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인플레·불황에도 끄떡없는 주식, 코카콜라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톡 스캐너 #1 - "코카콜라"

조철희 | 2022.06.19 17: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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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예상대로 인플레이션은 왔고, 그야말로 공포다. 경기침체까지 더한 스태그플레이션도 눈앞에 닥쳤다.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지난 4월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100대 글로벌 리스크 중에서도 발생가능성과 영향력이 가장 큰 리스크가 인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이었다.

키플랫폼 글로벌 리스크 취재팀이 지난해 가을부터 만난 전문가들이 가장 큰 경제적 공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던 인플레이션은 현실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고통을 겪고 있지만 당장 지난 한주엔 주식시장 폭락으로 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인상을 시사한 후로 주식시장은 추락했다. 실제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고, 연준은 금리를 인상했다. 지금은 금리인상의 속도를 당기고 폭을 키워야 해 시장의 매도세가 더욱 거세다. 우리 시장은 물론 미국 등 글로벌 모두 처한 상황으로 동학개미 서학개미 가릴 것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코카콜라

글로벌 증시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가에 큰 타격을 입었는데, 유독 선전한 종목이 있다. 미국 증시의 코카콜라(Coca-Cola)다. 지난주 폭락장에서도 코카콜라는 낙폭이 2.17%로 S&P500지수 4.25% 급락과 크게 대비됐다. S&P500지수는 올들어 23.39% 하락했지만 코카콜라는 0.22% 올랐다. 이달 초 기준 시가총액이 2576억 달러로 전세계 상장 기업 중 30위다.

코카콜라는 워런 버핏이 사랑하는 주식으로도 유명하다. 폭락장에도 잘 버티기 때문인데, 버핏은 "최악의 상황이 끝난 후, 내가 여전히 코카콜라와 빅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카콜라는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가장 오래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다. 1988년 매입을 시작해 지금까지 1억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동안 한주도 팔지 않았다. 주가는 처음보다 2000%가 올랐다.

코카콜라는 견고한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이 강점이다. 게다가 61년 연속으로 배당을 늘리는 등 수익률 3% 수준의 배당주인 점이 특히 투자자들에게 매력이다.

최근엔 인플레이션 공포를 이겨낼 최고의 종목으로 꼽힌다. 그 이유는 가격결정력(pricing power)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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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개월 코카콜라 주가 추이

#가격결정력

가격결정력은 상품과 서비스의 판매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이다.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시장지배력이 강한 기업이어야 가능하다. 가격결정력은 특히 인플레이션 시기에 빛을 발한다. 증가한 비용과 원가 부담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가 그렇다. 인플레이션으로 비용이 커지면 가격을 올린다. 그러면 마진과 이익을 지킬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다. 그러나 냉정하게도 투자자들은 기업이 인플레이션 때 얼마나 비용을 소비자한테 전가할 수 있는지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수석전략가는 "인플레이션과 비용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격결정력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며 "우리는 기업의 수익성과 그 지속성을 평가하기 위해 높아진 비용을 소비자들에 전가할 수 있는 능력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코카콜라는 지난 오랜 시간 투자자들에게 가격결정력을 입증해 왔다. 이번에도 그랬다. 코카콜라는 지난 1회계분기 때 비용 증가가 실적에 부담이 됐지만 가격을 올려 비용 부담을 상쇄시켰다. 실제로 1분기 매출은 16% 증가했다. 그중 7%가 가격 인상 효과였다. 가격결정력의 증거다.

#가격탄력성

이론도 그렇고 실제로도 대개 그러한데 기업이 판매가격을 올리면 판매량은 줄어든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이 잘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콜라는 다르다. 비싸면 안마시면 되는데, 우리 같으면 콜라가 비싸면 사이다를 마시면 되는데 미국에선 안그렇다. 미국인에게 콜라는 마시는 물 같은 것이다. 필수소비재다.

필수소비재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비탄력적이다. 가격탄력성은 상품의 가격이 변화할 때 판매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관한 것이다. 가격탄력성이 탄력적이라는 말은 가격 변화에 따라 판매 변동이 커지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면 판매가 줄고, 가격이 내리면 판매가 는다. 비탄력적이라는 말은 수요가 가격에 민감하지 않다는 것이다. 필수소비재인 콜라는 가격이 올라도 안마실 수 없기 때문에 수요가 변하지 않는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비탄력적이다.

버핏이 코카콜라에 대해 한 말이 있다. "사람들은 수십 년 후에도 여전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탄산음료를 원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그들의 결정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다. 가격 수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에 돈을 지불할 것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앞서도 말했지만 가격결정력은 아무나 갖는 게 아니다. 시장지배력이 강해야 하는데 타고난 독점 기업이 아니라면 시장지배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노력은 고객충성도를 높이는 브랜딩이다.

코카콜라도 가격결정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이것임을 너무 잘 안다. 코카콜라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높이는데 투자와 혁신 등 총력을 다한다. "좋은 마케팅과 좋은 브랜딩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얻어야 한다." 존 머피 코카콜라 CFO(최고재무책임자)의 말이다.

