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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플랫폼 뉴스레터] 케이스 스터디: 獨 뷔르트

조철희 기자, 최일태 수석전문위원, 김준하 전문위원, 이은지 연구원 | 2014.06.2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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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전인 1945년, 독일 바덴뷔르텐베르크주 퀸젤소에서 작은 나사못 대리점으로 시작해 지금은 전세계 80여개국에서 400여개의 법인을 거느리며 직원 6만명, 매출 100억유로(15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가 있다. MRO(소모성자재)에 기반한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일의 뷔르트그룹이다.

뷔르트의 핵심역량은 '조립'(assembly)과 '고정'(Fastening), '체결'(Fixing, Connection)에 전문화된 부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1958년부터는 나사못을 직접 생산하고, 1962년 처음으로 독일 밖으로 나가 네덜란드에 지사를 세우고, 1975년부터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내놓는 등 오래 전부터 제품 위주 확장 전략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현재 뷔르트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무려 10만 종에 이른다. 차량, 금속, 철강, 기계, 건축, 목재, 주택, 배관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제조·보수·정비·관리 등에 필요한 소모품과 장비, 공구 일체를 팔고 있다. 나아가 이 제품들을 기반으로 한 종합적인 문제해결형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군은 차량 분야를 예로 들면 자동차 제조회사의 정비센터에서부터 중대형 정비업체, 소규모 정비소, 딜러십 등이다.

이런 뷔르트에 주목할 만한 점은 전체 직원 6만명 중 절반인 3만명이 영업사원으로 모든 제품을 외부 유통망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곳곳에 있는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니즈를 반영한 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고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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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근 10년 사이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세그먼트를 창출하는 데 주력하고, 이커머스 등 다양한 채널로 영업망을 확대했다. 뷔르트는 이같은 경영전략을 통해 1980년 3억 유로, 1990년 12억 유로, 2000년 51억 유로, 2010년 86억 유로, 그리고 지난해 97억 유로의 가파르고 지속적인 매출 성장세(연평균 22% 성장)를 기록 중이다.

확대화 전략, 직접 판매를 통한 고객맞춤형 제품·서비스 제공, 글로벌화 전략 등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수요혁신과 철저한 품질관리 등 공정·공급망혁신을 동시에 실행하는 ‘밸류스틱 혁신’(관련 링크이 뷔르트의 성공 비결이다. 뷔르트그룹의 최신 사업보고서 분석과 마이클 뢰플라트 뷔르트재팬 대표 인터뷰 등을 통해 이같은 성공 비결을 자세히 살펴봤다.

◇ 제품 중심 확장 전략과 직접 판매를 통한 고객맞춤형 수요혁신

뷔르트의 성장사는 제품 중심 확장 전략의 글로벌 차원 실행과 그에 따른 결실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사못을 팔던 것에서 조립·고정·체결 부품을 다양한 산업 분야에 공급하고, 이 공급의 지역적 범위도 전세계로 확대했으며 고객들에게 종합적인 솔루션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확장 전략은 군사용어로만 쓰이던 전략이란 개념을 경영에 도입해 이론화한 이고르 앤소프가 경영 환경 변화에 기업이 구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는 기업이 현재 사업을 더욱 키워나가는 확장 전략과 현재 사업이 아닌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다각화 전략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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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 전략은 △시장침투 △시장개척 △제품개발 등의 세부전략으로 나뉘는데 뷔르트는 특히 여기에 탁월하다. 경쟁력 있는 조립·고정·체결 부품과 기존 제품을 변형하고 확장한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해 독일 등 기존 유럽 시장에 폭넓게 침투했으며 북미와 아시아 등 신시장을 개척하는데도 성공했다.

뷔르트는 강력한 영업력을 토대로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구분 없이 전 세계 골고루 뻗어 있다. 해외지사는 거의 모든 지분을 본사가 가지고 있지만 현지 시장 사정에 맞는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한다. 각 지사들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고 고객의 특성을 보다 세부적으로 분석해 판매 채널을 개선하고, 각 시장의 잠재력을 새롭게 찾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최근 10년 사이 더욱 강화됐으며 그 성과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 전반의 악화 상황 속에서도 뷔르트는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다양하게 분산돼 있기 때문에 마치 투자에서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누리듯 일부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를 다른 시장에서의 매출 증가로 이겨내며 그룹 전체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뷔르트는 이같은 해외지사 네트워크(branch network)를 통해 고객 기반을 계속 확장하고 있으며 잠재 고객과 새로운 수요도 창출하고 있다. 한 지역의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 또는 불만이 다른 지역에서도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있다. 이는 뷔르트의 제품과 서비스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며 지역적 위기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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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고객이 겪는 문제가 다른 나라의 고객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고 있다. 경쟁사들은 대체로 일부 지역에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는 전 세계 80여개국에서 많은 고객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즉 글로벌 차원에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5%에 불과하지만, 우리 분야에서 전 세계 각국에서 고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우리가 앞으로 계속 성장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마이클 뢰플라트 뷔르트재팬 대표 인터뷰, 이하 생략)


아울러 뷔르트는 비즈니스 모델 상의 특성으로 ‘직접 판매’(direct selling)를 강조한다. 직접 판매를 통해 시장과 매우 가깝게 위치하면서 고객의 로열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업조직은 고객과 매우 밀접하게 접촉함으로써 제품과 서비스의 고객 수용에 대해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이를 통해 매우 민첩하고 유연하게 고객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영업조직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장으로부터 직접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유통업체를 배제하는 이유다. 우리는 직접 판매를 통해 시장으로부터 직접적인 피드백을 얻기를 원한다. 유통업체는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정보를 필터링한다. 우리는 심지어 최고 경영진이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지향한다. 영업사원들조차 일부 정보를 필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뷔르트가 △영업 조직을 고객과의 관계에 밀착한 컨설턴트형으로 구성하고, △고객의 니즈와 고객사 앞에 다가올 시장 환경의 미래 변화를 먼저 읽어 제시하고, △생산과 유통, 판매의 간격과 고객 접점을 극단적으로 좁히는 것은 고객맞춤형, 문제해결형 기업으로 혁신하는 수요혁신의 행위다.

