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임동욱 | 2014.01.07 09:35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은 우리가 혁신하는 방법입니다."

글로벌 경영관리 솔루션 최강자인 SAP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과 고객 니즈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는 자체 혁신이 필수적인 기업이다. 혁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SAP 관계자는 '디자인 싱킹'을 소개했다. 최근 경영 혁신의 도구로 디자인 싱킹을 도입하고 의욕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SAP의 디자인 싱킹 현장을 들여다봤다.

독일 발도프에 자리 잡은 SAP본사는 대학 캠퍼스와 흡사했다. 널찍한 부지 내에 흩어져 자리 잡고 있는 여러 건물들과 자유로운 복장의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SAP본사 홍보담당자는 취재진을 2층으로 안내했다.
다소 혼잡했던 1층과는 달리 적막한 분위기였다. 작은 문 앞에서 취재진은 실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기에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관찰만 해야 한다는 당부를 받았다.

방 안으로 들어선 취재진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방 안에는 새로운 유리로 만들어진 공간이 있었고 여러 개의 화이트보드에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포스트잇 쪽지들이 붙어있었다. 이곳이 SAP의 디자인 싱킹을 실행하는 혁신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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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한 곁에는 디자인 싱킹을 수행 중인 6명의 팀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었다. 각자 한 명씩 앞으로 나와 화이트보드에 자신의 의견이 담긴 쪽지를 붙이며 설명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발표자의 의견에 다른 팀원들이 즉각적인 반박이나 거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디자인 싱킹이 진행되면서 팀원들은 자신의 기존 의견에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고 스스로 이를 수정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모든 팀원의 의견은 존중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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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엄격한 룰이 있다. 모든 팀원들은 전 프로세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모든 것은 예정된 정시에 시작된다. 타인의 의견을 평가할 수 없으며 컴퓨터나 휴대폰은 사용할 수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기업에서 혁신은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한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디자인 싱킹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팀원들로 팀이 꾸려져야 한다. 일상 업무와 분리될 수 있는 독립적이고 창조적 공간도 마련돼야 한다.

SAP의 디자인 싱킹은 크게 6단계로 구성된다. 초반의 3단계는 문제 영역(Problem space)으로, 우선 문제를 이해하고(Understand) 현상을 관찰하고(Observe)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정의하는(Define Point-of-View) 단계다.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게 한 다음 이를 하나의 방향으로 모으는 과정이다. 여기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가 도출된다.

다음의 3단계는 해결 영역(Solution space)으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Ideate) 이의 원형을 만들어보고(Prototype) 테스트(Test)하는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이 역시 아이디어를 모으는 관념화 단계에서는 의견이 나뉘고(Diverge) 선택의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로 초점이 모이는(converge) 프로세스다.

모든 단계에서 SAP이 강조하는 것은 '최종 소비자'였다. 최종 소비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SAP은 디자인 싱킹을 창조적 능력을 담당하는 우뇌와 분석적 능력을 맡는 좌뇌를 모두 사용하게 하는 일상적인 혁신도구로 정의하고 있다. 이미 효과는 입증됐다. 디자인 싱킹 도입 후 제품출시 소요시간은 2010년 13.8개월에서 2012년 7.8개월로 단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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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혁신 컨설팅사 아이디어 꾸뛰르의 이드리스 모티 대표는 디자인 싱킹에 대해 '비즈니스와 예술, 구조와 혼동, 직관과 논리, 개념과 실행, 장난기와 격식, 그리고 통제와 위임 사이의 최적화된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모티 대표는 "디자인 싱킹은 실험이 아니다"며 "직원들이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