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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로빈 니블렛 전 소장은 '미국의 동맹국이 미국의 동맹을 구할 수 있을까?(Can America's Allies Save America's Alliances?)'라는 제목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시대의 다양한 요구와 변화에도 불구하고 동맹 네트워크를 유지함으로써 보다 유능하고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의 취약성이 높아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핵심 조항인 나토 헌장 제5조가 한 회원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모든 회원국이 군사력을 사용하도록 하지 않고, '북대서양 지역의 안보를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무력을 포함한 필요한 조치를 요구한다'고만 돼 있기 때문이다. 니블렛 소장은 "트럼프가 나토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하지는 않겠지만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미군을 투입하지 않거나 핵 위협에 직면해 물러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 이후 파리기후협약에서 다시 탈퇴한다거나 EU 회원국들에 대한 보편적인 관세 부과로 동맹국들 간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니블렛 소장은 "군대를 동원해 이민자들을 강제 추방시키거나 혹은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해 기소된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과거 트럼프의 불법 행위를 조사한 사람들에 대한 보복 행위 등 반자유주의적 의제를 강압적으로 추진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 사이의 커다란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도 다양한 도전에 직면한 동맹국들이 새로운 합의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가속화함으로써 동맹 네트워크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니블렛 소장의 생각이다.
니블레 소장이 말하는 긍정적 변화 중 하나는 유럽 국가들이 자체 방위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탄약 생산과 미사일 개발 등 유럽의 방위 산업 역량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독일, 프랑스 등과 새로운 양자 간 안보협정을 체결했으며, 공동 핵 억지력 구축 방안까지 논의 중이다.
니블렛 소장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집단적 역량과 메커니즘을 강화한다면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 체제 내에서 정치적 힘의 균형도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체제가 유럽군에 의해 유지된다면 유럽 회원국들은 배상금이나 전쟁 범죄 재판소의 역할, 러시아의 동결 자금 활용 방안 등에 대해서 강한 발언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니블렛 소장은 러시아의 전쟁과 중국의 커진 위협 앞에 유럽과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이 자국 방위에 더 큰 책임을 지는 과정을 시작했다면서 "이는 80년 전 미국의 동맹이 구축된 조건에 대한 재협상을 의미하며 미국과의 관계에서 다소 긴장이 초래될지라도 동맹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