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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정윤영 기자 =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대선이 진행된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지자들을향해 연설을 펼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4일 치러진 튀르키예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49.5%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강력한 경쟁자인 야권 공동 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는 44.9%로 2위를 기록했다. 튀르키예 대선은 과반 이상 득표한 후보가 당선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자에 대한 2차 투표를 실시한다. 2차 투표 예정일은 28일이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튀르키예 대선의 1차 투표를 분석하고 2차 투표를 전망했다.
불리한 조건 속 선전한 에르도안 이번 대선을 앞두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불리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고 물가는 80% 이상 급등하면서 경제난이 극심했다. 또 올해 초 남부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로 집권 여당을 향한 책임론까지 커졌다. 야권은 독재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해 세력을 집결하고 6개 야당이 뭉쳐 공동 후보를 선출했다.
이처럼 불리한 조건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50%에 육박하는 지지를 얻으며 1차 투표 결과 1위에 올랐다.
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와는 에너지 협력을 확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는 드론을 제공하는 등 튀르키예의 국익을 우선시했다. 외교 무대에서 미국, 러시아, 유럽 등 강대국들 사이에서 독자적인 입지도 구축한 점도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과 관련해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협상을 주도하며 국제 사회에 존재감을 나타냈다.
특히 핵심 지지층인 지방과 농민, 도시 빈곤층을 상대로 포퓰리즘 공약들을 잇따라 쏟아낸 점도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에 앞서 최저임금 55% 인상, 노동자 정년 폐지, 공무원 임금 30% 인상 등을 공약하고, 농민들을 위해 옥수수, 밀 등 곡물에 130%의 수입 관세 부과 등을 약속했다.
튀르키예 국민들이 불안감을 갖고 있는 쿠르드족 문제 역시 적극 활용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족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문제를 집요하게 지적했고, 야당 집권 시 튀르키예 전역이 테러 위험에 휩싸일 것이라고 선전했다.
반면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도시 중산층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온화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 위기를 극복할 대안 세력으로서는 국민들을 설득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돌파력·의회·권위주의 주변국…에르도안 우위 예상되는 2차 투표 28일 결선 투표에서는 캐스팅 보트의 역할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1차 투표에서 280만 표(약 5.2%)를 획득해 3위를 차지한 시난 오안 후보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 2위 후보의 득표 차이가 250만 표에 그쳐 오안 후보가 누구를 지지하는가가 판세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오안 후보는 반이민 정책을 주창하는 극우 정당 연합 '아타(ATA) 동맹'을 이끌고 있으며 테러리즘과 난민 송환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표면적으로는 우파 계열인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슬람주의를 배격하고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 세속주의 복원과 의원내각제 부활을 요구한다는 점에서는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와 뜻을 같이 한다.
부정 선거 의혹 역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공화인민당(CHP)은 1차 투표에서 투표함 당 최대 수백 표까지 잘못 집계됐다는 등의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튀르키예 최고선거위원회는 일체의 부정이나 조작은 없었다고 반박한다. 1차 선거 결과가 바뀌지 않아도 향후 부정 선거를 막기 위한 야당 지지자들의 결집 계기가 될 수 있다.
결선 투표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공권력을 동원해 부정 투표 의혹을 제기하면서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19년 5월 치러진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여당인 정의개발당(AKP) 후보가 패배하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해 재투표를 실시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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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정윤영 기자 =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가 한 건물의 외벽에 걸려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산전수전 다 겪은 에르도안의 돌파력과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다시 장악한 의회뿐 아니라, 주변국이 대부분 권위주의 장기집권 리더십인 까닭에 튀르키예가 야권 연대 지도자를 내세울 때 혹 밀릴지 모른다는 유권자들의 우려까지 작동하면 야당은 쉽지 않은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연임 규정을 활용해 2033년까지 30년에 걸친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이 열리게 된다. 지지 기반인 이슬람 민족주의가 한층 힘을 얻고 언론과 SNS 장악, 사법부 통제, 통화정책 개입 등 권위주의적 통치체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나토 동맹국이면서도 미국, 유럽 등 서구 세계와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및 러시아 제재 반대해 왔고, 난민 문제, 분쟁 해역인 동지중해에서의 탄화수소 탐사 재개,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 등으로 서구 사회와 갈등을 빚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