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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던 마크롱도 두손 들었다…노후 원전 다시 돌리는 유럽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8 - "에너지 위기 속 주목받는 원자력"

최성근 김상희 | 2022.09.04 06: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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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3,4호기 건설 현장 /사진=현대건설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그동안 유럽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 노력을 펼쳐왔지만 다가올 동절기 가스 공급에 비상이 켜지자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비중을 늘리고 해외로부터 LNG를 수입한다. 특히 과거 안전성을 이유로 외면했던 원자력 발전에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탈원전에 앞장서 왔던 독일에서는 가스 수급 불안이 고조되자 폐기하기로 했던 원전 수명을 연장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당면한 에너지 위기 속에서 유럽에 불고 있는 원전 재가동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글로벌 원전 산업의 지형과 향방에 대해 짚어 봤다.



에너지 위기 속에서 원전 재가동에 나서는 유럽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은 지난달 시설 점검을 이유로 유럽으로 향하는 노르트스트림 1관을 잠갔다. 이어 가스 공급 규모를 평소 공급량의 20% 수준으로 대폭 축소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에너지 수급 불안을 경험한 유럽에서는 그동안 외면했던 원전 재가동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원전 비중을 70%에서 50% 수준까지 줄이겠다던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초 원전 강화 정책으로 180도 선회를 선언했다. 폐기하기로 했던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2050년까지 최대 14기 신규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적극적인 탈원전 정책으로 17기였던 원자로가 현재 3기만이 남았고 이마저도 올해 말 가동을 전면 중단할 계획이던 독일도 폐기 예정 원전의 수명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영국이 2028년까지 가동 중인 원전을 모두 폐쇄할 예정이었으나 가동 연한을 20년 늘릴 방안을 검토 중이며, 핀란드 역시 기존 원전 4기의 수명을 20~30년 연장하고 40년 만에 건설한 5번째 원전 올킬루오토 3호기의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독일 일간지 디 벨트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에너지 위기와의 싸움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원전 찬성론자는 아니지만 폐쇄된 원전을 복구할 수 있고 안전이 보장된다면 지금 하는 것이 완벽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원전 산업 지형도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해외 수출에 참여하는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그리고 한국이다. 다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프로젝트는 급감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러시아와 중국이 대부분을 맡고 있지만 외교적 친분이 깊은 제3세계 국가를 중심으로만 진행된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3세대 원전까지 개발하는 등 앞선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자국 내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서 투자는 물론 원전 산업의 기반이 약화됐다.

원전 종주국으로 평가되는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미국 내 신규 원전 건설이 30년 이상 중단됐다. 특히 세계적인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도 2005년 일본의 도시바에 매각된 후 최신 기술로 자부했던 AP1000에서 안전상 결함이 발견되며 공기 지연, 건설 비용 증가 등의 문제가 생겨 결국 파산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도 수 십 년간 신규 투자가 부족한 가운데 전문 인력이 대거 은퇴하면서 노후화 된 원전 관리 비용이 급증했고 신규 원전 건설도 난항을 겪고 있다. 한때 웨스팅하우스와 양강 구도를 이뤘던 아레바는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프랑스전력공사에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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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1986년 사상 최악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겪은 이후 절치부심하며 개발한 3세대 원자로인 VVER계열 원자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2007년 11월 국영기업인 로사톰을 출범시키고 우라늄 탐사부터 농축, 연료 제조, 원전 설계, 건설, 발전, 해체, 핵폐기물에 이르는 원전 산업의 수직 계열화를 이루었다.

중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원전 시장에 뒤늦게 참여했지만 '일대일로' 전략의 일환으로 대규모 금융 지원 등을 통해 주로 3세계 국가들에 대한 원전 수출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만큼 자국 내 원전 건설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는 1978년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고리 1호기가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1992년 독자 기술로 3세대 원전 APR1400을 개발했으며,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집트 원자력청으로부터 엘다바 원전 사업에 3조 원 규모의 2차 건설 사업인 터빈건물 시공 계약을 따냈다.



문 열린 소형원자로·4세대 원전 시장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원전 기술 중의 하나가 소형모듈원전(SMR)이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의 원자로·증기발생기·냉각펌프 등의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넣어 일체화 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인 차세대 원자로다.

SMR은 대형 원전의 약 10분의 1 수준인 100~300MW 규모로 제작되며 공장에서 미리 모듈로 제작한 뒤 필요한 곳에 설치한다. 따라서 공사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적게 든다.

대형 원전 시장에서 주도권을 상실한 미국은 SMR 개발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0년에 10월 SMR과 차세대 원자로에 7년간 32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SMR의 전신 격인 100㎿급 소형 '스마트' 원자로를 개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97년부터 37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스마트는 2012년 7월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SDA) 인가를 받았다.

4세대 원전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된다.

4세대 원전은 2030년 이후에 실용화될 기술로 원자력의 안전성과 친환경성, 핵연료 재활용과 함께 핵 확산 저항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원자로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투자의 귀재 워린 버핏이 4새대 원전 개발을 선언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높아졌다. 게이츠가 설립한 원전 스타트업 '테라파워'와 비핏 소유의 '퍼시피코프'가 미국 와이오밍주에 약 10억 달러를 투입해 4세대 원자로 SFR을 적용한 원전에서 전기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1997년부터 SFR 원자로 개발에 착수해 2020년에 핵심 기술에 대한 공학적 설계를 완료했다. SFR 기술은 '파이로프로세싱'이라 불리는 건식 핵연료 처리 기술이 적용되며 사용후 핵연료의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기술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