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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설립 당시 LED리니어는 설립 2년 만에 휘어지는 LED조명 기술력으로 독일 조명기기협회의 '유망 조명 기술'분야 기업으로 선정되며 '조명 기술'에서 경쟁력을 지닌 기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2년에는 글로벌 디자인 공모전인 '레드닷 디자인'에서는 '2012년 최고 디자인 상'을 수상했다. 동시에 3개 제품이 다른 분야 수장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를 통해 LED리니어는 지난해 독일의 쥐트도이체차이퉁 신문사와 대학들이 선정하는 '100대 중소중견 혁신기업대상'에서 '올해의 혁신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8년간 LED리니어가 받은 혁신상은 약 30개에 달한다. 기술력 뿐 아니라 디자인 경쟁력까지 주요하게 작용한 결과다. 이 기간동안 LED리니어는 조명기술을 제공하는 B2B기업에서, 혁신적 디자인 기술을 갖춘 B2C 기업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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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D리니어와 협업(콜라보레이션) 한 디자이너의 작품 이미지. 모두 LED리니어의 LED조명으로 제작됐으며 작품은 영국 런던의 운하박물관 내부에 전시됐다.(사진제공=LED리니어) |
이 변신은 LED리니어에게 사업적 성공도 가져다 줬다. 지난해 매출액은 6억1500만 유로(한화 약 9000억원), 순이익은 1000만유로(한화 약 150억)로 추정되는데 이는 2009년 대비 730% 성장한 수치다. 특히 매출의 80%는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B2B에서 시작했다면, 첫 시작 영역에 집중하면서 인접 영역을 차분하게 넓혀가는 독일의 전통 제조업들의 성장공식과는 확연히 다른 모델이다. 그 바탕에는 '위기를 기회로 삼은 역발상'과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빠른 의사결정', 그리고 전 직원을 끌어들여 사용자의 관점에서 제품과 사업구조를 뒤집어 본 '디자인 싱킹' 접근법이 깔려있다.
◇샐러리맨의 창업 성공 신화...'작은 용'이 된 '거대 이무기' = LED리니어는 엔지니어 출신의 카스턴 쉐파즈와 사업개발 전문가 마이클 크라머가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다. 크라머는 대학 졸업 직후인 1989년, 독일의 글로벌 전기전자기업인 지멘스에 입사하면서 조명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독일의 전통 조명기기회사 '보슬러 스와베(Vossloh Schwabe GmbH)'의 전략기획실로 옮긴 뒤 1998년 LED조명제조사 Wustlich GmbH의 흡수합병과 2002년 파나소닉(당시 마쯔시다전공) 피인수를 진두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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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리니어의 공동창업자 카스턴쉐파즈(좌)와 마이클 크라머(우)ⓒ뒤셀도르프(독일)=김하늬 |
크라머가 휘어지는(플렉서블) LED조명을 개발하던 기계공학도 쉐파즈와 만난 건 이 즈음이다. 당시 크라머는 파나소닉 본사의 러브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구상하던 중이었는데 '운명적으로' 기술력을 가진 파트너를 만나게 된 것.
크라머는 "LED리니어의 첫 사무실은 쉐파즈의 집 거실이었다"며 "작은 공간에서도 우리는 하루 종일 앉아 창업 아이디어와 시장 가능성에 대한 검증을 거듭했다"고 회상했다.
◇'위기'가 준 '기회'...에 집착할 대 디자인으로 승부=창업 초기 LED리니어는 B2B(기업대 기업 거래) 제품을 타킷으로 삼고 LED조명 기술력에 집중했다. 크라머가 글로벌 기업에 근무하면서 확보해 놓은 거래처에 혁신 솔루션을 제공하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LED리니어는 기업형 휘어지는 LED 조명 '쿠럭스(XOOLUX™)'를 재빠르게 선보였다. LED리니어는 주로 건물 외벽을 꾸밀 수 있는 다양한 길이와 색상의 LED조명을 제작했는데 최대 165도까지 휘어지고, 최장 5만 시간 사용 가능한 조명은 특히 고급 호텔과 컨벤션센터 건설 붐이 일던 두바이 등 중동지역에서 대량 수주가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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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머 대표가 휘어지는(플렉서블) LED조명 '비너스'를 작동하는 모습 ⓒ뒤셀도르프(독일)=김하늬 |
하지만 2008년, 유럽 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LED리니어의 '떡잎'을 무참히 꺾었다.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렵게 따낸 건설사 대상 B2B(기업대 기업 거래) 수주물량이 급감한 때문이었다.
