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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대리전?…세계 이목 집중되는 대만 총통 선거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59_"대만 총통 선거"

최성근 김상희 | 2023.1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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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로이터=뉴스1) 김예슬 기자 =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부총통이 7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유세 중인 모습. 대만 총통 선거는 내년 1월 13일에 실시될 예정이다. 23.12.0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글로벌 패권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대만 총통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한 양상을 띠면서 세계가 선거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당초 독립을 주장하는 집권당인 민진당의 라이 칭더 후보의 우세가 점쳐졌다. 그러나 폭스콘 창업자인 무소속 궈타이밍 후보가 자진 사퇴하고,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던 제1 야당 국민당의 허우 유이 후보와 제2 야당 민중당의 커 원저 후보의 단일화도 최종적으로 실패하면서 선거는 민진당, 국민당, 민중당의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단일화 실패 직전 3당의 지지율은 20%대 후반으로 비슷했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친중 대 반중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국민당과 민진당의 양당으로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진당 라이 후보의 지지율이 38.3%로 1위를 달리고 있고, 국민당 허우 후보의 지지율도 31.4%로 상승했다. 반면 민중당 커 후보는 14.8%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대만 총통 선거의 진행 상황과 핵심 쟁점을 짚어보고 선거 결과가 향후 미중 관계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경제·외교·안보·中 개입·2030세대 표심…변수 산적


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안은 양안 관계로 대표되는 외교 안보 문제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대만 통일을 역사적 과업으로 내세우는 중국 시진핑 정부의 군사적 위협은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대만을 겨냥한 군사적 위협을 지속하고, 특히 지난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문했을 때 대만 주변 해협을 봉쇄하면서 안보 위협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만 국민 여론도 중국 위협에 민감하다. 2019년에는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중국의 강경 진압 등으로 반중 여론이 팽배했다.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민진당 출신 차이 총통은 재임 기간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미국산 무기 수입을 적극 추진했다. 미국 국방안보국 FMS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2022년 대만은 87억 5000만 달러의 무기를 수입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외교 안보 이슈가 반중 여론에 치중됐다면 경제 이슈는 친중에 가깝다.

대만은 TSMC로 대표되는 반도체 산업의 호황에 힘입어 2022년 1인당 GDP가 3만 5510달러를 기록해 한국, 일본을 추월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만은 크다. 반도체 산업은 고용유발효과가 낮은 데다, 산업구조가 반도체에만 편중돼 청년 실업과 저임금이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청년실업률은 11%에 달하며, 대졸자 평균 월급은 135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생활 물가와 부동산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은 크게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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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정윤영 기자 = 대만 타이베이 타오위안에서 유권자들이 대만 국기를 흔들고 있는 모습. 2023.10.10.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더욱이 중국은 대만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로서 수출의 42%, 수입의 22%를 의존한다. 최근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의 영향으로 대만 경제 피해도 가중되면서 친미 정책을 추진하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대만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변수로는 중국 정부의 개입이 꼽힌다.

중국은 친중 후보 단일화 압박을 위해 궈타이밍 후보가 설립한 폭스콘을 압수수색했고 결국 자진 사퇴를 이끌어냈다. 또 최근 지역 정치인들을 포함한 대만인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 여행을 다녀오도록 후원하고, 대만 기업인에 대한 세무조사, 대만산 농산물의 중국 수출 제한, 중국 관광객의 대만 여행 지원 등 중국 정부는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2030세대의 표심도 선거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실업과 저임금으로 경제적 불만이 큰 2030세대는 현재 민중당의 커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집권 가능성이 높은 양당으로 표가 쏠리면서 민중당에서 이탈한 2030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을 보인다.

총통의 러닝메이트인 부총통에 대한 호감도 역시 변수로 주목된다. 김영신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는 "국민당 부총통 후보인 자오샤오캉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샤오메이친 민진당 부총통 후보는 주미 대만대표부 외교관 출신으로 친미 성향이 매우 뚜렷해 인기몰이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만 선거 결과…미중 관계·한반도 정세에도 영향


전문가들은 민진당 후보가 총통에 당선될 경우 대만의 독립 주장과 중국의 침공 위협이 커지면서 미중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민진당 집권 시 현재와 같이 대만 해협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며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해 온 미국 입장에선 민진당의 집권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고, 반면 중국은 독립을 주장하는 대만과 이를 지키려는 미국과의 관계 모두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친중 성향 국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중국 위협은 줄고 대만 문제가 미중 갈등의 주요 사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

민 교수는 "국민당 집권 시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대만 문제로 충돌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중국은 국민당 집권을 선호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미중 전략 경쟁은 대만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큰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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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대만 문제가 불거지고 중국 위협론이 고조돼야 동맹과 연합해서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할 외교 안보 전략의 명분이 생긴다"며 "그런데 국민당이 집권하게 되면 이런 논리와 명분이 약화될 수 있고, 대만 대신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위협을 새롭게 부각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양안 관계가 악화되면 한반도에도 주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민진당 후보가 당선돼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 주한미군의 참전과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으로 한반도의 안보 불안이 덩달아 커질 수 있다. 반면 국민당이 집권할 경우엔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들이 대체로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파도' 편집장은 "민진당이 집권하면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미중 갈등도 심화하면서 한반도의 긴장과 안보 불안도 높아질 수 있다"며 "반대로 국민당이 집권하면 지정학적 리스크는 완화될 수 있지만 국민당 정부가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대만 관계는 소원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