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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R&D가 대한민국 미래 설계"

[2025 키플랫폼] 과학기술 특별세션 '새로운 미래를 여는 K-과학기술'

박건희 하수민 김도균 김선아 홍재영 천현정 이병권 김온유 | 2025.04.24 16:01

과학기술 없이는 산업이 성장을 멈추고, 국가는 전략을 잃을지 모른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의 힘은 곧 국가의 주권, 외교력, 무역력, 안보 역량과도 직결된다. AI, 바이오, 양자컴퓨터 등 최첨단 기술들이 국가 전략, 산업 구조,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역사적인 전환점 위에 우리는 지금 서 있다.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5 키플랫폼'(K.E.Y. PLATFORM 2025) '새로운 미래를 여는 K-과학기술' 특별세션에선 국내외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이 모여 우리 과학기술과 첨단산업이 가야할 방향과 함께 만들어갈 미래에 대해 강연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이 국가의 방향성을 설계하고,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문명을 구상하는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하며 각 분야에서 한국이 잘할 수 있는 강점에 기반한 R&D(연구개발)와 사업 전략들을 청중들과 공유했다.



범국가 'AI 프론티어' 나선 KISTEP·KIS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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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이 24일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진행된 '2025 키플랫폼' 특별세션에서 '공공기관 AI전환의 스파크(SPARK)를 일으키다'에 대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과학기술 혁신 정책 싱크탱크인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이날 자체 개발한 과학기술혁신정책 특화 소형언어모델(SLM) '스파크'(SPARK)를 공개했다. KISTEP은 응답 정확성이 94.1%로 평가된 스파크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정책 관련 질의응답, 문서 요약, 보고서 작성 등을 수행하는 AI 서비스 '키스텝-젠(KISTEP-GEN)'을 최근 선보인 바 있다.

스파크는 KISTEP이 수집한 국가 R&D 조사분석 데이터 45만건을 학습했다. 검증된 과학기술 정책 데이터인 만큼 더 정확하고 깊이 있는 결과물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범용 LLM(거대언어모델) 기반 AI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을 크게 줄여 기관 내 활용성을 높였다. 할루시네이션은 AI가 질문에 맞춰 그럴듯한 허위 정보를 생성하는 현상을 말한다. 모든 데이터 처리는 KISTEP 내부망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보안성이 높다.

오태석 KISTEP 원장은 이날 세션에서 "굳이 비싼 상용 모델을 쓰지 않더라도 오픈소스를 잘 활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자체 AI를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파크의 기반이 되는 언어모델은 오픈소스 모델인 '젬마'와 '미스트랄'이다. 스파크 개발비는 지금까지 약 3억원대다. 오 원장은 "스파크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기관의 AI 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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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이 24일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진행된 '2025 키플랫폼' 특별세션에서 'AI-HPC 기반 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국가 핵심 R&D 인프라인 국가초고성능컴퓨터(슈퍼컴퓨터)를 구축·운영하는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이식 원장도 이날 강연에 나섰다. 이 원장은 "15~20년 전까지만 해도 슈퍼컴퓨터를 계산 용도로 썼다면 이제 슈퍼컴퓨터의 주요 사용자는 AI 연구계"라고 말했다. 1세대 과학기술 연구 방법론은 관측, 2세대는 이론, 3세대는 계산 기반의 시뮬레이션이었다면 이제 AI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트렌드'가 전환됐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기술의 트렌드는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옮겨갔다"며 "바이오 분야에서 가장 먼저 AI 기술 혁신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학 KISTI 디지털바이오컴퓨팅연구단장은 "우리나라도 공공데이터와 개인보유건강정보를 연계해 R&D 인프라로서의 '데이터뱅크'를 구축하는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9년간 한국인 100만명의 바이오 데이터를 모으는 게 골자다. 임상 정보와 유전체 등 인체유래물로 구성된 고품질 데이터를 AI를 이용해 분석하면 향후 '한국인 맞춤형' 신약을 빠르게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KISTI는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와 공동으로 '국가바이오데이터스테이션'(K-BDS)을 운영한다. 국가의 지원을 받아 나온 모든 바이오 R&D(연구·개발) 사업의 연구데이터를 등록하는 플랫폼이다. 이 단장은 "우리나라 자체 서버에 중요한 바이오 데이터를 저장해 보호하는 동시에, 연구자는 이를 백신, 신약, 의료 예측 기술, 단백질 분석 기술 등 다양한 R&D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격동의 첨단기술 시장, 우리 강점 살려 틈새시장 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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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소니 킴 헤리티지재단 국제경제 선임연구원 및 국제협력매니저, 나일 가디너 헤리티지재단 마가렛 대처 자유 센터장, 에릭 혼츠, CIPE 책임투자센터 소장, 피에로 토지, 미국 의회 중국위원회 수석 자문위원이 24일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진행된 '2025 키플랫폼' 총회에서 '2001 WTO 질서의 와해: 퍼시픽 포에두스로의 전환'에 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최석재 한국 IBM 데이터플랫폼테크놀로지그룹 상무는 "빅데이터도 자산이라는 시각에서 데이터의 품질 점수를 시각적으로 분석하고, 고품질 데이터를 큐레이션할 수 있도록 데이터 거버넌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데이터 거버넌스는 조직에서 활용하는 데이터의 품질, 보안, 가용성을 관리하는 기능을 말한다.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 자체의 품질을 꾸준히 유지해야만 AI를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AI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AI-레디 데이터(Ready Data)'라고 한다. 그는 "AI의 신뢰도를 확보하려면 적절한 데이터 거버넌스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양자컴퓨터(이하 양자컴) 분야에 대해 양자표술전문기업 SDT의 윤지원 대표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할 일은 양자 게임에서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잘못된 경쟁 무대는 피하고 우리의 강점을 살릴 틈새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표는 "양자컴 소재·부품·장비 시장은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한국이 보유한 엔지니어 인력으로 도전할만한 분야인데다 여러 양자컴 플랫폼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양자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취할 전략적 기회가 아직 많다"며 "정확한 방향성을 설정해 더 나은 해답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