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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실버만 핀터레스트 창업자 겸 CEO. 그는 "핀터레스트는 사람들이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그렇게 살고 싶은 것, 자신도 미처 원하는 것인지로 몰랐지만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수집하고, 나눌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사진=핀터레스트 제공 |
창업자 벤 실버만(Ben Silbermann·32)은 실리콘밸리에서 아웃사이더였다. 동부 출신에다 엔지니어도 아니었다. 구글에서 잠시 일하기는 했지만, 광고디스플레이 고객지원의 한직이었다. 그것도 겨우 얻은 자리였다. 처음 1년 그의 서비스를 주목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일일이 알려주면서 피드백을 달라고 읍소할 정도였다.
그래도 그는 핀터레스트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즉 본질에 충실했고 디테일에 집중했다. 트래픽을 높이려하기보다 디자인과 비주얼, 그 디테일에 모든 것을 쏟았다. 한번 물꼬가 트이자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큐레이션하는, 핀터레스트 그 본질의 승리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웹디자인의 승리라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핀터레스트는 아직 돈을 안 벌고 있다. 매출이 제로이다. 기업가치가 38억달러(약 4조1000억원)로 평가받는 것만 봐도 돈을 못 버는 게 아니라 안 벌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 돈 버는 실험에 나설 예정인데, 그 원칙도 사용자와 광고주 모두에게 맞아떨어지는 그 접점에서 돈 버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 본질을 강화하는 결과로서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논스톱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해서 언론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벤 실버만 CEO를 이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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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터레스트의 디자인은 한 번에 많은 이미지를 동시에 탐색할 수 있는 격자형. 핀터레스트 이후 이를 흉내 낸 수많은 디자인들이 등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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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은 간편하다. 사용자(pinner)들은 웹을 돌아다니다 끌리는(interest) 이미지를 모아 자신의 핀보드에 옮겨놓으면(pinning) 된다. 수집하고 큐레이션하고 저장한다는 점에서 스크랩북이다. 다른 사용자를 팔로우하고 코멘트를 달고, 트위터의 리트윗처럼 리핀을 하고, 페이스북의 좋아요처럼 하트를 클릭한다는 점에서 소셜네트워크이다.
사람들은 사고 싶은 신발을 발견할 수도 있고, 애인에게 줄 선물의 이미지를 모을 수도 있고, 레시피가 있는 요리, 아이들 방을 꾸밀 아이디어, 여행 가고 싶은 곳 등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모을 수 있다. 핀터레스트에 들어서면, 마치 내가 관심 가질 만한 것들이 쭉 전시된 거대한 백화점을 걷고 있는 듯하다. 젊은 여성들은 웨딩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남자들은 사고 싶은 자전거나 시계를 모아놓기도 한다.
그래서 핀터레스트는 서치(검색)와는 본질이 다르다. 서치는 생각하고 있던, 특정의 것을 찾는 목적의식적 행위. 하지만 핀터레스트는 내가 원하는지도 몰랐던 것, 이제껏 있는지도 몰랐던 것을 발견(discover)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Search & Find’가 아니라 ‘Discovery & Do’라는 것이다. 그래서 벤 실버만은 “핀터레스트는 웹상의 디스커버리(발견)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결혼기념일 선물 하나 사기위해 구글, 아마존을 몇 시간 해매야 하는 성가신 과정을 해결해보겠다는 것.
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과거나 현재의 스토리를 담는 것이라면, 핀터레스트는 미래에 대한 것을 담는 플랫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부분 소셜사이트는 과거에 대한 것이다. 뉴스이든, 친구들과의 스토리이든, 유명인사에 대한 것이든 말이다. 하지만 핀터레스트는 전적으로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그렇게 살고 싶은 것들로 채워지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가고 싶은 여행지, 요리하고 싶은 레시피, 입고 싶은 옷 등 아직 그렇게 못했지만 하고 싶은 것들을 핀(pin)한다.”