뷔르트는 그룹 차원과 해외지사에서 ‘이노베이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영업부서와 제품 책임자는 물론 고객까지 이 위원회에 참여한다. 여기서 고객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안하고 결정할 수 있다. 뷔르트는 이같은 의견을 수렴해 그룹의 정책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한 뒤 고객이 제안한 제품과 서비스를 추가한다.

“우리는 고객의 요구에 맞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그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는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가능하다. 우리는 고객으로부터 자세히 듣고 열심히 반응한다. 우리는 고객의 인식에서 최고가 되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고객에게 영감(inspire) 주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또 최근 뷔르트는 이커머스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고객들이 협력사와 관계를 맺는 채널을 기존 대면 위주의 방식에서 새롭고 다양하게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뷔르트는 고객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하고자 ‘멀티채널 판매’(multi-channel sales), ‘멀티채널 유통’(multi-channel distribution)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고객 기반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은 우리의 장기적 성공에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모든 그룹 내 기업들이 계속해서 고객 관리에 매우 강력히 집중할 것이다. 고객들의 개별적인 니즈를 파악하고, 고객 세그먼트를 더욱 상세히 분석해 제품과 서비스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더불어 업계에서 멀티채널 세일즈 기업의 선구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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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르트의 비전 및 철학과 철저한 품질관리

뷔르트는 판매·유통회사다. 그러나 그룹 내에서 일부 제품은 직접 생산하고 있다. 꼭 생산해야 한다고 믿는, 그룹의 핵심역량이 담겨 있거나 전략적인 제품은 직접 생산한다. 그러나 누구든지, 어디서든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은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다.

뷔르트의 공급망 관리의 핵심은 품질 관리다. 어떤 공급업체의 제품이든 뷔르트의 상표를 부착하고 있다면 고객으로부터 절대적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한다. 예컨대 애플 제품이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지만 애플이라는 이름에 그 품질이 보장되는 것처럼 말이다.

뷔르트는 공정과 공급업체들을 철저히 관리한다. 뷔르트는 유럽, 북미, 남미, 중국, 인도 등 전 세계 7개 지역에 품질관리 센터를 두고, 공급업체가 올바른 성분을 사용하고 있는지, 아동노동은 없는지, 위법행위는 없는지 직접적으로 철저히 관리한다. 품질 관리는 물론 공급업체의 재정 상태까지도 점검한다. 영업조직도 고객들에게 이런 점들을 강조한다.

“품질은 우리가 달성해야 할 이미 선언된 목표다. 품질 기준은 계속 강화되고 있으며 모든 시장에서 적용된다. 생산 기준 및 표준, 인증 기준 등을 준수하고 보장하는 것은 우리가 고객들의 신뢰할만한 파트너가 되는데 매우 기본적인 조건이자 의무다.”


뷔르트가 이처럼 제품 중심 확장 전략 등을 통한 수요혁신을 실행하고 철저하게 공정·공급망 관리를 할 수 있는 것은 장기적 관점의 경영전략과 분권화된 기업 구조 등 강한 비전과 철학이 있기에 가능하다. 뷔르트는 특히 강점으로 분권화된 구조를 꼽는다.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지역적으로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이지만 어떤 제품을 어디에 판매하고, 어떻게 고객에 접근하고,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은 각 지사의 결정에 따른다. 매출과 수익 등에서 계속 문제가 있거나 쉽게 풀 지 못할 때 본사가 관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모든 것을 지사에 맡긴다. 우리는 보다 성공적이려면 보다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시장마다 상황이 다르고, 고객의 니즈도 다르고, 법적인 환경도 다르기 때문이다. 창업자인 아돌프 뷔르트도 경영 원칙으로 경영을 책임지는 것은 단지 최고경영자(CEO)만이 아니라 바로 당신(직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의사결정 구조도 더욱 효과적으로 간소화했다. 단순한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책임 집중을 위해 지난해부터 이사회를 7명 체제에서 4명 체제로 전환했다. 의장과 부의장, 재무책임자에 전략 및 콘트롤 책임자 1명으로 꾸려진 간소한 이사회로 어느 기업보다 중앙의 의사결정이 빨라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우리는 상장기업이 아닌 비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주주를 만족시키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언제든 혁신을 실험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인가 옳다고 믿으면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끝까지 도전해 보는 정신이 있다. 아울러 '팩트 주도적'(fact driven)이지 않다. 물론 매출과 수익을 매번 점검하기는 하지만 실적에 얽매여 혁신을 멈추지 않는다. 또 우리 조직에는 아무런 비밀이 없다. 우리는 매우 분권화돼 있고, 경영 정보는 회사에서 누구에게든 오픈돼 있다. 이런 담대하고 투명한 조직문화 속에서 우리 직원들은 자기책임(self-responsibility)과 헌신(commitment)의 진실(integrity)의 덕목을 실천하며 매일 고객에게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