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中 전방위 압박하는 美…대만·반도체·공급망 이슈 앞날은?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2023 어젠다 인터뷰 시리즈 - ⑤글로벌 전문가 미중 패권경쟁 분석·전망 종합

최성근 김상희 | 2023.03.19 06: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image
키플랫폼이 인터뷰한 미중 관계 전문가들. 왼쪽부터 데렉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크리스토퍼 밀러 터프츠대 교수, 마크 칸시안 국제전략문제연구소 국제안보프로그램 선임고문/사진=각 기관 홈페이지
1970년대 미중 외교의 주역으로서 데탕트 시대를 이끌었던 미 외교가의 대부로 꼽히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미중 갈등에 대해 "양국이 영원한 갈등에 빠진다면 이는 과거 유럽을 파괴한 1·2차 세계대전보다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모두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모습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및 우방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은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연합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패권국 미국은 가장 강력한 도전국인 중국과의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목표 하에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방위적인 대중(對中) 압박을 펼치고 있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미중 갈등은 국제 질서를 이해하는 틀이자 국제 관계와 각 국의 정책을 규정하는 상수로 이미 자리잡았다. 미중 갈등의 본질과 전개 양상, 주변 국가들의 이해 관계 및 역학 구도 등을 파악해야만 냉엄한 국제 질서의 현실 속에서 국가의 생존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

다음달 26~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3 키플랫폼'(K.E.Y. PLATFORM 2023)은 대한민국 경제·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중 패권 경쟁을 집중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갈수록 첨예하게 날을 세우는 양국은 각각 어떤 전략적 선택이 가능한지, 두 강대국의 패권 다툼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현명하게 대응할 지를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해 살펴볼 예정이다.

콘퍼런스에 앞서 키플랫폼이 인터뷰한 미중 관계 전문가들은 양국 간 갈등이 전쟁과 같은 극단적 상황까지 갈 가능성은 적게 보면서도 새로운 국제 질서에 맞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전문가들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간 더 견고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age
(로이터=뉴스1) 정윤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미중 대면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래 시 주석과 5차례 전화통화나 화상회담을 했지만 정상으로서 직접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중 간 협약 통해 대만에서 전쟁 막아야


미국의 대표적인 안보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국제안보프로그램의 마크 칸시안 선임고문은 키플랫폼과의 인터뷰에서 워게임(가상 전쟁 시뮬레이션 훈련) 결과 미국이 승리하지만 양국 모두 큰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과거 냉전 시대를 거치며 전쟁 발생 가능성을 줄이도록 고안된 협정 등의 장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이 현실화하면 미국은 국제적 지위가 훼손되고 중국은 공산당 지배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며 "군비 조약, 핫라인 등 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광범위한 협약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칸시안 선임고문은 미중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해 "만약 중국이 대만을 기습 침공한다면 대만 방어를 위한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대만이 독립선언을 하는 등 선동을 해 침공이 이뤄진다면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미중 간 경쟁 중에서 반도체를 가장 첨예한 부분으로 꼽으며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선임연구원이자 아시아와 미국 경제 관계의 권위자로 중국 베이지북(China Beige Book)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참여하고 있는 데렉 시저스 박사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경쟁에 대해서 "10년 전까지만 해도 반도체 공급망은 중국 없이도 건재했다"며 "다시 중국을 배제하고 공급망을 구축한다 해도 시장은 여전히 건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우려되는 문제는 보조금 전쟁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한 수 위에 있고 모든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의 급증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자국 반도체 업계에 제공하는 막대한 보조금을 문제삼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거나 기술 측면에서도 반도체 장비 등의 수입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중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국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동맹국 차별하는 IRA 수정해야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와 맥킨지 등이 올해의 경영서적이자 베스트셀러로 선정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화제의 책 <반도체 전쟁>의 저자인 크리스토퍼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여러 나라들로부터 보호무역주의라는 비판을 받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서 "동맹국 기업을 차별하는 IRA 정책은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러 교수는 "중국을 완전히 배제한 공급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 일본, 캐나다와 다른 국가들은 희토류나 기타 광물과 같은 주요 소재와 부품에 대해 중국과 같이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중국을 배제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중국이나 다른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들 중 우리의 의존도가 너무 높은 곳은 어디이며, 어떻게 줄일 수 있느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對) 중국 및 아시아 정책 전략 전문가인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공급망 전략에 대해 미중이 서로 '디커플링'(탈동조화) 중이지만 중국을 미국에 더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미국에 좋은 전략이라며 색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을 미국에 더욱 의존하게 만드는 전략적 재결합이 중국 정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커플링과 함께 중국에 대한 전략적 재결합이 잘 수행된다면 미국의 중국에 대한 레버리지를 확대할 수 있다면서 "전략적 재결합을 위해서는 수출을 규제하기보다 핵심 분야에서 중국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유지하거나 심화시키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