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자율주행 시대 앞당기는 혁신기업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2021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황종덕 조철희 | 2021.03.26 08:00

image
자율주행 시대의 도시 디자인 /사진제공=어플라이드 인튜이션
디지털 시대 일의 미래라고 하면 ‘비대면’, ‘원격근무’를 쉽게 떠올린다. 하지만 비대면과 원격근무로 인해 직접 대인관계가 사라져 팀워크와 창의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에 통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신 통근의 개념이 바뀔 것이다.

‘일하러 간다’(going to work)가 아니라, ‘가면서 일한다’(work on the way)로. 바로 자율주행차 덕분이다. 이동수단이 업무공간이 되는 것. 통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환경은 다시 현재의 도시 인프라와 주거 문화를 와해시킬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 가깝게 와 있고, 소프트웨어의 발전과 동기화 되어 있다. 2017년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돼 자율주행의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전 세계 주요 완성차 제조업체에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 어플라이드 인튜이션(Applied Intuition)의 두 창업자인 카사르 유니스와 페터 루드비히를 화상으로 만나봤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미국 자동차의 고향 디트로이트, 로스엔젤레스(LA), 독일, 일본에 지사를 설립했고, 지난해 한국에도 지사를 세웠다.

자율주행 차량은 차체와 물리적 구동장치라는 하드웨어 이외에 정보를 감지하는 각종 센서들과 그 정보를 바탕으로 인식-판단-예측-제어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로 구성된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쉽고 빠르고 안전한 방법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와 인프라를 제공하고 구축을 돕는다. 또한 신뢰도를 테스트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창업자 두 사람은 미국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시건 출신이다. 카사르는 GM, 보쉬 등 자동차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은 후 두 번의 창업을 통해 회사를 구글에 매각했다. 구글지도팀에서 페터를 만났고 이후 실리콘밸리 대표적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에 입사해 COO(최고운영책임자)까지 승진한 뒤 다시 창업했다.

페터는 ADAS(주행보조시스템·자율주행 초기모델) 연구원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고등학교 때부터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파트타임으로 일하다 대학원 졸업 후 구글에서 구글지도와 안드로이드 오토 개발을 거쳐 카사르와 공동창업을 했다. 자동차,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관련 투자를 통해 필요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한 손에 쥔 최적의 창업자들이 세운 회사인 셈이다.

다음은 두 창업자와의 화상인터뷰 일문일답.

image
카사르 유니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공동창업자 /사진제공=어플라이드 인튜이션

- 자율주행기술 중에서도 개발도구로 창업한 이유는?
▶카사르: 어떻게 하면 자율성 생태계를 확대할 수 있을까 자문했을 때 최상의 도구를 제공하면 자율성이 시장에 더 빨리 닿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건축물을 생각하면 건축기술의 급속한 발달은 도구의 발달이 촉진했다.

- 자율주행 이동수단의 발전 양상과 가시적인 출현 시기는 언제일까?
▶페터: 부분적 자율화로 시작되는데 이미 시작됐다. 이미 공항 수하물 운반 시스템, 공항 셔틀, 대학 캠퍼스 셔틀 등에서 자율주행을 접할 수 있다. 이 작은 출발점들이 조만간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자율 주행으로 이어질 것이다.

완전한 자율성은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느새 향후 10-15년 후에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 어색할 때가 올 것이다. 통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사람들은 사실 운전에 능숙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자율주행은 세계적 추세가 될 것이다.

- 자율주행의 발전에 '시뮬레이션'(모의주행)이 왜 중요한가?
▶페터: 비용 때문이다. 실제 테스트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위험성도 크다. 재현하기 어려운 상황도 많다. 시뮬레이션은 훌륭한 해결책이다. 현실 세계 모사의 정확도만 보장된다면 차량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나타낼 수 있다.

▶카사르: 자율주행체계의 두 퍼즐 중 하나는 바로 데이터인데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데이터 수집, 분석 도구도 제공한다. 테슬라 뿐 아니라 현대나 기아 등 자율주행 차량 제조사는 반드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 우리는 각 자동차 제조사별로 맞춤형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창업자 두 사람이 구글 출신인데 구글은 다량의 데이터 검색과 맞춤형 활용에 탁월하다. 구글 경험과 우리 회사에 모인 세계 각국의 엔지니어, 과학자, 로봇공학자들이 각 자동차 제조사가 자신에 맞게 자율주행시스템을 개발하면서 굳이 실리콘밸리에 대규모 인력을 파견하지 않고도 가능하도록 돕는다.

