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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키플랫폼]앤드류 박 블룸버그 지속가능성 선임 전략가

이슈팀 문해인 | 2014.05.20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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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박 블룸버그 지속가능성 선임 전략가 /사진=이기범 기자

"한국의 상명하달식 기업문화가 지속 가능한 경영을 힘들게 합니다."

지난달 23~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미디어의 글로벌 콘퍼런스 '2014 키플랫폼' 연사로 나선 블룸버그의 앤드류 박 지속가능성 선임 전략가는 한국 기업들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로 상명하달식 기업문화를 꼽았다.

또 "한국 기업이 지속가능성 트렌드를 경제적 기회로 받아들이고 이 트렌드의 리더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박 매니저와의 일문일답.

-선진 금융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지속 가능한 금융'을 소개했다. 지속 가능한 금융이란 무엇인가.
▶기업은 사회와 환경에 외적 영향을 미친다. 탄소를 배출해 지구 온난화를 가속 시키는 기업이 자본을 유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아야 한다. 현재의 주식시장에는 그런 차이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기업의 외적 영향을 측정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데이터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임원의 보수가 적정한지, 사내에 환경이나 인권 정책이 어느 정도 구비 됐는지 등 다양한 기준이 포함돼 있다. 블룸버그는 ESG 데이터라는 일종의 금융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 동시에 사회와 환경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지속 가능한 금융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앞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은 훌륭한 인재를 채용하기 어려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자라나는 세대는 심각한 환경적, 사회적 이슈를 접하면서 자라나 기존 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 나중에 기업을 선택하는 순간이 오면 그들은 '착한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할 것이다.

두 번째는 어떤 종류의 변화가 일어나든 그 속에는 항상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또 변화에서 앞서가지 않으면 남을 따라가야 한다.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기업은 아직 많지 않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잘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은.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역시 제너럴 일렉트릭(GE)이 2005년 발표한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 프로젝트다. GE는 소비자가 친환경적인 제품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을 실제 브랜드로 만들어 수익을 창출해냈다. 프랑스 식품회사 다농은 그라민은행과 파트너십을 맺고 어린이용 유제품 생산업체 '그라민다농'을 설립해 방글라데시 어린이들의 건강도 증진하고 지역 일자리도 만들었다. 코코아가 생산되는 아프리카 지역에 학교와 건강센터를 지은 스위스의 네슬레도 좋은 사례다.

-한국 기업 중 지속 가능한 경영을 잘하는 곳은.
▶현재 한국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에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겉으로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처럼 마케팅하지만 실제로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국 대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존재감 있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 대기업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가 세계의 트렌드를 바꿀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트렌드를 혁신의 기회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한국 기업들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키플랫폼' 토론에 참여하며 한국 기업에서 상명하달식 문화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상사가 하는 말을 모두가 따른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는 지속가능성을 힘들게 한다. 상사에게 실수하지 않으려고 위험을 기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또 기업 경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위기가 있어도 바깥에 말하지 않고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은 투명성과 직결된다. 상명하달식 의사소통에 길들여진 문화를 어떻게 바꿔 나가느냐가 한국 기업에 주어진 과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