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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미일 안보 동맹이 강화되는 배경을 살펴보고 일본의 오커스 참여를 둘러싼 양국의 방위산업 협력 실태를 짚어봤다.
일본의 오커스 합류 등 진화된 미일 안보 동맹 최근 미일 양국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 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 정상은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 방침은 물론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 신설에 공감하고 유사시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상호운용성 강화를 위한 지휘·통제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현재 하와이에 주둔 중인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에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주일 미군에 일종의 '미일 연합사령부'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2025년부터 정기적으로 미국, 일본, 영국의 합동군사훈련을 갖는데 합의했다. 이로써 그동안 평화헌법에 의해 자국 방어만 가능했던 일본 자위대가 미일 연합 작전을 통해 타국을 향한 군사작전에도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일 간 군사 정보의 공유와 미사일 관련 협력도 강화됐다. 양국은 미일 공동 정보 통제소(BIAC)를 포함, 정찰위성, 유무인 정찰기, 레이더 등을 통해 수집된 군사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기로 했다. 또한 일본은 도입 예정인 미국산 토마호크 미사일의 운용 능력을 획득하고 극초음속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요격체계 개발도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해 일본은 미국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사상 처음 수출했는데 향후에도 양국은 미사일 공동 개발 및 생산을 추진하기로 했다.
가장 주목된 것은 인도·태평양 안보협력체인 오커스에 일본의 참여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오커스는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만들겠다는 기치 아래 미국과 영국, 호주가 2021년 설립한 안보 동맹이다. 오커스는 중국 견제를 위해 재래식으로 무장한 핵추진 잠수함을 호주에 제공하는 '필러 1'과 퀀텀 컴퓨팅, 인공지능(AI), 극초음속 무기, 전자전, 수중전, 사이버전 협력 등 첨단 군사역량을 공동개발하는 '필러 2'를 추진한다. 오커스 국방장관 회의에서 언급된 일본의 필러 2 참여가 가시화할 경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일본의 역내 안보 역량과 입지는 획기적으로 진전될 수 있다.
이러한 미일 안보 동맹의 강화 조치는 향후 일본의 '보통국가화'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미일 동맹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일본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한 단계 진화해 미일 연합 전력을 기반으로 향후 일본 자위대가 역내에서 중국 견제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 2008년 테러와의 전쟁 이후 글로벌기지 재배치를 추진하면서 일본을 중간기지화 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2010년 이후 시진핑이 집권한 중국의 안보 위협이 부상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과의 안보 협력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일본 아베 정부는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 전략)'을 수립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도 대중국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일본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국가안보전략으로 공식화하기에 이른다.
일본의 오커스 참여도 대중국 견제를 위한 인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지정학적으로 미국은 중국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태평양 미군사령부도 하와이에 위치해 있어 대만해협 등 역내 위기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 더욱이 최근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동시에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홀로 중국을 견제하기에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안보적으로도 첨단 무기 개발에 함께 할 수 있는 미국의 동맹국은 극히 한정돼 있는데 일본은 소재와 부품 등 무기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생산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어 최적의 파트너로 꼽힌다는 분석이다.
이기태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실장은 미일 안보 협력의 가장 큰 동인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비롯한 중국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면서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해서 기시다 총리는 '대만 유사가 곧 일본 유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미국 역시 미중 전략경쟁에서 일본이 이 지역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해왔고, 일본이 여기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 내에서 여야당, 국민들이 모두 일본의 안보에서 일본의 적극적 역할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는 점이 크다"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인태 전략의 일환으로 오커스에 참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했고 오커스 회원국들이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에 화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커스의 필라2 참여는 핵잠수함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 걸친 무기 개발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도 방산 관련 일본의 기술력을 인정하기 때문에 오커스 필라2의 참여를 회원국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최대 방산업체 BAE시스템즈가 아시아 총괄 본부를 말레이시아에서 일본 법인으로 이전할 방침이다. BAE시스템즈는 일본, 영국, 이탈리아 3국이 추진하는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을 위해 미쓰비시중공업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일본 법인의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1위 방산기업인 미국의 록히드마틴도 아시아 총괄 기능을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일본으로 이전했다. 록히드마틴은 지대공 유도탄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과 스텔스 전투기 F-35 등을 일본군에 납품해왔다. 미국의 L3 해리스도 2022년에 일본 법인을 설립했고, 프랑스의 탈레스 역시 일본 현지 방산업체와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방산 대기업들이 일본으로 거점을 이동하는 것은 향후 일본이 방위 산업 시장에서 역할과 비중이 커질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지난해 국방비를 역대 최대인 6조 8219억 엔을 책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1.3배 증가한 규모이며, 11년 연속 증액이다. 기시다 총리는 2023~2027년 5년간 방위비 예산 총액을 현행(2019~2023년)대비 1.5배 증가한 43조 엔으로 늘릴 것을 공표했고 이는 GDP대비 2%를 상회한다.
일본의 방위산업은 그동안 평화헌법은 물론 무기수출과 관련한 법·제도적 규제와 부정적 여론 등으로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100여 개 이상의 일본 기업이 방위산업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일본의 방위산업은 국내 시장에 대부분 한정돼 있어 규모의 경제와 비용의 효용성을 달성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일본의 방산업체가 제조한 무기체계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장비들이 많다는 평가다. 일본의 방산업체들은 소재와 부품에서 핵심 기술을 갖고 있지만 실전 능력이 검증된 무기를 제조하는데 있어서도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글로벌 방산업체들은 일본에 거점을 마련함으로써 방위산업의 공급망 구축에 있어 일본 반산업체들의 우수한 소재·가공 기술을 활용하는 동시에 제조 인프라를 활용해 공동 생산까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욱 연구위원은 "방위산업에 있어서 일본은 기술력은 갖고 있지만 실전에 필요한 무기를 개발하지도 못하고 비싼 무기체계만 보유하면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마치 갈라파고스처럼 지내왔다. 미국은 일본의 오커스 참여를 통해 핵심 기술을 가진 일본 기업들을 일종의 하청업체로 삼고 공동생산을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본은 개별적인 무기 수출이 힘든 상황에서 오커스에 합류할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방산 공급망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기 때문에 결국 미일 양국이 서로 윈윈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기태 국제전략실장은 "향후 인태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전략은 과거 미국 중심의 양자동맹(hub and spoke)체제였다면, 이제는 '미일 동맹'이 중심이 되고 소다자 안보협력(한미일, 미일필, 미일호 등)이 중층적으로 형성되는 '격자형' 동맹 네트워크로 재편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커스에 일본 참여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최근 일본이 '방위장비이전 3원칙'의 운용지침을 개정하면서 무기수출 확대를 통한 방위산업 육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향후 일본과 미국의 무기 공동 개발과 상호운용성 강화 등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