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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드로기 드로기그룹 회장 |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실행력을 높일 창조적 금융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이른바 '드로기 모델'은 금융이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방식이다.
독일 투자·전략자문 회사 드로기그룹의 모델로 기업적 가치를 갖고 있지만 경영난으로 회생이 필요한 기업에 투자와 전략자문, 혁신 프로세스 제공을 병행해 성장궤도에 올려놓은 뒤 수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9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경제혁신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한국형 드로기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 것도 이같은 기업 성장을 위한 금융 모델이 한국에선 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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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비롯해 기업의 본질가치 회복과 성장을 목표로 장기투자 해 자사의 가치 성장을 도모하는 것까지 워렌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와 유사한 면이 많다. 그래서 드로기 회장은 유럽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다.
그러나 드로기그룹은 버크셔해서웨이보다 더 혁신지향적인 투자회사다. 자본 투입만으로 투자 대상 기업의 혁신을 촉진하는 버크셔해서웨이보다 투자기업의 혁신을 보다 더 직접적으로 일궈 내기 때문이다.
변화 관리 프로그램까지 마련해 기업을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이 과정에서 필요 자본을 투입해 성장을 이끈다. '혁신의 실행'을 경영 철학으로 내걸고 있을 정도다. 아울러 투자기업의 성장을 위해 전략자문 등의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도 버크셔해서웨이와 다른 점이다.
드로기 회장은 지난해 말 머니투데이와 독일 현지에서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는 투자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 올바른 방법론을 생각하는 동시에 지속적 성장의 방법도 함께 고민한다"며 "비전, 전략, 운영 프로세스, 조직구조뿐 아니라 기업문화까지도 통합적으로 고려해 어떻게 기업이 내부역량을 유지하며 성장 엔진을 되살릴 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투자자가 아닌 공동창업자의 태도"=컨설턴트 출신인 드로기 회장은 1988년 창업 당시부터 회생이 필요한 기업에 컨설팅에 더해 자기자본까지 직접 투자하는 서비스를 유럽 최초로 도입했다. 컨설팅(Advisory)과 투자(Capital)가 융합된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 독일에서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산업 매니지먼트 영역'과 '투자금융 영역'이 융합된 창조적 금융인 셈이다.
드로기그룹은 이처럼 산업과 금융을 융합한 창조적 투자 모델을 '에버그린 인베스트먼트'(Evergreen Investment)라고 부르고 있다. 투자기업과 함께 언제나 푸른 미래를 꿈꾼다는 의미에서다. 그래서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드로기그룹을 투자사가 아닌 파트너로 부른다.
드로기그룹은 투자자가 아니라 공동 창업자가 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자본 투자 외에도 사업 전략 실행에 필요한 산업 전문성과 노하우도 제공하고, 경영 자원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드로기 회장은 "우리의 철학은 '팔아서 자본이득을 거두는 것'(exit)에 있지 않다"며 "투자기업과 관계를 아주 길게 가져가면서 함께 가치를 키워나가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드로기그룹의 투자 대상 기업은 주로 매출 규모 3000만유로(약 450억원)에서 10억유로(약 1조5000억원) 정도의 중견기업 위주다. 이런 기업들 중 이자·법인세·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률(EBITDA margin)이 마이너스(-) 대에서 10% 이내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
투자기업의 의사결정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주식을 인수하는 것을 중시한다. 혁신의 중앙집중화를 위해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드로기 회장은 "차라리 지분 100%를 인수할 수 있다면 최상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각 기업 포트폴리오 간의 시너지 효과 창출도 중요하게 고려한다.
드로기그룹은 현재 전세계 30개국 125개 기업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으며 2013년 기준 자산가치는 76억 유로(11조원)에 달한다.
한편 머니투데이는 지난 2012년부터 약 2년 동안 드로기그룹을 취재해 왔으며 지난해 말에는 드로기 회장과 독일 현지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이어 오는 4월 23~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4 키플랫폼'에서는 드로기그룹의 마이클 트램 전략자문 대표와 요르그 뉘렌베르크 드로기차이나 대표가 초청연사로 나서 드로기그룹의 운용 철학과 성과를 상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한국형 드로기 모델'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모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