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브 국민대학교 교수는 최근 '북한의 이상한 성공(The Strange Success of North Korea)'이라는 제목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후원을 받는 김정은 정권의 자신감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김정은 정권은 점점 더 분열되는 세계에서 가장 확실한 수혜자 중 하나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중국과 전통적으로 깊은 우호관계를 나타낸다. 중국은 북한이 시장경제를 거부하면서 핵개발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더 중요해졌다. 이에 중국은 2019년부터 에너지, 식량, 비료 등 대북지원을 크게 늘렸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대외 교역이 막힌 상황에서 북한의 체제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란코브 교수는 "김정은 정권은 중국이 관리 가능한 북한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중국은 북한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낮고, 북한은 향후 수년 동안 중국으로부터 무조건적인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에게 있어 행운과 같은 사건으로 여겨진다. 전쟁이 장기 소모전으로 변하면서 북한은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수백만 개의 포탄과 탄약, 각종 재래식 무기를 공급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북한은 최소 5억 4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고 이는 북한 전체 교역의 25% 수준으로 평가된다. 또 북한은 지금까지 약 1만 1000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했고 그 대가로 봉급과 식량,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란코브 교수는 "러시아와의 거래는 북한에게 경제적 수익과 함께 전략적 이점을 안겨준다"며 "러시아의 외교적 지원으로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 완화됐고 향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추가 제재를 취할 가능성도 낮다"고 분석했다.
북한에게 트럼프 대선 승리는 새로운 핵협상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희소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임기에서 비현실적인 정책 목표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한 비핵화)'를 폐기하고 북한과의 거래를 추진했다. 2019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통해 핵시설과 제재 해제를 두고 거래를 시도했지만 결국 결렬됐다. 그러나 두 번째 임기를 앞두고 지난 하노이 회담은 북핵 협상을 위한 본보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란코브 교수는 "하노이식 협상의 가장 큰 이점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늦추는 것으로, 만약 바이든 식의 정책과 완전한 비핵화라는 구호를 반복한다면 이는 북한 핵능력을 진전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과거 북한은 한국 정부의 원조를 의지했고 '불량국가'로서 국제적으로도 고립돼 있었다. 그러나 란코브 교수는 이제 북한은 더 이상 버림받은 국가가 아니며 중국과 러시아, 심지어 미국이라는 신뢰할 수 있는 후원자를 갖게 됐다고 평가한다. 란코브 교수는 "북한은 이제 모호한 이념이 아니라 실용적으로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며 "점점 더 분열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세습체제를 이어가는 김정은 정권은 가장 확실한 수혜자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