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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5년, 마지막 성장판을 열자②-4] 권준화 IBK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기고

조철희 | 2014.01.02 06:35

편집자주 |  다수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을 우리나라의 '성장판'이 열려있는 마지막 시기로 보고 있다. 이 '마지막 5년' 동안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은 기업들의 치밀하면서도 과감한 '혁신'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국내 기업들에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혁신 전략을 찾기 위해 혁신에 성공한 독일 중견기업(미텔슈탄트)을 비롯한 유럽, 미국, 일본 등 전세계 100대 기업을 심층 취재, 분석한다. 현지에서 이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을 만나 깊이있는 경험을 끌어내고 한국 기업에 활용할 수 있는 혁신의 '정수'(精髓)를 뽑아낼 예정이다. 산업연구원, 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독일 드로기그룹, 롤랜드버거 스트래티지 컨설턴츠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기업들을 위한 '혁신의 황금법칙'도 찾아내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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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고용의 60.8%, GDP(국내총생산)의 51.8%, 총수출의 19%.
독일 경제의 중추인 미텔슈탄트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과연 이들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비즈니스 모델 혁신(business model innovation)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텔슈탄트의 95%는 가족기업이다. 4대(代) 이상 존립하는 기업도 전체 가족기업의 약 5%에 이른다. 독일 슈바르츠발트 지역에서 3대 이상 경영되어 온 미텔슈탄트 가족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5가지 주요 특징이 드러난다.

첫째, 핵심역량 및 핵심자원의 지속적 개발이다. 특히 창업자 세대의 전통적인 핵심역량에 기초한 제품의 생산이 지속됐다. 예를 들어 시계 부품 가운데 시침을 만드는 한 기업의 경우,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는 바늘만을 개발·제조해 성공을 이뤄냈다.

둘째, 특정 전문 분야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개발됐다.

셋째, 틈새시장 포지셔닝이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이 진입하지 않은 틈새시장에서 미텔슈탄트는 전문화된 노하우와 생산 프로그램 등을 바탕으로 시장의 '전문가'가 된 것이다.

넷째, 고객 구조의 변화다. 20세기 초 슈바르츠발트 지역의 미텔슈탄트를 중심으로 독일 시계산업은 큰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내수시장이 침체에 빠져들자 이들 시계 제조업체들은 고객 구조를 재조직하고 다양화 전략을 추진했다. 자동차, 정밀공학 및 전자산업 등 당시 성장잠재력이 높았던 시장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끝으로 창업자 가족의 회사 지분 보유 비중이 증가했다. 지분을 가진 가족구성원들 간의 화합 노력과 함께 의사결정에 대한 일체감이 높아졌다. 이는 가족 구성원들 간의 성공적인 갈등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 강조된다.

따라서 한국 중소·중견기업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핵심역량의 지속적 개발 ▲체계적인 지식관리 ▲틈새시장 개발 ▲새로운 고객군 창출 ▲창업가족 간의 화합 등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특히 인내심과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 프로세스를 개발하기 위해 미텔슈탄트는 평균적으로 약 10∼12 차례의 개선 작업을 실행했다고 한다. 아울러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실질적인 고객 니즈에 부합시키고, 시장 상황에 맞춰가는 과정을 수없이 거친 뒤에야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