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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큰 트럼프, 유연성 있다는 뜻이기도…거래 관점으로 접근해야"

[202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송원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사무총장

김상희 | 2025.04.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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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사무총장/사진제공=미주한인유권자연대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서 세계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후보 시절부터 강력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구호로 미국 최우선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압박에 나서면서다.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전략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 앞서 세계 각국의 여러 전문가들은 각자의 분석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민주당 정권의 연장에 대한 전망들을 내놨다. 이중 송원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orean American Grassroots Conference)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주에서 승리할 것인가까지 정확하게 예측하며 주목받았다.

송 사무총장은 워싱턴 D.C. 정가에서 한인 유권자들의 권익 강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한국계에게 불모지나 다름없던 미국 의회를 혈혈단신으로 뛰어다니며 상원, 하원, 공화당,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의원실의 문을 두드렸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금은 어느 누구도 갖추지 못한 미국 의회 네트워크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송 사무총장의 역량을 바탕으로 미주한인유권자연대는 미국 연방의회의 입법에 관여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유일한 한인 유권자 단체로 꼽힌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5 키플랫폼'(K.E.Y. PLATFORM 2025)은 송 사무총장을 만나 트럼프 2기 주의 깊게 봐야 할 사안들과 대응 전략을 들어봤다. 송 사무총장은 미국을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면서도, 기본적인 장기적 관계 구축은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쇠퇴한 미국 경제, 트럼프 당선에 큰 영향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승리 주까지 정확하게 맞췄다. 어떤 점들이 분석과 판단에 영향을 미쳤나?
▶오바마 행정부 때 일을 시작해 트럼프 대통령의 탄생을 지켜보고 바이든 행정부 시대를 지나 다시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맞이했다. 이 모든 기간을 크게 관통한 것이 미국 경제가 예전보다 좋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자본주의 시스템도 약점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그동안은 미국 모델은 잘 된 사례를 보여줬다. 아메리칸드림을 보여줬는데 더 이상 일반 대중에게 아메리칸드림이 없다.
지난 선거를 치르면서 우연찮게 러스트벨트( 미국 중서부·북동부의 과거 중공업·제조업으로 호황을 누리다 쇠퇴한 지역)를 가 봤다. 진짜 쇠락해 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미국 밖에서 보면 현실을 모른다. 미국은 여전히 큰 나라이고, 강대국이다. 관광객들은 러스트벨트와는 분위기가 다른 뉴욕, LA 등에서 미국을 경험한다. 러스트벨트의 디트로이트, 밀워키 등은 대도시인데도 도로포장이 제대로 안 돼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 봤다. 여전히 미국이 강대국이라 생각할까? 아니면 망해간다 생각할까?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을 MAGA를 보면 그중 특히 '어게인'이라는 구호가 통한 게, 이 사람들에게 이미 그레이트 한 아메리카는 지나가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걸 대변하고 나온 게 트럼프다.

-흔히 민주당 지지층으로 알려진 이민자, 유색인종들도 트럼프를 지지했다.
▶선거를 예측할 때 주변 엘리트들의 마음을 보려 한 게 아니라, 일반 미국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 까를 고민해 봤다. 미국에서 제법 괜찮게 사는 백인들에게 물어보면,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이 있더라도 결국은 '누가 당선돼도 내 인생은 달라지지 않아'라는 인식이 있다. 이들이 설사 반 트럼프 성향을 지닌다 하더라도 트럼프 지지자들을 막을 만큼 적극적이지 않다. 그러니 미국의 상황이 트럼프의 매시지가 먹힐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우 현직 프로미엄이 있어 유리한 면이 있었지만 건강 이슈가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해리스가 아니라 민주당의 누가 와도 이 게임에서 승리하기 쉽지 않았을 거라 본다.
예전에는 마이너리티(비주류)들은 자신들을 소수라 생각해서 그들을 위한 정책을 내세우는 민주당을 절대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지금의 이민자 3, 4세대는 본인을 마이너리티라 생각하기 이전에, 아메리칸이라 생각한다. 흑인도 마찬가지다. 소수 인종 유권자들의 표심을 민주당이 절대적으로 가지고 있다가, 이제는 인종 기반보다 국적 기반으로 사고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경제와 같은 이슈에 따라 투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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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GC 미 연방의회 주요 사업 성과/그래픽=김지영


