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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밀려 온 쓰레기에도 한국어가…'한국 연구' 일본인들이 대마도 간 이유

'한일 협력의 실험실' 규슈대학 한국연구센터…"한일 공통 과제 함께 풀며 새로운 한일관계 비전 제시"

후쿠오카(일본)=조철희 | 2026.04.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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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①②대마도 해안가에 쌓인 해양 표착 쓰레기와 이 현장을 시찰하는 규슈대학 한국연구센터 연구자 등의 모습 ③대마도 전경 ④대마도 에보시다케 전망대에 설치된 안내판에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 사이에 있는 대마도가 '현재지'로 표기돼 있다. /사진제공=세이노 사토코 규슈대학 한국연구센터 부센터장
한반도와 일본 규슈 사이 대한해협 한가운데 놓인 섬 대마도(對馬·쓰시마). 찬 바람이 거칠게 몰아치던 지난 1월, 회색빛 파도가 검은 바위에 부딪힐 때마다 해변 위로 밀려온 플라스틱 부표와 스티로폼 조각, 색이 바랜 페트병이 뒤엉켜 덜컹거리는 소리를 냈다. 바다는 국경을 모른 채 흐르지만, 쓰레기는 국경을 넘어 도착해 있었다.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표착 쓰레기(해안으로 밀려온 쓰레기)를 살피던 규슈대학 한국연구센터 이즈미 카오루 센터장과 세이노 사토코 부센터장의 발끝 앞에는 한글이 적힌 플라스틱 용기들이 놓여 있었다. 이들은 해양 표착 쓰레기 문제가 이제 어느 한 도시, 어느 한 나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절감했다.



그들이 한국을 연구하는 이유


일본 후쿠오카시 소재 규슈대학 한국연구센터(이하 센터)는 한일 사이 해협 지역을 공동 생활권·환경권으로 보고, 실질적 문제 해결에 나서는 지역협력형 프로젝트인 '해협권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대마도에서 '대마도 모델을 기반으로 한 해양 쓰레기 재활용 실천과 지역 연계, 한·일 도서 지역에서의 순환형 사회와 공동 창출 거버넌스를 모색하다'를 주제로 연구회와 현장답사를 진행했다.

센터가 한국을 연구하는 이유는 단순히 한국을 관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사회와 함께 미래 과제를 고민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한국을 연구한다는 것은 곧 한국과 함께 문제를 푸는 일이다. 그렇기에 대마도는 한일 사이에 놓인 경계선이 아니라 양국을 잇는 접점이 된다. 이번 대마도 연구회와 현장답사 때도 대마도시, 나가사키현립대학교, 한국섬진흥원 등 한일 양국의 연구자들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대마도에 밀려오는 막대한 표착 쓰레기를 어떻게 줄이고, 어떻게 자원으로 바꾸며, 인구 감소에 시달리는 도서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했다. 해류의 흐름, 주민 인식, 재활용 시장성, 중앙정부 지원 구조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학술 교류의 형식을 띠었지만, 실제로는 공동 프로젝트를 위한 실무 회의에 가까웠다.

이는 중앙 정치와는 별개로 연구자, 교육기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가 생활의 문제를 함께 풀어내는 협력 구조다. 센터는 그 접점을 만드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을 연구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연구기관과 공동 조사하고, 지방정부와 정책을 연결하며, 학생과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교류를 설계한다.

작은 섬에서 시작된 협력이 동아시아의 새로운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 대마도에서 바라보는 바다 건너편에는 부산과 남해, 거제와 완도가 있다. 쓰레기도 파도도 오가지만, 사람과 지혜도 오간다. 현장에서 한일관계는 외교 문서보다 먼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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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규슈대학 한국연구센터' 휘호 현판 /사진=조철희 기자


1998년 김종필 총리 규슈대 방문 강연 계기로 한국연구센터 창설


센터는 일본 내에서 한국을 가장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연구 거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센터의 공식 영문 명칭은 'Research Center for Korean Studies'. 한반도의 남북한은 물론, 재일동포와 고려인 등 한반도에 뿌리를 둔 다양한 공동체까지 포괄하는 '한국어권'을 학제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를 가로지르는 종합적 지역연구를 통해 동아시아를 이해하겠다는 구상이다.

센터의 출발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1월,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가 규슈대학을 찾아 강연한 것을 계기로 한일 지식 교류의 필요성이 본격 제기됐고, 이듬해인 1999년 12월 학내 조직으로 한국연구센터가 창설됐다. 2000년 1월 정식 개소식을 열었고, 2002년에는 일본 문부과학성 인가를 받아 학내 공동교육 연구시설로 격상됐다. 현재는 일본의 한국연구센터들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구성원 수도 가장 많다.

센터의 역할은 순수 학술에 머물지 않는다. 학자들끼리 논문을 주고받는 차원을 넘어 시민사회나 지역사회와의 연결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쓰지노 유키 부센터장이 NHK 라디오 '매일 한국어 강좌' 강사를 맡았던 것도 연구 성과를 대중과 공유하는 대표적 사례다.

