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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 잡은 이스라엘? 리스크도 커져"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94_"전선 확대하는 이스라엘"

김상희 최성근 | 2024.10.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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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AP/뉴시스] 10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한 건물이 파괴돼 있다. 2024.10.11. /사진=민경찬
가자지구에서 1년 넘게 전쟁을 치러온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이란의 후원을 받는 무장세력들)을 상대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헤즈볼라의 핵심 전력과 지도부에 타격을 가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승기를 잡은 모양새지만, 이스라엘 역시 전쟁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이스라엘의 전선 확대 상황을 살펴보고 이로 인해 맞이할 수 있는 리스크를 짚어봤다.



출구전략 없는 이스라엘의 복수혈전


이스라엘이 최근 자국을 향해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한 이란에 재보복을 선언하면서 '제5차 중동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복 시점이나 강도, 목표물 등은 아직 미지수지만 여러 차례 보복을 선언한 만큼 조만간 고강도 군사작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저항의 축에 대한 공세도 이어진다. 헤즈볼라에 대해 대원들의 무선호출기 폭파, 사무총장 하산 나스랄라와 지도부에 대한 표적 공습, 레바논 대규모 공습과 지상작전 등으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또 1700km 떨어진 예멘의 후티 반군 군사시설을 공습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선이 확대되고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스라엘이 출구전략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당초 내세웠던 하마스 궤멸이라는 목표가 이란과 저항의 축으로 바뀌면서 전쟁은 끝을 알 수 없게 됐다. 지난 1년 동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공격했지만 하마스는 아직 건재하다. 또 헤즈볼라 무장해제를 통해 북부지역 안정화를 꾀하겠다고 했지만 작전 목표가 불분명하고 향후 휴전에 대한 계획도 보이지 않는다. 도시 전체를 포위했던 가자지구와 달리 레바논 지상작전은 산악지형과 땅굴 등 지형적 측면에서 리스크가 커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스라엘군 피해도 커질 수 있다. 외교적 해법도 찾기가 어려워졌다. 전투가 격렬해지면서 가자지구 인질교환과 휴전 협상은 사실상 실패했다. 더욱이 이스라엘이 북부지역 주민들의 안전한 귀환까지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지속하겠단 입장이어서 당분간 국제사회의 외교적인 해법도 작동하기 어렵다.

성일광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독일이 유대인에 대해 자행한 대학살) 이후 처음겪는 민간인 학살이라는 일종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혀있다. 협상이나 출구전략은 추후에 고려할 문제이고 지금은 최대한 쓸어버릴 기회로 보고 있기 때문에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도 전쟁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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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르다니예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9일(현지시간) 레바논 와르다니예에서 헤즈볼라와 적대 행위 중인 이스라엘 군의 포격을 받아 허물어진 건물서 구조대원과 주민이 수색을 하고 있다. 2024.10.10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와르다니예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길어지는 전쟁, 악화하는 경제 상황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스라엘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은행에 따르면 전쟁비용이 GDP의 12% 수준인 6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카르닛 플루그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긴장이 더 길고 강렬한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이스라엘의 경제 활동과 성장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이스라엘 GDP 성장률은 -5.6%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 4.1%로 반등했다가 2분기 0.3%로 다시 하락했다. OECD는 올해 성장률을 3.3%에서 1.9%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재정적자도 지난 1년 동안 GDP 대비 8.3% 수준으로 급증했고, 지난해 GDP 대비 62% 수준이었던 정부 부채도 70%에 육박한다. 무디스, 피치, S&P 등 신용기관들은 이스라엘의 신용등급을 올해 초 일제히 하향 조정했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추가 하향까지 예고했다.

노동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전쟁 이후 약 30만 명의 예비군이 동원되면서 기업들마다 인력난을 겪는다.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본국으로 귀국해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와 운송업, 농업 등의 분야가 차질을 빚고 있다. 첨단 기술 분야는 이스라엘의 GDP의 20%를 차지하는 중요한 성장 동력인데 전쟁 장기화로 폐업 또는 해외로 이전하는 IT기업도 늘었다. 전쟁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도소매, 숙박, 요식업 등의 관광 분야의 침체도 이어진다.

이스라엘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모든 시나리오에서 예상되는 성장률 감소와 국방비 증가는 과거 욤키푸르 전쟁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연상시키는 경기 침체 위험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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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본부 AFP=뉴스1) 권진영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속개된 79차 유엔총회에서 도표를 내보이며 전쟁의 정당성을 역설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레바논 휴전 제안을 일축한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종식을 원하는 다수의 회원국들로부터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2024.09.27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유엔본부 AFP=뉴스1) 권진영기자


안보 지키려 자초하는 국제사회 고립


이스라엘의 전장 확대로 민간인 피해가 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9월 유엔 총회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불법이라면서 1년 안에 팔레스타인 땅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와 정착촌 주민 퇴거를 골자로 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또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된 물품 수입 중단을 촉구했고, 이스라엘에 탄약과 무기, 군수장비를 공급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히려 유엔 총회 연설에서 헤즈볼라를 온 힘을 다해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레바논 지상전을 감행하면서 수도 베이루트까지 무차별 공습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까지 내려 국제사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강력한 후원자인 미국과의 관계도 이상이 감지된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부에 대한 연이은 암살작전이나 헤즈볼라 대원을 향한 무선호출기 테러 등을 미국과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란에 대한 보복 조치 공식화는 바이든 정부의 외교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스라엘은 전쟁으로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는 것보다 자신들이 직면한 생존의 위기를 훨씬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겐 안보를 지키는 것이 경제가 망가지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다"라고 짚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 편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미국, 특히 민주당 성향 미국인들과 젊은이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피로감을 갖기 시작한 점이 주목된다. 10년 후 이들 세대가 주역이 되면 지금까지의 미국-이스라엘 관계와는 사뭇 다른 양자관계가 형성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