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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5년, 마지막 성장판을 열자]독일 EMS 기업 라콘(LACON) ②

뮌헨(독일)=정현수 | 2014.01.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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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하슬러 라콘 사장
"이건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 기업들에 유리한 비즈니스 모델 아닙니까?"

랄프 하슬러(Ralf Hasler) 라콘(LACON) 사장(사진)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전자제품위탁생산(EMS·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 업체의 특성상 저렴한 인건비가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슬러 사장의 대답은 '노(No)'다.

아시아에 거점을 두면 그만큼 물류에 따른 시간적 부담을 느끼는 고객사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 미텔슈탄트들은 부품 조달에 걸리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울러 물류에 따른 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독일 미텔슈탄트들의 수요혁신과 공정혁신을 위해선 독일 내 EMS 기업들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독일 내 EMS 기업들도 2009년 발생한 유럽발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EMS 기업들의 고객사인 독일 미텔슈탄트 중 일부가 재정위기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부터 급성장하던 독일 EMS 시장규모는 2008년 402억 달러(43조4000억원) 규모에서 2009년 371억 달러(40조494억원)로 첫 역성장했다.

라콘 역시 당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특정 고객사에 의존하는 경영이 문제였다. 당시 라콘의 최대 고객사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대였다. 재정위기 이후 라콘은 이 같은 방식을 버렸다. 지금은 다양한 고객사를 유치해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라콘의 최대 고객사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 라콘 매출 기준 상위 10개 고객사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0%를 넘지 않는다. 라콘은 이 같은 방식을 계속 고수할 예정이다. 당장의 수익을 위해 특정 고객사에 의존할 경우 회사의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는 일종의 역발상이기도 하다. 독일 내 대다수의 EMS 기업들이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두고 특정 부품의 고도화에 힘쓰고 있는데 반해 라콘은 다품종 생산을 통해 고객사의 범위도 넓혔다. 물론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라콘의 유연한 공정 과정이었다. 매년 10%대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 라콘의 경쟁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