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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종식된 후 가자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56_"가자지구"

최성근 | 2023.11.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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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16일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군 탱크가 가자 지구 인근에 집결해 있다. 2023.11.1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지 40일을 넘어서고 있다. 지상전 이후 이스라엘은 무려 1만 4000회에 달하는 공습을 감행해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는 1만 10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여론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최근 인도적 교전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제사회의 중재 속에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인질 석방과 일시적 교전 중지를 위한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휴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축출된 후 가자지구의 미래 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끝난 후 가자지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과 함께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하마스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로 대체하려는 미국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Two States Solution)'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책임지고 있는 온건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전후 가자지구를 통치하기를 원하고 있다.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끝나면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서안지구와 통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에 반대하는 동시에 하마스를 제거하고 가자지구에 서안지구의 권력을 그대로 이식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그는 당장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안보와 거버넌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국제기구들이 참여하는 임시조치들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팔레스타인은 1994년에 출범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산하에 정부 조직이 있고, '파타', '하마스', '제3의 길', '팔레스타인 인민당' 같은 여러 정당들이 있다. 중도 온건 성향인 파타는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대표하는 집권당이다. 반면 무장정파인 하마스는 2006년 총선에서 파타를 누르고 가자지구를 통치해왔지만 노선 갈등 등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갈등을 이어왔다. 현재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정부 대표로서 인정하는 것은 서안지구에서 파타가 이끌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WINEP)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전쟁이 끝난 후 최소 3년 후부터 점진적으로 정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자지구를 통치할 과도정부를 수립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전후 가자지구의 통치권을 이양받을 수 있을 지 의문도 제기된다. 자치정부를 이끄는 파타는 부정부패와 무능으로 가자지구 주민들로부터 지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의 비무장화와 급진세력 억제에 실패했다며 이러한 구상에 반대한다. 또한 하마스와 연계된 주민도 많아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다시 통치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최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모하마드 취타이예 총리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등 정치적 대가없이 가자지구를 통치할 경우 이스라엘과 미국의 하청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통제권을 장악하려는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미국과 생각이 크게 다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의 비무장와 급진세력 억제에 실패했음을 지적하며 전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치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도 가자지구를 공백으로 남겨둘 수 없다며 하마스와 같은 세력이 다시 등장하지 못하도록 당분간 강력한 군대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현도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기회에 하마스 세력을 쓸어버리고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의 통치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가자지구를 통제하겠다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결국 제 3의 세력을 정부로 세우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통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네타나후의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어느 단체가 내정을 책임지든 이스라엘은 완전한 보안을 책임질 것이다.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모든 물품은 이스라엘에 의해 철저히 감시되고 이스라엘 보안군은 언제 어디서든 가자지구에 진입해서 잠재적인 위협을 제거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가자지구를 이스라엘이 통제한다는 구상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 가자지구에서 수행하는 터널에서의 전쟁도 이스라엘에겐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터널에서는 야시경과 무전조차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작전 수행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전쟁 이후에도 터널이 도처에 깔려있는 가자지구를 이스라엘이 전부 통제하고 장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구상에 가깝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나 하마스 대신 가자지구를 통치할 제 3의 세력이 누구인지 구체적인 대안이도 없어 보인다. 남부지역으로 강제 소개시킨 피난민들을 어떻게 다시 이주시킬 것인지, 철저히 파괴해버린 가자지구의 인프라는 어떻게 재건할 것인지에 대한 해결책도 없다는 지적이다.

성일광 고려대학교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는 "이번 전쟁은 짧으면 2~3주면 끝이 날 것으로 본다. 지금 네타냐후가 가자지구에 대한 완전한 안보통제와 제3의 세력에 의한 통치를 주장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말고는 사실 대안이 없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가자지구 밖으로 강제 이주시키겠다는 주장은 순전히 국내정치용이다. 이미 2005년도에 철수를 한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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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본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16일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군이 서안 지구 헤르본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의 주택으로 진입을 하고 있다. 2023.11.1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주변국들은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전후 가자지구 통치를 위해 1)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을 배치하는 방안, 2)1979년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을 모델로 한 평화유지군 설립 방안 3)유엔이 임시적으로 가자지구를 감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후 이스라엘이 철수한 뒤 가자지구를 재건하려면 당분간 질서와 치안유지를 위한 다국적군 또는 평화유지군의 주둔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반이스라엘, 반미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서방 중심의 다국적군이 가자지구에서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유엔 참여 시나리오는 전후 복구와 함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민주적으로 치러지는 선거를 통해 정부를 수립하는 데 있어서 유엔이 지역 파트너들과 함께 가자지구의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현재 유엔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유엔이 주도하는 평화유지군 구상에 반대할 수 있다.

1979년 당시 평화협정을 통해 미국은 4개국 이상의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꾸려 민간감시단과 함께 시나이반도에 파견했는데 이스라엘은 현재 이를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본다. 미국과 서방세계가 다국적군을 구성하되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아랍권 국가들이 평화유지군에 참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근동정책연구소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출구전략이 성공하려면 이집트, 요르단, UAE, 바레인, 모로코 등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아랍 5개국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다만 미군을 테러 위협이 상존하는 분쟁지역에 배치할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정부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미군의 참여가 어렵다면 다국적군을 주도할 리더가 없기 때문에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 아랍권 국가들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그에 대한 정치적 타협없이 가자지구 재건 또는 평화유지군 참여는 불투명해진다.



네타냐후가 실각한다면 새로운 변수가 될까?


현재 가자지구의 전후 구상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이 크게 달라서 접점을 찾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철군 이후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피해가 전세계에 알려지면 유럽 등지에서 이슬람 극단세력의 테러행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1993년 오슬로협정대로 전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추진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

변수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강력히 반대하는 네타냐후 정부의 실각이다. 현재 네타냐후 정부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들의 여론도 상당히 부정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 국민의 80%는 하마스 공격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지지율에서도 전시 내각에 참여 중인 전 국방부장관이자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에게 크게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전후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내각이 온건파로 교체된다면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고 장기적 차원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한다는 오슬로협정의 부활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박현도 교수는 "네타냐후 대신에 베니 간츠나 온건한 총리가 집권한다고 해도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이미 이스라엘 자체가 오랫동안 우경화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대팔레스타인 정책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성일광 교수는 "전쟁이 어느 정도 종료되면 네타냐후 총리가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보다 온건한 정권으로 교체가 된다면 미국이 주장하는 원칙들과 국제사회의 요구에 따라 팔레스타인 문제가 현재보다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