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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日 혁신 생태계…韓 스타트업, B2C에서 기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인터뷰 - 필립 빈센트 플러그 앤 플레이 재팬 CEO

김상희 | 2024.02.18 06: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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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빈센트 플러그 앤 플레이 재팬 CEO/사진제공=플러그 앤 플레이 재팬
일본은 기계, 전자 등 다양한 산업에서 글로벌 강자다. 하지만 디지털·모바일 시대 들어서는 이러한 경쟁력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정적인 산업구조가 혁신을 수용하는데 독이 됐고, 그간의 성장을 통해 만들어진 평생 고용, 위험 회피, 집단 사고 등의 문화는 기업가 정신의 부족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일본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달라지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말, 향후 5년간 일본 내 스타트업 수를 10배로 늘리는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며, 일본 기업, 대학도 이에 부응해 혁신 생태계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분다.

많은 스타트업, 혁신 생태계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러한 변화가 한국 스타트업과 혁신 생태계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우수한 기술력과 인구 1억 명이 넘는 시장은 우리 기업의 성장과 글로벌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는 혁신 생태계 플랫폼인 '플러그 앤 플레이 재팬'의 필립 빈센트 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혁신 생태계의 변화와 한국과의 협력 기회에 대해 들어봤다.



혁신 생태계 바라보는 눈 달라진 일본


-일본은 전자, 기계,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혁신을 선도해 왔지만 디지털·모바일 시대에는 혁신이 뒤진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실제 일본 혁신 생태계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일본은 다른 선도 국가들만큼 현대적인 개방형 혁신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역사적으로 최근의 일본은 경제가 매우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세계 여러 곳에서 나타난 것처럼 가속화된 혁신에 대한 긴급성과 스타트업의 중요성을 키우지 못한 것입니다.

또 일본 스타트업들은 그 자체로 글로벌 진출에 대한 관심 부족, 성장 자금 부족, 멘토링과 커뮤니티, 인센티브 등 전반적인 생태계 지원 부족, 스타트업으로서 일상적인 생계 어려움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존 기업들이 혁신의 가속화를 위해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정부도 스타트업 지원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학들도 기업가 정신에 관한 교육을 늘리고 있습니다.

-일본 혁신 생태계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요?

▶인재와 높은 연구 개발 수준이 강점입니다. 특히 딥테크, 첨단제조 및 로봇공학, 생명공학, 생명과학 등의 산업이 강합니다. 오픈 이노베이션,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을 지원하고자 하는 대기업이 있고, 최근에는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영향력 있는 지원군으로 등장했습니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대규모 시장은 일본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지난 몇 년 동안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 투자자, 스타트업 친화적 공간, 외국인 직접 투자, 세금 인센티브(비자) 등 기업가가 더 쉽게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주요 구성 요소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언어와 문화적 장벽으로 인해 여전히 국경 간 협력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있으며, 기업 지배구조와 계층 구조로 인해 기업 내 신규 사업과 스타트업과의 협업 등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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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원천기술, 소재, 부품, 장비 산업 등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강점은 혁신 생태계와 스타트업 성장에 어떻게 활용되나요?

▶이러한 분야의 강점은 연구 시설, 대학 또는 기업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촉발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1인당 연구비 지출이 가장 높으며 창업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많은 혁신을 낳았습니다. 연구 및 품질에 대한 노하우와 많은 수의 IP(지식재산권)는 딥테크 스타트업을 위한 좋은 기반이 되고, 동시에 스타트업 기술 제조를 지원하는 데도 좋습니다.



"일본 스타트업 B2C 서비스는 소수…한국 기업에 기회"


-한국과 일본의 스타트업이 협력하면 어떤 분야에서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본과 한국은 서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사업을 확장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좋은 선택입니다.
일본과 한국 모두 고령화, 출산율 감소 등 인구 문제를 겪고 있는데, 위기는 혁신을 낳습니다. 인구 문제는 의료, 보험, 디지털 혁신 등의 직접적인 솔루션이 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양국 스타트업이 서로에게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유망 분야는 무엇인가요?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시장 진출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기업용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비즈니스 효율성을 위한 디지털 솔루션과 고품질 B2C(기업 대 소비자 비즈니스) 서비스 전반입니다. 많은 일본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B2C 서비스는 아직 소수에 불과합니다. 다만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일본에서는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고, 불만을 잘 표시하지 않는 일본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피드백을 성공적으로 수집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일본 스타트업의 경우 딥테크 등 아직 상용화하지 않은 첨단기술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해외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과 일본 스타트업이 내수 중심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첫째 글로벌 마인드입니다. 글로벌하게 진출하려는 욕구, 추진력, 동기가 필수입니다. 그런 다음 시장 조사와 현지 기관 및 이해관계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해외 시장의 침투성을 측정하는 게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는 것입니다. 팀은 다양하고 개방적이어야 합니다. 기업문화가 세계화를 촉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