 세상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에 많은 인재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뭘 해도 명분이 중요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세상을 바꾼다는 명분을 따라 인재들이 움직입니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곳에 투자금이 자연스럽게 몰려들 것입니다. 결국 무슨 사업을 하든 우리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이슈를 해결한다는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세상을 어떻게 바꿔나가는 기업이라는 비전과 이미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게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와 리더십의 모습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칩거하며 고민했던 것, 비전 최근까지 꼼꼼한 관리를 통해 우발적 사고를 방지하는 전문경영인이 각광을 받아왔지만 요즘엔 그런 꼼꼼한 관리는 ERP(전사적자원관리)나 내외부의 IT 네트워크가 대신해 줍니다. 그래서 리더가 방향성, 즉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더욱더 중요해졌습니다. 리더는 깃발 그 자체이고,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인데 앞으로 그 방향성은 기술의 변동 방향이 결정할 겁니다. 따라서 기술과 경영의 통섭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과거 글로벌화가 시작될 땐 글로벌 시장에 대한 통찰이 있는 리더가 방향성을 잘 제시했습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께서 그걸 잘하셨습니다. 은둔의 경영자라고 불릴 정도로 집에만 칩거하시다가 어느 순간 나타나서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폭풍을 불러일으키고, 다시 집에 계시다가 나오셔서 '디지털이다'라고 외치며 처자식 빼고 다 바꾸자고 하셨습니다.
이 회장은 집에 콕 박혀 계시면서 전세계 전자회사의 제품들을 가져다가 뜯고 보고 붙이면서 방향성을 고민하셨던 겁니다. 이 회장의 방향 제시에 빠르게 따라오지 않는 임원들은 짐을 싸야 했습니다. 방향이 글로벌이라고 판단하시니까 외환위기 당시에도 핵심인재들을 1년씩 해외에 보내 현지전문가를 양성하셨지요. 그런 과정을 통해 삼성이 일본의 전자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이긴 겁니다.
이게 앞으로의 답일 것 같습니다. 우선 영위하고 있는 산업에 영향을 미칠 기술적 변동에 대해 항상 최전선에 서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판이 벌어질 것이고, 우리는 그 판에서 어떠한 위치를 점할 것'이라는 선지자적인 혜안, 즉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직원들에게 준 것, 일의 의미와 재미 스티브 잡스가 애플(Apple)에서 쫓겨났다가 11년 만에 돌아왔는데, 그 바람에 애플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잡스는 직원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욕을 하고 변덕을 부렸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퇴사율은 높아진 게 아니라 확 줄어들었습니다.
잡스는 마주치는 직원들마다 3가지를 물었습니다. '하는 일이 무엇인가?', '그 일이 회사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그 일을 언제까지 끝낼 수 있는가?'. 즉시 답을 하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해고를 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이고, 그것이 회사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늘 생각하며 살지 않는다면 아무리 중요한 일을 해도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직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부터 업무를 시작했고, 자신이 하는 일이 회사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해 항상 몰입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내 눈으로 보면서 의미를 느끼는 것이 동기부여에 매우 중요한데 테일러주의(Taylorism), 포드주의(Fordism), 분업 등으로 직무가 쪼개지면서 그럴 수가 없게 되었지요. 예를 들어 신발 만드는 일을 한다고 할 때 길가는 사람이 내가 만든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을 보면 엄청난 성취감을 느낄 겁니다. 그런데 현대기업은 그게 안됩니다. 그런 의미를 못 느끼니, 재미 같은 부수적인 것을 대신 찾으려 듭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사무실에 가보면 놀이기구나 먹을거리들로 채워진 모습이 바로 그런 이유에서 나온 겁니다.
'우리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는 일을 한다'고 잡스는 말했습니다. 잡스는 이러한 위대한 일을 하는 애플에 소속된 직원들 각자가 그 위대한 일에 어떻게 기여할지를 스스로 생각해 일에서 의미를 느끼기를 원한 겁니다. 그렇게 직원들은 괴팍한 잡스와 일하는 것은 고역이지만, 그와 함께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데서 의미를 찾았습니다. 의미가 생기니까 매일 밤을 새우면서도 재미가 있는 것입니다. 회사가 하는 일에 자신이 기여하는 만큼 세상이 바뀐다는 구조가 확립되니까 의미와 재미가 생겨나는 거죠.
일론 머스크도 마찬가집니다. 원대한 꿈을 향해 꾸준히 로드맵대로 가고 있습니다. 항상 세계 최초이고, 놀라운 것을 자꾸 내놓습니다. 그의 직원들은 자신이 진짜 세상을 바꾸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앞으로는 리더가 이런 식으로 직원들을 몰입시켜야 합니다. '우리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야'라는 스토리를 통해 의미를 찾아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