최근 센터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한일 양국이 함께 겪는 공동 과제다.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기후변화, 해양 오염, 지역 소멸 같은 문제는 더 이상 국경 안에서만 풀 수 없는 의제가 됐다. 그래서 한국과 함께 연구하고 현장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해협권 SDGs 프로젝트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생태공학 교수인 세이노 부센터장은 "한일은 이웃 나라로 문화는 물론 생태계도 공통된 것이 매우 많다"며 "서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아는 게 매우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를 공유하며 한국과 일본의 생물학자나 해양 연구자들은 자주 소통하고 있다"며 "특히 후쿠오카에서 한국과의 가까움을 더 강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센터는 지역연구와 환경공학, 정책학과 데이터과학을 결합해 현실 문제 해결형 연구기관으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등 외부 재원을 활용해 국내외 공동연구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계획도 있다. 이즈미 센터장은 "국제사회의 변화와 AI(인공지능) 등 기술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한국학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센터는 기존의 학문 분야 성과를 발전시키는 한편 새로운 한국학 영역과 연구 방법을 학제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규슈 지역에서 한국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모임인 규슈한국연구자포럼과도 연계해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오는 23일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6 키플랫폼(K.E.Y. PLATFORM)'의 '한일, 생존의 연대: 공통의 압박, 공동의 전략'을 주제로 한 특별세션에 이즈미 센터장과 오독립 학술협력연구원, 규슈한국연구자포럼 소속의 기무라 다카시 후쿠오카여자대학 교수, 오가타 요시히로 후쿠오카대학 교수, 히라바루 나오코 서일본신문사 기자가 참석해 강연한다. 이들은 한일 관계에 대한 일본의 정치, 사회, 미디어 등 내부 논의를 입체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센터는 한일 관계가 정치적 문제와 외교 현안에 따라 흔들릴 때도 대학과 연구자, 지방정부,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한일 관계의 저변을 지탱하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규슈라는 지리적 근접성과 역사적 연결성을 바탕으로 한일의 공통 과제를 다루며 미래의 한일관계가 갈등의 기억을 넘어 생활권 협력과 공동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센터는 한일이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음을 증명하는 '현장형 민간외교 플랫폼'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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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 카오루 규슈대학 한국연구센터장 /사진=본인제공


이즈미 센터장 인터뷰…"한일, 협력해 풀어야 할 공동과제 많아"


-한국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떠한가.
▶친할아버지께서 일본 제국 시대에 관료에서 전직해 부산 쪽의 우체국장이 되셨고, 아버지께서 거기서 태어나셨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통해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는데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후쿠오카에서의 중고등학교 시절 재일교포의 존재를 가까이 느끼면서 한국에 더 관심을 가졌다.

한국은 내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1980년대, 대학원에 다니고 외무성 전문조사관으로 부산에서 근무했던 1990년대와 비교해 극적으로 변했다. 한일 관계도 달라졌다. 한국의 변화 속도와 규모가 놀랍다.

-규슈에서 한국을 연구한다는 의미는.
▶우선 교류의 역사적 현장이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규슈대학은 일본에서 네번째로 설립된 대학으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자료 등의 축적량은 일본 내에서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서울과 도쿄라는 수도의 관점, 즉 정부 간 관계에 치우친 관점을 상대화할 수 있다. 아울러 공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공통 과제에 착수하기 쉽다.

-일본 학계에서 한국 연구의 중요성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과거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성숙도나 경제 발전 수준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운 점이 있었다. 따라서 이웃 국가로서 전근대 역사나 문화 등에 대한 연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이 민주화되고 경제 수준이 일본과 비슷해짐에 따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분야가 늘어났다. 또한 협력할 수 있는 공동 과제도 늘어났다. 더욱이 말할 필요도 없이 K-콘텐츠의 영향은 연구 대상을 더욱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일 간 학술 교류가 한일 관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한일 간에는 이미 정부 간 관계를 넘어 다양하고 다원적인 관계가 형성돼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교류에 참여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늘어나는 반면 그러한 경험과 인상 때문에 오히려 냉정하고 객관적인 논의를 하기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다. 정보가 뒤얽히고 오해가 생기기 쉬운 상황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역시 학술적인, 특히 공동연구가 그러한 오해를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이 함께 협력하고 발전하기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선 양측이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반도에서의 영구적인 평화 실현이나 공유 공간으로서의 해협 생태계 유지 등이 구체적인 공동 목표가 될 수 있다. 비도시 지역의 지속가능성 등 공통된 과제에 대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의 일본 연구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가.
▶우리가 한국의 한국학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확대해 나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일본 연구도 일본의 일본 연구와 더욱 긴밀한 공동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일본의 한국 연구자들이 한국의 일본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양 분야를 교차시키는 형태의 연구를 추진하는 것 역시 연구 발전에 필수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