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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혁신시스템 위기… 中과 과학 협력 모색해야"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데이비드 G. 빅터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혁신 및 공공 정책 교수…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트럼프, 미국 혁신을 죽이고 있다'

최성근 김상희 | 2025.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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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중국의 가장 큰 기술회사들이은 엔비디아 프로세서의 재고 감소와 미국의 수출 통제 강화에 맞서기 위해 엔비디아의 칩 없이 자국산 칩으로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길고 어려운 과정을 시작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2025.05.30. /사진=유세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이 오랜 시간 쌓아온 과학기술과 혁신 시스템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데이비드 G. 빅터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혁신 및 공공 정책 교수는 '트럼프, 미국 혁신을 죽이고 있다(Trump Is Killing American Innovation)'는 제목의 포린 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예산 삭감과 이민 정책 그리고 무역정책의 혼란이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혁신 역량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스스로 무너뜨린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빅터 교수는 먼저 미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수십 년간 혁신을 주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연방정부의 지속적인 연구 지원을 꼽았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 들어서고 불과 몇 달 사이에 1000여 개의 연구보조금을 폐지했고 추가 삭감까지 예고하면서 과학기술 혁신 예산이 급감했다고 짚었다. 그는 "중요한 신약 개발이나 생명과학 실험실이 멈춰 섰고 일부 대학에선 정치적인 이유로 자금 지원이 중단되면서 연구활동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빅터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예산 삭감과 적대적 이민 정책으로 과학기술 혁신에 필요한 인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미국 국내에서는 충분한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국 인재 유치가 과학기술 발전에 필수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빅터 교수는 "안보상 민감한 분야에서 중국인 인재에 대한 의존은 줄여야 한다"면서도 "중국 유학생들이 대거 빠져나간다면 이는 미국 대학교에 치명타일 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국 대학교에 선물을 안겨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주의 무역정책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미국의 혁신기술 발전을 저해한다는 평가다. 빅터 교수는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기술은 시장의 세계화에 따라 효율적인 기술 혁신이 이뤄졌다"며 "최근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태양광 발전 비용은 급증했고 화석연료 비중을 키우면서 청정에너지 관련 프로젝트가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터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과학기술의 혁신 기반을 무너뜨리는 사이 중국은 일관된 전략을 바탕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2025년 중국의 총 R&D(연구개발) 지출이 처음으로 미국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빅터 교수는 "지금이라도 트럼프 정부가 무너진 미국의 혁신 시스템을 되살려야 하고, 이를 위해선 연구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 삭감과 연방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멈춰야 한다"며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지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줄여 나가면서도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혁신 엔진이 서로 긴밀히 연결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안보 우려가 낮은 분야에서 과학 협력을 장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