韓 리더십 부재 상황…소통 공백보다 불안감이 더 큰 위기


-트럼프 취임 이후 한국의 리더십 부재에 따른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리더십 부재가 대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금 트럼프 정부는 비즈니스 정부인데 리더십이 없다는 점을 이용할 것이다. 리더십이 없어서 정상끼리 연락을 못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아주 계산적이고 비즈니스에 있어 영악한데, 우리 스스로가 리더십 부재로 불안감이 있다는 것 그 자체를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도 그 정부 역시 그간의 공백에 대한 불안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즉 미국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데 한국이 오히려 언론에서 불안하다, 위기다 하고 얘기 나오는 상황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더십 부재에 대해 고민한다고 바뀔 게 없다. 한국이 동원할 수 있는 비즈니스 역량으로 미국과 어떻게 딜(거래)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1조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음에도 관세 압박을 피하지 못했다.
▶리더십 문제를 떠나 일본이 잘하는 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가지고 있는 거다. 그동안 미국에 뿌린 게 많다. 일본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당황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나 정책이 일본 사람들 정서에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느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건 일본이 미국 내 가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공고하고 다양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누가 되든, 예측 불가능하든 우선 빠른 시간에 이야기할 채널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라도 그런 채널이 있다면 대응이 다를 것이다. 이건 리더십 문제가 아니라 워싱턴 정가에 구축한 인프라의 문제다.



보수적인 워싱턴, 신뢰·평판 중요…장기적 관계 유지와 워싱턴 이해 필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미국이 예측 불가라는 것은 모든 면에 있어 더 이상 미국이 가는 방향은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기조가 된 것 같다. 따라서 이슈별로 대응하는 것보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아직 미국이 강대국이고, 그런 강대국이 어떻게 이렇게 행동할 수 있냐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제 더 이상 미국이 옳다 그르다로 말할 수 없다.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정의롭냐 아니냐로 판단하는 시대가 아니다. 어떤 딜을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미국이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주고, 준만큼 받아 가는 그러한 접근법으로 바꿔서 대미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 나쁘게 말하면 예측 불가지만 다르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유연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언가 예측하려 하기 보다 미국을 좀 더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대미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하나?
▶제일 좋은 건 미국 업무를 하는 사람은 미국 업무를 계속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든 기업이든 순환 근무를 통해 주재원 등이 미국에서 일하는 체류 기간이 길어야 2~3년에 불과하다.
그간 경험해 본 워싱턴은 제일 보수적인 사회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야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평판은 어떤지 이런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건 짧은 시간에 쌓이지 않는다. 최소 10년 정도 걸린다고 본다.
만약 그런 장기적인 파견이나 인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한다면 최소한 시스템적으로 계속 연속성을 지니게 해야 한다. 일본, 대만은 워싱턴에서 대미 관계 관리를 잘하는 나라로 꼽히는데, 이들 국가의 경우 파견 온 사람이 후임자에게 정보원 등을 확실히 소개해 주고 가는 등의 문화가 자리 잡았다. 개인이 관계를 가지는 게 아니라 기업이나 정부, 언론사가 계속해서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건 한국 정부나 기업이 워싱턴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유명한 로비 펌, 관료를 고용해도 워싱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면 비용을 쓰는 만큼 효과를 볼 수 없다. 워싱턴 정가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 중 하나가 "I owu you"다. 즉 내가 빚졌으니 다음에 갚겠다는 의미로 기브 앤 테이크를 중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 로비스트 등이 자신이 가진 카드를 쉽게 다 쓸까? 본인을 위해 여러 카드를 쥐고 있으면서 우리가 의뢰를 맡겼을 때 다 꺼내 쓰지 않는다. 워싱턴의 생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잘 알아야 그런 로비스트들에게 어떤 카드로 어떻게 일을 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 여전히 워싱턴에서는 한국은 쉬은 고객이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만만하게 보일 수 있다. 스타나 힘 있는 사람을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나 정부가 워싱턴을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