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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등 전문 서비스, AI 에이전트 부상에 '성과기반 요금제'로 전환"

[202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조던 버제스 휴먼루프 CPO

조철희 | 2025.04.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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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들에 생성형 AI(인공지능)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AI 작업의 출력 결과만을 접할 뿐 그 품질과 신뢰성을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크다. 그 틈새를 공략하며 기업용 AI 인프라 시장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휴먼루프(Humanloop)다.

휴먼루프는 2020년 영국 런던에서 창업한 AI 플랫폼 기업으로 LLM(대형언어모델)을 실제 업무에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단순한 프롬프트 관리 도구를 넘어 LLM 평가와 결과 관찰, 피드백 반영이 가능한 통합 플랫폼을 제공한다.

휴먼루프의 플랫폼은 AI 툴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비롯해 도메인 전문가들도 개발자와 함께 AI 품질을 직접 점검할 수 있는 협업 환경을 만들어 준다. 휴먼루프의 비전은 단순히 AI를 잘 작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AI의 책임성과 인간중심적 설계를 시스템 차원에서 가능케 하는 것이다.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도메인 전문가까지 모두 참여해 AI 작업을 개선할 수 있는 생태계를 지향한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5 키플랫폼'(K.E.Y. PLATFORM 2025)이 이 회사의 조던 버제스(Jordan Burgess) CPO(Chief Product Officer·최고제품책임자)와 인터뷰를 갖고 AI 기술과 산업의 현재와 미래, 기회와 리스크, 그리고 한국 AI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다음은 버제스 CPO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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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버제스 휴먼루프 CPO



"AI 에이전트, 새로운 가치창출 물결 일으켜"


-AI 분야의 3년 정도 단기간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우리는 올해 안에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범용인공지능) 수준의 능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AI 시스템들을 보게 될 것이다. AI는 컴퓨터를 자율적으로 사용하고, 음성과 영상으로 소통하며, 복잡한 작업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프로그래밍과 같은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들은 초기에는 여러 모델과 시스템에 분산돼 있을 것이며 시스템 구조와 문맥적인 문제들로 인해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3년 안에 이러한 능력들은 보다 통합된 시스템으로 결합될 것이다. 현재의 컨텍스트 윈도우(context window·문맥 기억 범위) 제한과 멀티모달 상호작용의 제약은 대부분 해소될 것이다. 개별 AI 작업 최적화에서 복잡한 AI 워크플로와 거버넌스 관리로 이미 사업을 전환하고 있는 휴먼루프와 같은 기업들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가 즉각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5~10년 장기적으로 내다본다면.
▶AGI가 실제로 사회에 녹아드는데는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느릴 수 있다. 핵심 기술은 매우 강력하겠지만 조직, 워크플로, 규제를 이에 맞게 조정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기업들이 인간-AI 협업의 다양한 모델을 실험함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전반적으로 변할 것이다. 경제 체제도 진화할 것이고, 이에 대한 상당한 제도적 적응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AI는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
▶AI를 통한 기술혁명을 계속 겪어 오면서도 결국 어떤 가치를 낳을지 예측하지는 못했다. 단순업무나 로봇 정도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 실제로는 AI가 고차원의 창의적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LLM을 통해 코드 생성, 문서 분석, 고객 서비스 같은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엄청난 가치를 낳고 있다. LLM 기술은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특히 더 변혁적임을 입증하고 있다. AI 어시스턴트로 솔루션까지 설계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이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느끼고 있다.

이전에는 자동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문헌·법률·재무 분석 등 고숙련 지식노동에서도 엄청난 가치창출이 이뤄지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에 연결된 특정 분야 전용 AI 에이전트(agent)들이 새로운 가치창출의 물결을 일으킬 것이다. 이 AI들을 동료처럼 생각해 보라. 당신이 과제를 주면 그들은 그것을 해결할 때까지 일할 것이다.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직은 상당한 경쟁우위를 가지게 될 것이다.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어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가장 중요한 변화로 법률 자문과 같은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 기존 시간 기반 서비스 비용 청구 방식이 성과 기반 모델로 대체될 것이다. 예컨대 법률 서비스나 컨설팅 서비스는 시간당 요금에서 성공 기반 수수료로 전환될 수 있다. 이는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고 당장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덕분이다.

AI 에이전트 시대에 조직은 새로운 거버넌스와 평가체제가 필요하다. 휴먼루프 같은 기업들이 이 필수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분야다. AI의 능력이 AGI 수준으로 갈텐데 기업들은 AI 에이전트의 복잡한 워크플로와 고난이도 업무 이행 과정을 최적화하고 잘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인간의 의도와 가치에 맞게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다고 보는가.
▶발빠른 스타트업들은 기존 서비스에 AI 기반 대안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기존 기업들의 AI 도입을 앞당기게 만들고 있다. 고객을 상대하는 애플리케이션과 핵심 지적재산에 대해 자사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이 전환기를 더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다.