- 현재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의 장애물은 무엇인가?
▶페터: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은 인식과 동작 계획 영역이다. 인식은 차량이 주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이해하느냐 하는 영역이고. 동작 계획은 주변 세상에 대한 이해가 주어진 상태에서 차량이 무엇을 할 지를 결정하는 영역이다. 완전한 자율주행 차량이 탄생하기 위해서 이 두 가지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직 많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율주행 차량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과정에서 시장에서 구매 가능한 가격에 제조하도록 비용도 동시에 줄여야 한다. 현재 우리의 시뮬레이션 프레임워크가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를 풀어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카사르: 덧붙여 우리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맞는 개발 방법론을 수립하는 과정에도 도움을 준다. 자동차 산업에서 소프트웨어의 개발 주기와 개발 방법론을 수립하는 것은 아직 상대적으로 낯선 개념이다. 우리는 고객사가 최고의 모범 사례를 선택하게 돕는다.

선도업체로 거듭나려면 애플 휴대폰에 삼성의 유리가 사용되는 것처럼 이종 산업의 최고 선두를 활용해야 한다. 우리의 전문성은 자동차 분야 전문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전문가와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자율 주행 체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시뮬레이션이 핵심 서비스이지만 나아가 소프트웨어와 기계적 모빌리티 도구의 융합이 될 것이다.

image
페터 루드비히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공동창업자 /사진제공=어플라이드 인튜이션

- 자동차 자체는 세계적이지만 사용 문화는 지역적이다. 한국의 특징은 어떠한가? 거대 시장인 중국은 타깃으로 생각하는가?
▶카사르: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은 생산국임과 동시에 각기 다른 모빌리티 문화가 있다. 그래서 독일, 일본, 한국에 지사를 각각 세웠다. 한국은 반도체부터 시작해 디지털 기기, 디스플레이, 가전의 최강자다. 관련 없을 것 같지만 문화권별 자율주행 자동차 생태계의 차이점을 좌우하는 큰 특징이다.

미래에는 세계적 차원에서 자동차가 지금의 갤럭시 S21과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때 한국 자동차 생태계에는 큰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어느 누구보다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한국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은 규제가 자국 환경에 집중되어 있고, 지원 인프라도 자국 기업이 대상이다. 따라서 우리의 타깃 시장은 아니다.

- 기존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을 '와해'(disruption)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카사르: 와해보다 기존 가치사슬이 전체적으로 소프트웨어화 하는 가운데 필요성에 의해 새로운 공급업체가 더 생기는 방향으로 강화될 것이다. 현재보다 복잡한 시스템을 보유해야 할 때가 분업의 시작점이다. 자율주행 역시 개발에 필요한 총비용을 자동차 완성품 제조사가 다 맡을 수는 없고 전체 가치사슬이 나눠지는 게 합리적이다. 이 과정에서 가치사슬에 있는 전체 협력사가 자연스럽게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될 것이다.

image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자율주행의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전 세계 주요 완성차 제조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사진제공=어플라이드 인튜이션

- 삼성, LG, SK, 한화 등 한국 주요 대기업과 협력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페터: 그렇다. 자율주행의 적절한 개발과 총비용 감소에는 반도체, 전자, 로봇공학, 배터리, 화학 분야에서의 최강자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앞서 말한 한국 생태계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실리콘밸리가 보편적 소프트웨어의 세계화에 강점이 있다면 결국 시장에 통하는 지식은 주요 생산국 생태계에 있다. 사실 질문에 나온 회사들은 전부 주요 활동 무대가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활동한다. 따라서 한국 생태계에서의 성공이 자동차, 트럭, 건설 장비, 창고 로봇화 등의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 다른 산업으로의 진출 계획은?
▶카사르: 유사 영역을 우선 돕고 싶다. 가장 가깝게는 상용 트럭이다. 또한 방위산업 분야, 창고 물류 등도 우리가 자율주행으로의 발전을 돕고자 하는 영역이다. 건설, 채굴, 농업 분야도 포함된다. 한국은 미국처럼 대형 농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다른 나라들은 우리가 크게 도울 수 있다. 조선의 경우도 많은 대형 자재를 운반해야 하기에 위험성이 존재한다. 여기에 자율주행이 접목될 수 있다. 궁극에 움직이는 모든 것은 우리를 필요로 할 것이다.

- 한국 자율주행 생태계에 대해 조언한다면?
▶페터: 경이로운 기술과 로봇 공학과 자동차를 모두 가진 몇 안 되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가 그간 발전해 온 속도에 대한 경험과 전자공학, 디스플레이, 배터리, 로봇공학이 크고 작은 기업에도 녹아 있는 좋은 생태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를 바란다.