크라머는 "당시 두바이의 국제금융센터, 팜 아일랜드 프로젝트 등 한 건에 100만 유로를 웃도는 굵직한 사업을 여러 개 수주해 납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든 게 멈췄다"고 말했다. 매출 급감은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고 두 대표는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개인 재산을 쏟아 부었다.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매일 밤 엔젤투자자나 투자회사들에 일일이 손으로 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는 "막연히 회사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돈을 빌려다 채워 넣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살아남은 뒤, 어떻게 다시 일어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LED리니어의 선택은 '디자인화'였다. LED조명의 거대 수요처는 사실상 대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나 유지관리 프로젝트와 연계되어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색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갈리 만무했다. 빠른 변신이 필요한 시점에, LED리니어는 B2C시장, 혹은 작은 B2B시장에서 브랜드를 쌓아나가는 전략을 선택했다. 휘어지는 조명이라는 기술적 경쟁력에 디자인만 융합한다면 빠르게 시장을 침투하고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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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리니어 본사 1층에 전면에 위치한 수상제품 및 상장 진열대 ⓒ뒤셀도르프(독일)=김하늬 |
LED리니어는 '하이 테크(High-Tech)를 넘어선 하이 터치(High-Touch)'로 빠르게 전략을 수정하고 유럽 전역에서 유능한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영국, 싱가포르, 이탈리아 등지의 디자인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워크숍'과 '콘테스트'를 매년 열어 신규 디자이너 발굴과 아이디어 모색에 힘썼다.
전 직원과 함께 머리를 마주 댄 변화의 노력은 '혁신상', '디자인상'수상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이 결과들은 강력한 브랜드 마케팅의 원천이 되었다. 이를 통해 LED리니어는 자연스럽게 브랜드 스토리를 대중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이는 밸류스틱(Value Stick)상에서 '지불용의 최고가격'(WTP: Willingness to pay)의 상단에 가격을 올릴 수 있도록 '수요 혁신'을 도와줬다. 한편 타깃 고객층을 B2B뿐만 아니라 B2C까지 넓히면서 1000여가지 플렉서블 LED조명 모듈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필요에 맞추면서도 재고 및 원재료 비용 손실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주문제작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갖췄다.
결실은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왔다. 역발상으로 틈새를 공략한 전략 덕분이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LED조명 업체들은 에너지효율성, 밝기, 휘어지는(플렉서블)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일반관리비를 쏟아부었지만, LED리니어는 모든 역량을 디자인에 집중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역발상이었다.
2011년 LED리니어는 완벽한 곡선으로 표현되는 튜브형 LED조명 '플렉스 비너스'로 정부 산업디자인 상을 포함해 디자인업계 5곳에서 상을 휩쓸었다. 이후 LED리니어는 자체 디자인 및 기술개발(R&D)에 연 매출의 10~12%씩 투자하고 있다.
◇"비즈니스는 하모니(Harmony)가 아니다. 공격성(aggressiveness)이다"=크라머 대표는 "팽창하고 급변하는 조명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 공격적인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LED리이너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아 더 큰 회사로 성장할 수 있던 동력도 '공격적인 전략 변화'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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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구텐베르크 중앙역 이미지. 건물 외부에 사용된 조명 장치는 전부 LED리니어 제품이다.(사진제공=LED리니어) |
그는 "고객들에게 '쓰던 조명을 더 좋은 것으로 바꿔라'는 주장은 흥미가 없다"며 "병원의 계단 한 칸 한 칸마다, 모든 성당 창틀의 외벽에, 침대 머리맡에 LED조명을 달고 싶어지도록 사람들의 '심미적' 취향을 부채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LED조명이 기존 형광등의 대체제로 존재하기보다 새로운 인테리어 자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수요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크라머는 빠른 의사결정으로 시장상황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사내 조직문화도 '공격적인' 의사소통으로 개편했다. LED리니어는 약 80명에 달하는 본사 직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두 모여 전략을 공유하는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을 혁신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LED리니어는 매주 전 직원들과 회사의 매출현황, 영업 관리, 개발프로젝트 진행상황을 이메일을 통해 공유한다. 이는 밸류스틱(Value Stick)상에서 '납품 용의 최저가격'(WTS: Willingness to supply)에 근접하게 비용을 낮추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던 원동력이 됐다.
덕분에 현재 LED리니어는 전 세계 10개의 지사와 28개 영업점, 36개 현지 판매업체를 두고 한 해 3000억개 LED조명을 판매하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 올해 목표치는 5000억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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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헤르네 문화 센터' 이미지. 내부 천장을 LED리니어의 LED조명으로 꾸며 음악과 분위기에 따라 조명 색이 바뀐다.(사진제공=LED리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