-AI 도입을 주저하는 곳들도 있는데.
▶기업이 AI를 도입하는데 가장 큰 고민은 기술적 역량이 아니라 통제가능성과 신뢰성이다. AI를 통한 결과물은 결정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품질보증이 어렵다. 특히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제품에 AI가 사용될 경우 브랜드 손상의 위험이 있다. 정확성과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특히 더 고민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AI 도입을 막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AI의 가치제안이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AI는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앞서가는 기업들은 휴먼루프 같은 AI 툴을 도입해 AI를 잘 활용하기 위한 가드레일을 깔고 있다.

-어떤 리스크들을 주의해야 하는가.
▶AI가 더 유능해지고 사회에 더 깊이 관여하면서 해결해야 할 여러 리스크들이 있다. 리스크는 단기적, 장기적, 실용적, 실존적 문제들로 다양하다. 기술적 차원에서 AI 시스템은 제대로 평가되고 관리돼야 하는 문제가 있다. 강력한 검증 체제와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특히 인간과 어떻게 잘 동행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더욱 강력해지고 있는 AI가 인간의 가치와 의도에 맞게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AI의 시장 집중 현상은 과소평가되고 있는 리스크다. 최첨단 AI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본이 많은 소수의 기업이 장악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메타(Meta)와 딥시크(DeepSeek)에서 경쟁력 있는 오픈소스 LLM을 출시하는 것을 보고 나는 매우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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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긍정하는 英 AI 규제 정책 고려할만"


-AI 확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부문은 어디인가.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AI 발전으로 인해 가장 즉각적인 충격을 받는 것은 화이트칼라 지식 노동이다. 법률 서비스, 재무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리서치 산업이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 변화는 서비스 산업이 큰 선진국 경제에 특히 중요하다.

-AI와 관련된 노동과 인구구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구구조 문제는 AI로 인해 악화될 수도 있다. 저출생을 유발하는 개인의 사회적 고립 문제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력 문제는 오히려 AI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노동력이 감소하는 고령사회에서 그럴 수 있다. 일하는 로봇은 노인돌봄에 도움을 주고, 산업 생산성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인적자원이 약화된 상황에서 AI는 헬스케어와 공공 서비스 분야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규제 정책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I 혁명의 이 초기 단계에서는 가벼운 규제와 정부의 적극적인 AI 도입 지원이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EU의 경우에는 엄격한 규제 시도 때문에 AI 도입이 눈에 띄게 늦춰졌다. 반면 영국은 '조심스럽게 긍정하는'(cautiously positive) 스탠스로 안전한 규범을 유지하면서 AI 혁신을 촉진했다. 한국은 이런 영국의 균형 있는 접근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영국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AI 기술 도입 △AI 규범 연구 리더십 △AI 개발 및 인프라의 민간 부문 지원 △고위험 응용 분야에 대한 핀셋 규제 등을 강조한다.



"한국형 AI 만들기보다 기존 산업 강화에 AI 활용하는게 중요"


-한국이 AI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발전 방향은.
▶AI는 컴퓨팅 능력이 지능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한국의 전략은 AI 컴퓨팅 밸류체인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확장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반도체 제조에만 머물지 말고 AI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 한국은 AI 데이터 센터와 첨단 AI 가속기에 대한 투자를 우선시해야 한다. 물론 한국은 반도체 제조 역량이 특별한 강점이지만 미국과 영국 같은 경우는 AI 컴퓨팅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은 조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자체적인 AI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AI 플랫폼은 조직 전반에 걸친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의 도입과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설계된 도구 및 인프라의 중앙집중화다. 클라우드와 데브옵스(DevOps·개발+운영) 같은 과거의 기술 변화에 영감을 받은 이 플랫폼은 조직 내 마찰을 줄이고 워크플로를 표준화함으로써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고, 폭넓고 효율적인 AI 도입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이 한국형 AI를 만드는 것은 어떠한가.
▶한국은 제조업이 강하고 문화산업도 강하지만 한국형 AI를 만들려 하기보다는 한국이 이미 선도하고 있는 분야에서 기술적 우수성에 집중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AI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한국 산업의 강점을 강화하는데 AI를 활용하는 것에 중요한 기회가 있을 것이다. 글로벌 AI 밸류체인에서 한국의 가장 전략적인 지위는 지금 갖고 있는 반도체 리더십이다. 한국은 LLM 학습과 추론에 최적화된 AI 가속기를 개발하는데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