▶카사르: 말하자면 자율주행 생태계 발전 측면에서 식사의 주재료가 갖춰진 셈이다. 이제 재료를 섞어야 한다. 능력도 있고, 회사들도 있고, 열정도 있다. 우리가 크게 돕고 싶다.

- 자율주행 생태계는 규제당국과의 협력도 중요한데
▶카사르: 그렇다. 나라마다 발전 전략이 다르다. 한국, 일본, 독일, 미국은 자동차 생태계 강자들이며 스웨덴과 프랑스도 어느 정도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있고, 규모가 있다. 이들 나라 모두 자체적인 규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최근 일본은 자동차에 자율성을 탑재하는 것을 용이하게 바꾸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전 세계에서 미국 캘리포니아가 규제 측면에서 최적의 장소이고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성 관련 테스트를 한다. 애리조나, 네바다, 플로리다, 미시건 등의 주도 법적으로 자율성 차량 테스트에 우호적이다. 이를 통해 웨이모가 제품 출시에 가까워졌다.

사실 사람이 운전해서 같은 거리를 갈 때 어느 쪽이 더 안전한지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자율주행으로 가는 편이 더 안전하다. 일단 이 사실이 입증이 되면 규제는 급속도로 변경될 것이다. 인프라를 바꿀 필요는 없고, 신호체계 등을 교체해 주기만 하면 된다.

대부분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자를 대신하기 때문에 새로운 이동성 시스템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운전자의 경쟁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들은 인간 운전자를 복제하듯이 신호등을 봐야 하고, 경찰도 봐야 하고, 손 흔들고 있는 사람도 보고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업계 선두 기업들은 지금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 규제 변경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가 활발하긴 하지만 실제로 자율주행 차량이 사용되면 바로 규제가 변경될 것이다. 테슬라는 굉장히 큰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테슬라가 제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변경하고 있다.

image

- 와이컴비네이터에서 COO로 일하다가 창업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카사르: 사실 와이컴비네이터에서 일하다가 창업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와이컴비네이터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사람들한테 창업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매일같이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렇게 멋진 일이면 창업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계기로는 “어떤 일을 매일 할 것인가”라는 자문에서 비롯됐다. 투자자들은 평가를 하는 것이 일상이다. 뭔가를 만드는 게 아니다. 나는 창조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기업을 설립하면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 페터와 나는 와이컴비네이터에서 일하기 전부터 창업을 생각했다.

- 세계 최고로 안정적인 구글을 나와 창업이라는 가시밭길을 택한 이유와 같은가?
▶페터: 그렇다. 그런데 사실 창업이 꼭 위험한 것만은 아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한다고 해서 굶지는 않는다. 그리고 언제든 대기업은 고용을 한다. 망해도 언제든 재취업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런데 대기업에서는 창업과 같은 경험은 할 수가 없다. 바닥부터 시작해서 팀을 구성하고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에 판매하는 일은 대기업에서의 업무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대기업에서 일할 경우 회사에 가면 개발 과정과 도구가 다 있다. 그러면 마음이 협소해지고 주어진 규정을 따르게 되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내가 규칙을 정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식으로 할 수 있고, 따라서 창의적이 되고 실제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의 젊은 엔지니어들에게 창업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권한다.

▶카사르: 창업은 한국 경제에도 좋다. 삼성도 현대도 한 때는 신생 기업이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창업할 필요가 있다. 창업이란 새 집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 조금 더 낫게 만들 수 있다. 한국, 일본, 독일, 그리고 미시건에도 어느 정도 통하는 농담인데 5년 마다 모든 기업이 전직원을 해고하면 모두들 5년 마다 새로 직장을 구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한 곳에서 30년을 일하는 게 최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대기업도 물론 좋다. 배울 것도 많고, 훈련 받기도 좋다. 그러나 사회가 기업가정신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경제에 근본적인 이익으로 돌아간다. 창업을 통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미국을 예로 들면 지난 15년 동안 실리콘밸리 이외의 주식시장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나라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인 미국의 성장은 기업가정신에서 비롯됐다.

신생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성장을 주도하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신생기업을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든 대기업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창업은 보기보다 덜 위험하다. 하지만 인생의 특정 시기에 이르면 필요한 시간이 없거나 창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회사를 차려라. 그 편이 개인적으로도 좋고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혁신과 성장의 씨앗이 돼라.

대담=황종덕 부장, 정리=조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