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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5년, 마지막 성장판을 열자④-4]독일 SAP와 같은 혁신 기업 나오려면...

발도르프(독일)=정진우 | 2014.01.07 09:35

편집자주 |  다수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을 우리나라의 '성장판'이 열려있는 마지막 시기로 보고 있다. 이 '마지막 5년' 동안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은 기업들의 치밀하면서도 과감한 '혁신'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국내 기업들에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혁신 전략을 찾기 위해 혁신에 성공한 독일 중견기업(미텔슈탄트)을 비롯한 유럽, 미국, 일본 등 전세계 100대 기업을 심층 취재, 분석한다. 현지에서 이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을 만나 깊이있는 경험을 끌어내고 한국 기업에 활용할 수 있는 혁신의 '정수'(精髓)를 뽑아낼 예정이다. 산업연구원, 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독일 드로기그룹, 롤랜드버거 스트래티지 컨설턴츠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기업들을 위한 '혁신의 황금법칙'도 찾아내 제시할 계획이다.
# 정부 출연기관인 A연구원의 김 모 평가팀장은 2010년 6월 신규 기술 평가를 위해 평가위원 7명을 선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 소재 B대학이 수행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평가위원 4명을 임의적으로 구성, 결국 이 대학이 과제수행 기관으로 선정되게 했다가 이듬해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 정부는 2011년 15개 국책 연구기관과 협약을 맺고, 5086개에 달하는 국가연구개발 과제를 맡겼다. 과제에 대한 보고는 들어왔지만 예산 관련 보고는 없었다. 정부는 인건비 등을 제대로 지급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362개 연구개발 과제에서 연구원 급여의 100%를 초과해 149억1100만원이 더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이 멍들고 있다. 정부 R&D사업이란 정부가 예산을 직접 투자해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술들을 개발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한 해 예산만 약 16조원(2012년 기준, 국가 총 예산의 5%)에 달했다. 이 사업이 제대로만 이뤄지면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도 여럿 나오게 된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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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R&D 사업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8개 부처가 출연한 13개 전문기관에서 추진하고 있지만, 미래부 소관의 기본 법령과 각 부처의 개별 법령간 괴리로 사업 수행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법령이 제 멋대로 적용되다보니 제대로 된 감독 기구도 없고 문제가 생길 경우 사후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과제 신청 창구가 분리되고 연구과정에서 연구자가 제출해야하는 서식이 달라 불편할 뿐만 아니라, 시스템간 정보공유 미흡으로 연구자는 중복된 정보를 제출하는가하면 유사과제가 넘치는 등 비효율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부처간 다른 규정이 많아 연구현장에 혼란이 야기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연구비 등 주요사항과 관련해선 표준 매뉴얼이 없어 법 규정을 어기는 사례가 많다.

이러다보니 최근 5년(2008~2012년)간 국가 R&D로 창출된 특허의 양은 선진국보다 많지만 질적인 측면에선 크게 못 미쳤다.
지난 5년간 특허실적은 △2008년 1만4134건 △2009년 1만4905건 △2010년 1만7969건 △2011년 1만8983건 △2012년 2만2933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특허 품질지표를 통해 분석한 결과 우수 특허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약 1/7 수준에 불과했고, 특허분석평가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16.4% 정도만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이 질적인 측면을 따지기보다 정부 예산을 무조건 받아놓고 보자는 심리로 양적인 부문만 부풀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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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과 같은 정부 주도의 '진짜' R&D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더스트리 4.0이란 독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기술전략으로, 제조업과 ICT(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의미한다.

독일 과학위원회는 이를 통해 산업 생산성이 30%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독일은 1차 산업혁명(기계화), 2차 산업혁명(대량생산), 3차 산업혁명(자동화)에 이은 4차 산업혁명(사이버- 물리 생산 시스템)이 인더스트리 4.0에 의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기업들은 정부의 체계적인 기술 정책에 따라 제품 생산 방식과 사업 영역을 조율하는 등 혁신 역량을 키우고 있다. 정부 정책이 가리키는 방향이 명확하고, 일관되며, 지속적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믿고 따를 수 있고 성과를 내면서 진화하고 있는 것.

세계적 혁신 기업인 독일의 SAP도 이 같은 독일 정부의 R&D정책에 적극 공조하고 있다. 전사적 자원관리(ERP)를 뛰어넘어 클라우딩 시스템 등 한단계 진일보할때마다 단순히 기술 강화를 통해 제조업의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정부의 일관된 R&D정책 처럼 산업 생태계 구축을 추구한 것이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인더스트리 4.0은 사물 인터넷을 통해 완전한 정보교환이 가능한 제조업의 자동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미래 기술인데 이를 통해 기존 제조업의 생산방식을 180도 바꿔놓을 것"이라며 "제4차 산업혁명을 가져올 커다란 시스템 변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