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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강펀치 IPEF…'美 속내 알아야 韓이 산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1 - "IPEF 심층 분석"

김상희 최성근 | 2022.05.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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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마주보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1/뉴스1
지난 23일 '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가 공식 출범했다. IPEF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처음 제안한 것으로 공급망과 디지털 기술, 청정에너지 등 새로운 교역 의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포괄적 경제 협력체다.

IPEF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논의 단계지만 미국이 경제 통상 분야에서 중국을 지속적으로 견제하고 압박할 수 있는 통합적인 틀을 구성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처럼 심화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현명한 대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IPEF 출범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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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산업에서 중국 고립…인권, 환경 등 취약점도 공략


IPEF에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아세안 국가 등 총 13개국이 창립 멤버로 참여한다.

기존의 FTA(자유무역협정)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의 무역협정이 관세 인하와 비관세 장벽 철폐, 시장 규제 완화 등을 통한 회원국 간 상품과 서비스 시장의 상호 접근성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뒀다면, IPEF는 시장 개방보다는 공급망 재편과 첨단 기술 규제, 노동, 환경, 조세 등에 관한 규제와 규범 도입으로 동맹국 간 새로운 통상 질서 체계를 확립하는 데 비중을 둔다.

이번 IPEF로 미국은 지난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탈퇴한 이후 5년여 만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다자간 경제 파트너십에 복귀했다.

그동안 중국은 RCEP를 출범시켰고 미국 탈퇴 후 새롭게 일본이 중심이 된 CPTPP 가입을 천명하는 등 회원국 네트워크를 통한 시장접근성 확대에 주력했다. 반면 TPP에서 탈퇴한 미국은 기존 다자간 통상협정의 틀 안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고,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한 것이 IPEF다.

미국 정부가 IPEF를 통해 중점을 두는 건 새로운 공급망 구축이다. 미국 정부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품목의 공급망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미국이 필요로 하는 전략물자를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이 주도하는 형태의 보호무역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IPEF를 통해 새롭게 짜일 공급망은 자연스럽게 반도체와 첨단 산업 굴기를 도모하는 중국을 고립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밖에 청정에너지와 환경 기준, 노동과 인권, 조세 체계와 투명성 등 중국이 취약할 것으로 평가되는 분야에 대한 글로벌 통상 규범을 도입함으로써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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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화상으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장관회의'에서 IPEF 출범 의의와 향후 협의 절차 및 추진방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2.5.23/뉴스1



안보 + 경제, 양방향 중국 압박…불분명한 인센티브, 미국 국내 정치는 변수


미국은 이미 안보 분야의 다자간 협의체 '오커스(AUKUS)'와 '쿼드(QUAD)'를 통해 중국을 겨냥한 압박과 견제 망을 촘촘하게 구성해 왔다.

쿼드 4개국은 모두 IPEF 회원국으로 참여한다. IPEF 출범과 쿼드 정상회담이 연이어 진행된 것도 두 협정이 매우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향후 IPEF의 중국 견제 핵심 이슈에 대해 쿼드가 해당 의제에 대한 방향과 성격을 주도하거나, 반대로 쿼드 협의 내용들이 IPEF에서 확장될 수 있다. 또 쿼드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 협의체인 점을 고려할 때 IPEF에서 다뤄질 공급망 재편과 첨단 기술 규범은 경제 논리보다는 안보적 차원에서 다뤄질 가능성도 높다.

다만 이 같은 미국의 IPEF 추진에는 변수가 존재한다. 공급망과 첨단 디지털 통상 규제에 중점을 둔 탓에 기존 통상협정과 달리 회원국들에 대한 인센티브나 보상체계가 뚜렷하지 않다. 특히 IPEF는 모듈형 협의체로 4개 의제(글로벌 무역, 공급망, 탈탄소 인프라, 탈세 및 부패 방지)에 모두 가입하거나 일부 의제에만 참여할 수도 있다. 향후 대중국 견제와 압박 수위에 따라 회원국들의 가입 형태도 선택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중국을 견제하는 강력한 틀 구성에 있어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우세하거나 나아가 차기 대선으로 공화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설계한 IPEF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공화당 의원들은 IPEF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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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일본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미국 주최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브루나이 등 13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포괄적인 경제협력체로 자리매김할 IPEF의 출범을 선언하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했다. (대통령실 제공) 2022.5.23/뉴스1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전문가들 "명분 없고 가능성 크지 않아"


일부에서는 IPEF를 통한 중국 압박이 한국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IPEF에서 새롭게 구성할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할 경우 중국은 그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반도체 수입을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반도체 대중 수출은 전체 반도체 수출의 43.2%를 차지한다.

중국에 의존하는 소재와 부품 분야에서 공급난을 겪을 수도 있다. 대중 의존도가 높은 마그네슘 주괴, 네오디뮴, 리튬 등과 같은 희토류 수출이 언제 어떤 형태로 통제될지 알 수 없다. 비관세 장벽을 활용해 한국 기업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위생검역 강화, 재무 조사 한국 콘텐츠에 대한 한한령 강화, 2025년 만기인 590억 달러 규모의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 거부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중국의 보복 조치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과거 미국이 TPP를 설립할 당시에도 동일한 우려와 불안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13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경제 협의체 가입에 대해 한국만 콕 찝어서 보복하고 제재한다는 것은 중국으로서도 명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명시적인 압박이나 제재에 준하는 조치가 없을 경우 모든 회원국에 대해서 보복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IPEF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나 압박의 수위가 높을수록 회원국들의 참여 강도는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의 보복 조치가 나올 정도의 규제 도입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이 IPEF 회원국으로 참여하겠지만 이것이 반중 연합이 아니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도 한국을 포함한 아세안 회원국들의 높은 대중 의존도를 고려할 때 강력한 반중 연합으로 발전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대만의 참여가 관건인데 대만 참여시 양안 문제가 급격히 악화될 것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대만도 참여를 희망하나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