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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정당 선전 유럽…"극단적 우경화 가능성 낮지만 리더십·佛 총선은 변수"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80_"극우 정당 선전한 유럽의회 선거"

최성근 김상희 | 2024.06.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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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AP/뉴시스] 9일(현지시각) 덴마크 코펜하겐의 정부청사에서 사회인민당(SPP) 지지자들이 유럽의회(EP) 선거 출구 조사에 환호하고 있다. EP가 발표한 각국 출구 조사 결과,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폴란드 등 인구 규모가 큰 주요국의 극우와 포퓰리즘 계열 정당이 의석수가 크게 늘면서 지금까지 중도파가 이끌던 유럽연합(EU) 정치 지형의 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2024.06.10. /사진=민경찬
최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 정당들이 급부상했다. 유럽의회는 유럽연합(EU) 입법기관으로,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유럽의 극단적 우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다수 전문가들은 유럽의 상황과 시스템을 고려할 때 극단적 우경화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들이 약진한 배경을 짚어보고 선거 결과가 미칠 영향을 전망해 봤다.



극우 정당 약진 배경…경기 침체·이민자 유입·환경 규제


6~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 극우 성향 정당들이 약진했다.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은 약 32%의 득표를 얻어 단일 정당으로는 최초로 30% 이상 득표율을 기록했다. 집권 여당인 '르네상스당(RE)'는 15% 득표율에 그쳤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선거 직후 의회 해산을 선포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에선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이 29%의 득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019년 선거 지지율은 6%였다. 독일은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약 16%의 득표를 얻어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 연합(30%)의 뒤를 이었고,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은 14%를 얻는데 그쳤다.

이 같은 극우 정당 약진 배경으로는 침체된 경제 상황이 꼽힌다. 유로존은 지난해 3·4분기 연속 -0.1%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냈고, 지난 1분기 성장률도 0.3%에 머물렀다. 반면 지난 4월 물가상승률은 2.4%에 달해 저성장 속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유럽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이민자들의 유입도 극우 정당의 입지를 키우는 데 한몫 했다. 유럽은 기존 중동, 아프리카에서 유입되는 난민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난민이 몰려들면서 사회·경제적 문제가 되고 있다. 극우 정당들은 일자리와 주택 부족 문제를 이민자 문제와 결부시켜 경제난과 전쟁 피로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의 반이민 정서를 자극해 정치적 입지를 넓혔다.

화석연료 보조금 삭감과 살충제 규제 등 EU 환경 정책도 극우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농산물 생산 비용은 급등한 가운데 가격은 통제되는 상황에서 EU의 환경 규제는 농민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극우 정당들은 환경 규제가 과도함을 주장해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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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AFP=뉴스1) 강민경 기자 =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RN) 대표가 유럽의회 선거 종료 다음날인 10일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6.10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파리 AFP=뉴스1) 강민경 기자


실질적 권한이나 역할 적은 의회…극단적 우경화 가능성은 낮아


이번 선거 결과 극우 정당이 약진했지만 유럽의회의 성격과 구성 등을 고려하면 유럽의 극단적인 우경화가 이뤄지긴 어렵다는 평가다.

강유덕 한국외국어대학교 LT학부 교수는 "유럽 의회를 주도하는 1, 2, 3위 정당을 합하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데 이들은 중도 계열로 서로 대립하지 않고 대부분의 정책 의제에 있어서 협력한다"며 "따라서 극우 정당 의석이 늘어났다고 해서 유럽 의회 전체가 좌지우지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럽의회는 개별 국가의 여러 정당들이 정치그룹을 이루고 연대해야 하는 구조로, 각국 극우 정당 간 연합이 쉽지 않다는 점도 유럽의회의 극단적 우경화가 어려운 이유다. 또 유럽의회는 외교 안보 사안에 대해 개별 회원국들이 결정하거나 정상들이 모이는 '각료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를 통해 결정하기 때문에 의회가 실질적인 권한이나 역할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환경에 대한 정책 등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정훈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극우 정당이 득세했다고 해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없어진다거나 다른 유럽 국가들의 안보 위협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만약 EU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거리를 둘 경우 EU 전체의 통합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수준의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미 결정된 환경규제나 시행 중인 정책에 대해서 이를 후퇴시키거나 철회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선거에서 우파에 대한 지지가 확인됐기 때문에 기존의 정책은 큰 틀에서 유지하되 새롭게 나올 세부 정책은 속도나 수준 등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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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유럽연합(EU) 행정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2024.6.1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베를린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불확실성 커진 리더십·프랑스 조기 총선은 유럽 사회 영향 미칠 변수


이처럼 극단적 우경화 가능성은 낮게 보지만 유럽의회의 리더십과 주요국인 프랑스의 조기 총선은 향후 유럽 사회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EU 27개국 회원국은 17일 비공식 정상회의를 열고 의회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차기 EU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 구성 논의에 나선다.

현재 집행위원장인 독일 국방장관 출신 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연임 의사를 밝혔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우파적 성향 집행위원장과 지도부가 구성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5년간 탄소중립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 EU 전체를 이끌어 온 폰데어라이엔의 영향력과 입지를 고려할 때 재임에 대한 불확실성은 유럽 전체의 리더십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30일로 예정된 프랑스의 조기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이 승리할 경우 마크롱 대통령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독일과 함께 EU를 주도해 온 마크롱 대통령의 리더십의 불확실성은 EU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