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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영국발 금융위기'가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했고 뉴욕 증시를 포함한 전 세계 증시를 강타했다. 또 파운드화 급락으로 가뜩이나 심각한 '킹달러' 현상이 더욱 가속화돼 대부분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 사태까지 벌어졌다.
한편에선 영국이 1976년 이후 처음으로 IMF 구제 금융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최근 불안이 고조되는 영국 금융시장의 현황과 위기를 초래한 배경을 살펴보고 향후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해 짚어봤다.
영란은행, 금리 인상 기조 속 무제한 국채 매입?
지난 9월 말 세계 금융시장은 영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혼란에 빠졌다. 9월 21일 영국 트러스 신임 총리와 콰텡 재무장관이 발표한 450억 파운드의 대규모 감세안을 골자로 하는 '미니 예산(mini budget)'이 그 진원지다.
예산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급격한 금리 인상과 가파른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50년 만의 대규모 감세 정책과 에너지 보조금 지출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대규모 감세와 지출을 위한 정부 재원 마련은 국채 발행뿐인데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이러한 조치는 물가 상승을 부추길 뿐 아니라 정부 부채 악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
금융시장은 물론 IMF 마저 트러스 총리의 무책임한 재정정책을 비난하면서 영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국채시장에선 30년 물 국채(길트채) 금리가 예산안 발표 전 3.58%에서 한때 5.02%까지 치솟으면서 혼란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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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내각의 예산 발표 이후 영국 정부의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 국채 가격이 폭락(국채 금리 상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채가격 하락폭이 커지자 파생상품 증거금 부족으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직면했다. 마진콜을 채우려는 연금펀드들의 채권 매도가 이어지면서 국채 가격이 폭락하고 이는 또다시 마진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져 연기금 파산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9월 28일 영국중앙은행(영란은행)은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장기국채 무제한 매입 조치를 발표했다. 영란은행의 즉각적인 국채 매입으로 30년 물 금리는 1% 이상 급락했고 파운드화 가치도 반등했다.
영란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7차례 금리 인상을 하면서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왔다. 그런데 국채금리 급등 속 연기금 파산 위기에 직면하자 무제한 국채 매입이라는 긴축과는 정반대의 통화완화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이는 기존 경제학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 신흥국도 아닌 세계 금융 중심인 영국 에서 금리 인상과 통화완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할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은 상식이 무너지는 상황까지 와있다.
트러스 정부 감세 정책은 트리거에 불과
금융위기 발생 직전까지 갔던 영국의 국채 대란 사태는 트러스 신임 총리의 대규모 감세안 발표가 시장이 불신을 초래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감세안은 위기를 촉발시킨 트리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운드화가 폭락하고 국채가 급등하게 된 이유는 먼저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통화정책을 취했기 때문이다. 영란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7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는 2.25%에 불과하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세 번 연속 0.75%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것과 비교하면 영란은행의 통화정책은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브렉시트 여파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본격화했다. 원산지, 검역, 각종 서류작업, 보건안전 표준 등의 비관세장벽으로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 가치사슬이 약화하면서 교역이 쇠퇴했다. 영국 고용시장에선 유럽 국적자 취업 기준이 까다로워져 인력난이 심화했고, 인플레이션 속 임금 상승과 파업도 이어진다.
이 밖에도 제조업 생산 기반이 부족한 경제구조 속에서 10%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생계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민간 소비가 위축됐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높은 부채비율에 따른 채무 상환 부담도 증가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말 영국의 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는 83.8%였으나 2021년에는 102.8%로 급증했다. 영국 정부의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의 쌍둥이 적자도 지속된다.
'닥터둠'으로 알려진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영국은 결국 IMF에 구걸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경제 운명은?
파운드화 쇼크와 국채 대란 이후 트러스 총리가 부자 감세안을 철회하고 영란은행이 대규모 국채 매입에 나서면서 금융위기 직전에 내몰렸던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은 듯했다. 그러나 최근 30년 물 국채 금리는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장중 5%를 돌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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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77차 유엔 총회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시장 안정에 기여하던 영란은행의 긴급 국채 매입 프로그램은 14일 종료됐다. 영란은행이 서둘러 국채 매입을 종료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이 1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영란은행이 양적 긴축과 모순된 대규모 국채 매입을 지속할 경우 시장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된다.
문제는 영란은행의 국채 매입 종료 이후 채권 시장 불안이 재차 고조되면서 9월 말처럼 대규모 마진콜과 연기금의 자산 투매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에서부터 자산 가격의 붕괴가 시작돼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번져나갈 경우 지난 리먼 사태에 버금가는 영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