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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투자·이란 핵협상…불협화음 보이는 트럼프-네타냐후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냉각된 미국-이스라엘 관계

김상희 최성근 | 2025.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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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로이터=뉴스1) 김지완 기자 =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04.07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로이터=뉴스1) 김지완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통적 우방으로 꼽히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중동 순방에서 이스라엘이 제외됐을 뿐 아니라 중요한 중동 정책에서 양 지도자 간 불협화음이 감지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불화설을 일축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한편에서는 평화 중재자로서의 외교적 업적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네타냐후 총리가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배경을 살펴보고 향후 중동 질서에 미칠 영향을 전망해 봤다.



전쟁 지속하려는 네타냐후, 트럼프 외교 업적에 걸림돌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시리아 제재를 해제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에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을 초청해 25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특히 지난 13~16일 중동 순방 일정에서 이스라엘을 제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관계가 악화된 배경으로는 먼저 가자전쟁 장기화가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네타냐후 총리를 백악관으로 가장 먼저 초청해 가자전쟁을 조기에 끝낼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완전 점령을 선언하면서 대규모 공습과 지상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종전에 반대하는 극우정당과 손을 잡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이 붕괴될 경우 즉각 전쟁 책임과 각종 사법 리스크 등으로 법정에 서야 한다. 정치적 입지와 권력을 지키려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끝냄으로써 외교적 업적을 과시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훼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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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로이터=뉴스1) 박우영 기자 = [포토] 가자지구 북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2025. 5. 2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가자 로이터=뉴스1) 박우영 기자
이처럼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향하는 중동정책인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의 완결에도 걸림돌이다.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아랍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한 협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당시 이스라엘과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수단, 모로코의 수교를 성사시켰다. 사우디는 참여 직전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가 벌어지면서 협상이 틀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만 이뤄진다면 외교적으로 인정받는 업적이 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동시장 진출과 협력을 위한 기회가 열린다. 하지만 사우디는 협상을 위해 이스라엘이 전쟁을 끝내고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길 요구하고 있다.



경제 우선하는 트럼프, 걸프 국가에 눈길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우선주의'로 인해 중동정책이 이스라엘보다 걸프 국가들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미 투자 여력이 없지만 막대한 오일머니를 가진 걸프 산유국들은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방문한 사우디, 카타르, UAE 3개국은 '경제·안보 패키지 딜'을 통해 3조 2000억 달러(약 4462조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는 네타냐후에게 전쟁을 빨리 끝낼 기회를 줬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에 대해 굉장히 불쾌하게 여기고 있다"며 "대미 투자에 적극적인 사우디나 UAE 등 걸프 국가들도 가자전쟁 상황이 너무 심각하고 이를 빨리 종식시키도록 트럼프에게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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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14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함께 참석해 GCC 정상들과 단체 사진 촬영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5.05.14. /사진=민경찬


이란 핵협상에도 입장 차


두 지도자는 이란에 대한 입장도 엇갈린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해 최대 압박을 실행할 것이란 당초 예상을 뒤엎고 지난 4월부터 핵협상을 빠르게 재개했다. 현재까지 이란 영토 내 농축 재처리 가능 여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협상 타결을 위한 우호적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경제난으로 벼랑 끝에 몰린 이란은 제재 해제가 간절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을 끝내지 못한 상황에서 핵문제라도 빨리 매듭짓기를 원한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핵능력 보유 자체를 반대하고 있고, 더 나아가 군사적 수단을 통해 핵시설을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5차 핵협상을 앞두고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결렬될 경우 즉각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혀 전면전 위기감마저 고조시키고 있다.

김강석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면서 대화를 통해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며 "이스라엘이 미국의 공조나 허락 없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