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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5년, 마지막 성장판을 열자] 산업용 레이저 기기 세계 1위 트럼프 ③

슈투트가르트(독일)=조철희 | 2014.01.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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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역동적 단계’ 이론은 제임스 어터백 교수가 1994년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로언 매니지먼트리뷰’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처음 소개됐다. 기술기업의 혁신은 '제품혁신'과 '공정혁신'으로 나뉘며 각각의 발현시기가 있다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제품혁신은 신기술에 의해 새로운 산업이나 새로운 제품군이 형성되는 초기 '유동적 단계'(Fluid Phase)에 주로 나타난다. 이 시기에는 여러 경쟁자들의 신제품에 대한 실험과 시도가 이뤄지다가 하나의 '지배제품'(Dominant Design)이 부상한다. 애플이 아이폰에 iOS와 통신기술을 접목시켜 블랙베리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물리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후 '과도기'(Transitional Phase)에는 지배제품 간 과점 경쟁이 펼쳐지는데 이 시기는 제품혁신보다 공정혁신이 두드러진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제품혁신과 공정혁신이 모두 줄어들고, 점진적인 개선만이 이뤄지는 단계에 이른다.

20년 전 처음 이 이론이 나왔을 때는 혁신주기와 모델이 잘 맞아떨어졌지만 혁신의 속도가 급속히 빨라진 지금은 단계별로 명확하게 나뉘어지기 보다는 각각의 주기가 함께 뒤섞이기도 한다.

트럼프는 이 '혁신의 역동적 단계' 이론의 전범에 해당한다. 트럼프는 1923년 창업 당시부터 1970년대 후반 레이저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 기계식 공작기계의 대표주자였다. 그러나 레이저라는 와해성 기술이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출현하자 이를 자체 기술로 승화시켜 1985년 산업용 레이저 공작기계를 내놨다. 이것이 제품혁신에 해당한다.

이후 트럼프는 레이저 공작기계 시장 1위 지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고객 밀착형 공정혁신을 가속화했다. 토요타의 카이젠 시스템을 공작기계 분야에 접목한 유럽 최초의 사례로, 이를 통해 고객 맞춤형 유연생산체계를 체질화했다. '싱크로'라는 브랜드까지 지닌 이 매뉴얼은 폭스바겐 등 독일 완성차 업체의 생산 프로세스 개선에도 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