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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이션 감축법안', 이름값 할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7 -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최성근 김상희 | 2022.08.21 06: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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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지난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상하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Inflation Reduction Act 2022)'에 서명했다. 그는 IRA에 대해 "우리 역사상 가장 중대한 법 중 하나"라며 " 미국 가정에 번영과 진보를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IRA를 둘러싸고 미국 정치권은 물론 재계, 학계 등에서 법안의 효과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IRA 법안이 과연 미국 경제의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IRA는 어떤 법안인가


IRA는 당초 3조 5000억 달러 규모로 계획된 '국가재건법안(BBBA, Build Back Better Act)'의 축소판이다. 초기에 건강보험확대, 의약품가격인하, 기후변화대응, 이민 및 조세제도 개편, 저소득층 지원 등이 포함됐는데 당내 의견 차이로 2조 달러 규모로 축소됐고, 이후 물가 및 증세 우려 등으로 법안 통과에 난항을 겪다 이번에 7400억 달러 규모로 축소된 IRA가 통과됐다.

IRA는 크게 4400억 달러의 '정책 지출'안과 3000억 달러의 '재정 적자 감축' 안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로 기후 변화 대응과 의료비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IRA 재원 마련을 위해 바이든 정부는 연간 수익 10억 달러 이상인 150여 개 대기업들에게 15%의 최저 법인세를 부과하고, 대기업들의 자기주식 취득에 대해 1%의 세금을 부과해 10년간 약 7500억 달러의 추가 세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IRA는 BBBA과 비교할 때 크게 축소됐지만 작년 1월 취임 초부터 기후변화와 의료비 지원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해 온 바이든 정부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상 효과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


법안 통과에 전원 찬성한 민주당은 IRA 법안이 실행되면 앞으로 10년간 3000억 달러의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민간 싱크탱크 책임연방예산위원회(CRFB)는 IRA 법안이 시행될 경우 향후 20년에 걸쳐 미 정부의 재정적자가 약 1조 9000억 달러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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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해소를 위해선 공급 증가와 수요 감소를 유도해야 하는데 재정 적자 감축은 경제 전반의 통화량과 수요를 줄여 결국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IRA를 통해 의료비와 에너지 가격 등 정부 지출을 늘리면 가계의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도 기대한다.

반면 공화당은 IRA가 증세만 할 뿐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은 IRA가 인플레이션을 야기해 온 무책임한 재정 정책을 이중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 지출은 선불로 지출되는 반면 적자를 줄이는 수입은 여러 해에 걸쳐 점진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법안의 이름과는 반대로 악화될 것이며 재정 적자 역시 늘어날 거라고 비판했다.

의료 부문에 대해서도 처방약에 대한 가격 통제가 도움이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을 낮추고, 오바마케어 보조금 확대로 인해 막대한 세금이 보험 회사의 수익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적 성향의 버니 샌더스 버몬트 주 상원의원조차 IRA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메디케어가 제약 업계와 처방약 가격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는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한 영향이 연간 0.033%p 수준에 불과하며 처방약 가격 인하도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의회예산국(CBO)도 IRA 시행으로 오히려 내년 인플레이션을 소폭 상승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안을 둘러싼 케인지언과 고전학파 간 논쟁도 이어져


이번 IRA 법안을 둘러싸고 정부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케인즈학파와 이를 반대하는 고전학파(혹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 간 논쟁도 이어진다.

케인지언으로 알려진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IRA 법안이 증세를 통한 재정적자 감축과 재정지출 확대로 가계의 부담을 완화시켜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는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화에 약 4000억 달러를 투자함으로써 현재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로버트 솔로를 비롯한 126명의 케인지언 혹은 케인즈 이론을 옹호하는 경제학자들은 IRA 법안 통과를 앞두고 국회 서한을 통해 "이 역사적인 법안은 에너지, 건강 관리 및 국가의 조세 체계 강화에 중요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미국 가정의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강력하고 안정적이며 광범위하게 공유되는 장기 경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고전학파 또는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경제학자들은 IRA가 결국 증세를 통해 경기침체를 야기할 뿐 아니라 대규모 정부 지출로 인플레이션을 오히려 자극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컬럼비아 대학교 재정학 석좌교수 글렌 허바드는 IRA의 재정적자 감축 효과는 10년 간 300억 달러에 불과하며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재정 적자의 연결고리가 없고, 인플레이션은 적자보다 경제 불균형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IRA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 고문이자 전 전 의회예산국 국장이었던 더글라스 홀츠-이킨은 IRA의 적자 축소가 5년 이후에야 시작될 것이며, 축소 규모도 23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경제에 비해 너무 작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영향은 미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버넌 스미스, 미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지낸 케빈 하셋, 백악관 예산관리국 국장을 지낸 짐 밀러 등이 주축이 된 230여명의 고전학파 지지 경제학자들은 양당 지도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IRA는 오히려 수요를 증가시켜 즉각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하는 반면, 세금 인상은 투자를 억제하고 민간 부문의 많은 자금을 고갈시켜 공급을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RA, 인플레이션보다 중간선거 승리가 목적?


IRA가 BBBA의 축소판임을 감안한다면 법안의 추진 의도가 애초부터 인플레이션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고려할 때 민주당과 바이든 정부는 기존의 BBBA법안에서 기후 변화 대응과 의료보험 연장을 중심으로 추진 과제들을 집중하는 동시에 재정 지출구조를 크게 축소하는 일종의 타협안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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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IRA는 당장의 인플레이션과는 무관해 보이고 다만 의료비 지원과 함께 서민들의 물가 부담을 축소시키는 차원에서 도움을 줄 것 같다"며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직접적인 효과는 별로 없겠지만 미국인들이 현재 체감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정부가 해결하겠다는 일종의 '시그널링 이펙트'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재빈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IRA가 실제 인플레이션을 감축시킨다는 것과 상관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현재 미국 경제가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 위기는 단기적인 성격이 강한데 IRA는 탈탄소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중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경제체질을 변화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디케어를 통한 처방약 가격 인하도 인플레이션과는 크게 관련은 없어 보인다"며 "다만 현재 인플레이션 문제가 너무 심각하니 정부가 부유한 기업에 대한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해 사상 초유의 인플레이션에 따른 서민 가계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