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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5년, 마지막 성장판을 열자②-3] 가족기업 전문 변호사 마르틴 소르그 인터뷰

기획·취재팀 | 2014.01.02 06:33

편집자주 |  다수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을 우리나라의 '성장판'이 열려있는 마지막 시기로 보고 있다. 이 '마지막 5년' 동안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은 기업들의 치밀하면서도 과감한 '혁신'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국내 기업들에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혁신 전략을 찾기 위해 혁신에 성공한 독일 중견기업(미텔슈탄트)을 비롯한 유럽, 미국, 일본 등 전세계 100대 기업을 심층 취재, 분석한다. 현지에서 이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을 만나 깊이있는 경험을 끌어내고 한국 기업에 활용할 수 있는 혁신의 '정수'(精髓)를 뽑아낼 예정이다. 산업연구원, 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독일 드로기그룹, 롤랜드버거 스트래티지 컨설턴츠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기업들을 위한 '혁신의 황금법칙'도 찾아내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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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사회는 가족기업을 보호하고, 이렇게 보호받은 가족기업은 기업의 원칙을 수호한다."

독일에는 약 400만개의 기업들이 있지만 이중 99%가 미텔슈탄트다. 또 이 미텔슈탄트의 무려 95%가 가족기업이다. 즉 독일 기업 대부분이 가족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이 가족경영 미텔슈탄트들의 천국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기업 전문 로펌인 빈츠앤파트너(BINZ&PARTNER)에서 30년 넘게 미텔슈탄트들을 대상으로 법률 자문과 컨설팅을 해 온 마르틴 소르그 변호사(사진)는 그 이유를 기업의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독일 사회 전체의 노력에서 찾았다.

소르그 변호사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사회는 가족기업이 기업의 원칙을 가장 잘 지켜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학계, 언론 등이 가족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미텔슈탄트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스스로는 물론, 국가와 사회가 지키고자 하는 기업의 원칙은 무엇일까. 기술과 문화 등 여러 소중한 것들이 있지만 핵심은 고용이다. 독일 사회에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소유한 회사나 대기업보다 가족기업의 미텔슈탄트가 외부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이 고용을 더 잘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그래서 가족경영 승계 시에는 일정한 조건만 이행되면 상속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소르그 변호사는 "이같은 배경에 힘입어 미텔슈탄트들은 고용 등의 가치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으며 나아가 과감한 혁신까지 실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텔슈탄트의 오너와 경영자, 직원들은 자기 자본을 통해 회사를 지키고 싶어 하는 단합된 마음이 있어 위기에 대응할 더 큰 혁신에 도달할 수 있다"며 "대기업은 각자의 지분을 위해 노력하지만 미텔슈탄트의 가족기업 문화에서는 모두가 회사 전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소르그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독일 사회에서 가족기업에 대한 신뢰가 강한 이유는 무엇인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명분도 있지만 고용의 유지와 창출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족기업을 지원한다. 소유주의 재산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소유주의 경영권을 지켜줌으로써 기업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근로자들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가족기업 미텔슈탄트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가.
▶핵심기술 개발과 투자 유치, 해외시장 진출, 인재양성 등을 지원한다. 원자재나 에너지 같은 공적 자원에 대한 지원도 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 육성과 규제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독일에는 대기업 지원 정책보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훨씬 많다.

-가족기업 승계에는 어떤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가.
▶장기간 고용 유지 등의 일정 조건을 이행하면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일반 주주들이 주식을 넘길 때는 증여세 등이 부과되지만 가족기업의 대주주가 승계를 위해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에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가족기업이 승계가 되지 않는 경우는 없는가.
▶자녀에게 승계되지 않고 다른 기업이나 은행에 팔리는 경우도 있다. 슈투트가르트의 한 자동차 부품 생산 가족기업은 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다른 가족기업이 인수하면서 다시 성장했다. 승계의 어려움에 빠진 가족기업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다른 가족기업의 인수로 보는 인식이 많다.

-한국에선 구직자들의 대기업 선호 현상이 심해 중소기업들이 구인난을 겪기도 한다. 독일은 어떠한가.
▶독일에서도 물론 많은 젊은이들이 대도시 대기업에 취직하길 원한다. 전문 인력일수록 더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교육을 다 받은 인력이 아니라 교육을 받고 있는 인력을 먼저 찾는다. 이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회사에 나와 일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회사를 잘 이해하게 되기 때문에 대부분 회사에 남아 계속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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