그래서 이런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최고의 브랜드 중 하나인 코카콜라는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가격 인상을 할 수 있는 기업이고, 그것을 부작용 없이 해내 왔다. 코카콜라 주식이 불황에도 끄떡없는 'recession proof'(리세션 프루프) 포트폴리오에 항상 포함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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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스틱 혁신

코카콜라처럼 필수소비재이거나, 명품처럼 브랜드가 좋거나, 애플처럼 품질이 뛰어난 기업에 소비자들은 얼마까지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을까.

키플랫폼은 2014년 초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높이기 위한 기업 혁신 전략 기획보도 '결정적 5년, 마지막 성장판을 열자'와 같은해 4월 콘퍼런스 '비즈니스 모델의 와해, 혁신 101'에서 "브랜드 강화와 솔루션 차별화로 소비자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고가격을 더 높이는 혁신을 하라"며 우리 기업들에 '밸류스틱 혁신'을 제안했다.

'밸류스틱'은 글로벌 5대 경영대학원 중 하나인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Columbia Business School)에서 독자적으로 사용해온 프레임워크다. 밸류스틱은 수직으로 그어진 하나의 선과 4개의 수평선만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위에 고객이 그 기업의 특정 제품에 대해 최대한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인 '지불 용의 최고가격'(WTP·Willingness to pay)이 있다. 가장 아래에는 부품이나 원료를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의 '납품 용의 최저가격'(WTS·Willingness to supply)이 있다.

자연스럽게 실제 가격(price)은 WTP 아래에, 실제 비용(cost)은 WTS 위에 위치한다. 이때 가격과 비용의 차이가 그 기업이 누릴 수 있는 이익이다. 대개 기업은 가격을 높이고 비용을 낮춰 이익을 늘린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단순히 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납품단가를 낮춰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긴다. 2014년 많은 한국 기업들이 그랬고, 2022년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은 WTP와 WTS라는 제약조건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급화 전략 등을 통해 WTP를 높이거나 공급망 혁신 등을 통해 WTS를 낮추는 밸류스틱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 키플랫폼의 여전한 제안이다. 우리 기업들은 WTP를 더 높이기 위해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여야 하고, 고객에 제공하는 솔루션을 차별화해야 한다. 품질은 말할 것도 없다. 코카콜라가 가격결정력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브랜드 혁신도 WTP를 높이기 위한 밸류스틱 혁신과 다르지 않다.

#펩시

펩시도 코카콜라와 비슷한 지위에 있다. 하지만 주식 투자 관점에선 앞서 말한 코카콜라의 배당이 매우 매력적이고 성장 전망도 코카콜라가 우세하다.

미국 증시에선 가격결정력이 강한 기업으로 생활필수품(Consumer Staples) 분야에선 코카콜라와 펩시, 그리고 담배 회사 필립모리스가 꼽힌다. 나이키와 J&J은 생필품 외 소비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Consumer Discretionary)으로 가격결정력이 강하다. IT 기업 중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브로드컴, 엔비디아, 어도비, 오라클, 시스코가 꼽힌다.

#에이싱크로너스

가격결정력이 강해 인플레이션 때 더 각광받는 코카콜라는 현재 코로나 리오프닝 수혜주로도 꼽힌다. 물가가 올라도 코로나에서 막 벗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많이 여행과 레저를 즐길 것이고, 나가서 콜라를 더 마실 것이다. 코카콜라는 적어도 앞으로 몇 분기 더 수요가 강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코카콜라는 게다가 여러 시장에서 '비동기적'(asynchronous)으로 회복하면서 매출과 수익이 지속 성장 중이다. 한 시장이 어려우면 다른 시장에서 선전하고, 한 소비층의 소비가 줄 때 다른 소비층의 소비가 느는 '비동기성' 때문에 오히려 매출과 수익이 안정적이다.

미국 인구구조와 글로벌 시장 구조 관점에서 코카콜라 전망은 긍정적이다. 미국 소비시장은 1970~1980년대에 베이비부머세대가 30~45세의 엄청난 소비층을 형성했었다. 이제는 밀레니얼세대가 대규모의 30~45세 시장을 만들 것이다. 30~45세 소비시장에서 필수재 수요가 엄청나게 창출된다.

물론 밀레니얼세대가 베이비부머세대보다는 소비지출이 적은 성향이다. 그런데 밀레니얼세대는 주택 공급 호황기에 있어 주거 관련 지출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그래서 소비재에 돈을 더 많이 쓰는, 필수재 소비를 촉진시키는 세대다.

글로벌 시장은 그동안 콜라 수입을 안하던 일부 나라들이 수입에 나서려 한다는 점이 호재다. 저개발국가와 신흥시장에서도 신선음료 가치는 계속 높아질 것이다.

코카콜라 주식은 현재 59달러인데, 50달러 초반에서 50달러 중반대의 저점 매수 기회가 오면 사들이겠다는 투자자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