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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하면 인기 끌 K-드라마 예측해 제작 가능"

[202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라빈 탐바필라이 크레달 공동창업자·CEO

김상희 | 2025.04.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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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 탐바필라이 크레달 공동창업자·CEO/사진제공=크레달
AI(인공지능)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앞으로 AI 주도권을 잡는 국가와 기업이 글로벌 경제, 사회, 문화를 이끌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이 AI 분야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따라서 한국도 글로벌 AI 시장에서 확고한 우리만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5 키플랫폼'(K.E.Y. PLATFORM 2025)이 만난 전문가들은 AI 역시 기존에 한국이 잘하는 분야에서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AI 핵심 인프라인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AI가 결합해 가치를 높일 제조업, 엔터테인먼트, 바이오산업 등도 이미 세계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어서다.

업무 효율성을 개선하는 워크플로 AI 스타트업 '크레달(CREDAL)'의 라빈 탐바필라이(Ravin Thambapillai) 공동창업자 겸 대표도 AI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한국이 글로벌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분야로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AI가 제공하는 가장 큰 유용성은 무엇인가?
▶AI의 가장 큰 가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해 인간이 놓칠 수 있는 통찰력을 발견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AI는 수백만 개의 의료 이미지를 수집해 방사선과 의사가 놓칠 수 있는 종양을 식별할 수 있다. 또 수 세기 동안의 기상 패턴을 수집해 기후학자보다 더 정확한 분석을 제공할 수도 있다.
현재 소비자들이 AI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생산성 또는 시간 절약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미래에는 AI가 기업, 정부, 의료 종사자, 연구자들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더 많이 활용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AI는 세계의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AI가 직면한 기술적·법적·윤리적 한계는 무엇이며, 이러한 점들이 AI의 시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기술 관점에서 볼 때 AI는 여전히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맥락을 이해하는 부분이 부족하다. 의료 영상으로 종양을 발견하는 작업은 뛰어나지만 의사처럼 환자의 병력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질병의 맥락을 이해하는 비판적 사고 능력은 부족하다. AI를 더 똑똑하게 만들려면 엄청난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가 필요하며 비용도 많이 든다.
법적, 윤리적 측면에서는 AI가 실수를 할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불분명하다. 예를 들어 자율 주행 자동차를 살펴보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조업체의 잘못인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잘못인지, 또는 운전자의 잘못인지 등을 명확히 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전반적인 신뢰가 부족해져 AI 도입이 늦어진다면 사회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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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글로벌 AI 인덱스/그래픽=윤선정
-AI 발전으로 인해 가장 큰 혼란을 겪을 산업은 어디이며, 해당 산업은 어떤 생존 전략을 수립해야 하나?
▶모든 산업이 혼란에 빠지겠지만 특히 AI가 가장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산업은 운영에 중점을 둔 산업이다.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는 AI 챗봇과 음성 지원으로 인간의 역할이 70~80% 사라질 수 있다. 관리 부문 역시 데이터 입력, 일정 관리, 문서 처리와 같은 일상적인 업무는 AI로 쉽게 대체된다. 이 밖에 운송·물류 분야도 자율 주행 솔루션이 구축됨에 따라 기존 운전 및 창고 업무의 40~50%가 사라질 수 있다. 금융도 예외는 아니다. 위험 평가와 사기 탐지에서 AI는 이미 인간을 능가한다.
이러한 시대에 기업이 생존하려면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 즉 인간의 창의성, 공감, 관계 관리 중심의 비즈니스로 전환해야 한다. 개인화된 상담처럼 인간관계 관리가 필요한 금융 서비스, 문제 발생 후 제공되는 사후적 고객 서비스가 아닌 사전 예방적 지원을 제공하는 고객 서비스로의 전환 등이 필요하다. 인간만의 고유한 강점을 활용해야 하는 일은 AI가 결코 경쟁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한국이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무엇인가?
▶사회 전체의 AI 리터러시(이해 능력)를 확대하는 동시에 기존 강점을 기반으로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은 하드웨어 및 제조 분야의 리더십을 활용해 AI 인프라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반도체와 전자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이므로 차세대 AI 칩 등 AI 하드웨어에 집중하면 독보적인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과 AI 스타트업 간 협업은 이 분야의 혁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한국은 강력한 입지를 굳힌 산업에서 AI 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를 한국의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 조선 산업에 통합하면 스마트 제조 또는 자율 주행 연구를 가속화하고 이 분야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음악, 영화, 드라마, 웹툰 등 한국의 문화적 강점은 AI와 결합해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나?
▶AI는 콘텐츠 제작을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한다. 한국은 이미 영화, 드라마, 음악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팬들의 취향 등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AI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단순히 시청자와 팬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뿐만 아니라 왜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가장 뛰어나다고 하는 제작자조차도 놓칠 수 있는 잠재의식적 선호도와 문화적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다.
AI는 수십억 개의 시청 패턴, 히트곡의 멜로디, 인기 드라마의 줄거리를 분석함으로써 콘텐츠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 더 나아가 AI는 K팝의 다음 트렌드나 한국 드라마의 다음 인기 장르를 예측할 수 있다. 한국은 '예측 스토리텔링' 또는 '예측 음악'을 구현하는 최초의 국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