어떻게 보면 핀터레스트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서비스이다. 사람들의 욕망, 그중에서도 소비하고 싶은 욕망을 큐레이션하고, 그것도 다른 사람의 욕망을 엿보면서 내 욕망을 디스커버리할 수 있게 하니까 말이다.
어쨌든 그는 이런 욕망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라는 데 주목했다. 여기에는 그가 구글을 나와 잠시 시도했던 온라인쇼핑사업에서 사용자들이 사진만 자신의 이메일로 전송해 보관해두는 것을 경험했던 것도 작용했다.
“처음 시작했을 때만해도 리얼타임의 텍스트 피드가 주목받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즐기는 것을 이런 포맷으로 다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핀터레스트는 스피디하거나 압축된 텍스트 정보와는 거리가 멀다. 나에게는 오히려 핀보드가 세상을 보는 좀 더 인간적인 방식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좋아하는 것인지, 싫어하는 것인지, 혹은 어떤 취향의 사람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비주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표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지도 몰랐지만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과정을 돕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서비스에서는 단순함과 아름다움이 극도로 중요했다.”
Pinterest for Web from Pinterest on Vimeo.
정답은 비주얼, 그리고 디테일에 있다
처음에는 성장이 더뎠다. 9개월이 지났는데도 사용자는 1만명이 채 안되었다. 어떤 미디어도 주목해주지 않았다. 그는 “그래도 사용해본 사람들은 우리가 희망하는 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핀터레스트를 계속 가게 만들었다”며 “성장은 느렸지만 우리는 프로덕트를 만드는데 모든 시간을 쏟았고, 사이트의 디테일을 완성하기 위해 그냥 일만 했다. 사용자들이 이미지를 수집하고 정리하도록 도우려면, 결국 그 이미지 배열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와 동료들이 매달린 것은 웹사이트의 디자인. 세로 단의 폭과 레이아웃, 이미지를 보여주는 방식을 달리하면서 사이트 버전을 50개나 만들었다. 당시 대부분 소셜미디어 디자인은 텍스트 위주였고, 이미지는 시간 순으로 위에서 아래로 쭉 흘러내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는 리얼타임 텍스트, 시간순 배열, 디텍토리별 배열, 포스팅 시간표시 등 기존 웹디자인을 배제했다. 백화점이나 박물관을 쭉 둘러볼 때의 느낌이 나도록 사이트를 디자인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대신 한 번에 많은 이미지를 동시에 탐색할 수 있는 방식, 즉 고기 굽는 석쇠 같기도 한 바둑판 디자인으로 대체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이후 수많은 아류작들을 만든 격자형 웹디자인이다. 그는 사용자들이 페이지를 넘기는 대신 계속 스크롤링을 하면 이미지들이 자동으로 로딩이 되도록 했다. 사용자들이 새로운 이미지를 보기 위해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고, 로딩을 기다려야 할 필요도 없게 한 것. 각 이미지에 따라 격자 조각의 크기도 자동으로 변하도록 했다.
사람들이 사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이미지를 발견하고 수집할 수 있도록 한다는 핀터레스트의 미션은 어쩌면 단순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단순한 진리로 세계 7000만명의 사용자(2013년 7월)를 모으고, 미국에서 트위터를 제치며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디테일한 비주얼에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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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리를 소개하는 핀터레스트 핀보드. 핀터레스트는 지난달 한국어 서비스를 개시했다. |
핀터레스트는 지금까지 5억6400만달러(약 6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마지막 투자를 받았을 때 기업가치가 38억달러(약 4조1000억원). 하지만 아직 돈은 하나도 못 벌고 있다. 그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 수억명의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찾은 대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이다. 비즈니스모델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것은 장기에 걸쳐 진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4년이나 됐지만, 본격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것은 아직도 서서히, 장기에 걸쳐 진행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는 또 “마이스페이스는 사용자들의 프로파일이 상업적으로 이용이 된다는 느낌을 줘버렸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사용자들이 그 서비스에서 하고 있는 것과 광고주들이 하고 싶은 것의 접점을 찾았고, 그 과정도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많은 분석가들은 핀터레스트 리핀의 광고효과는 페이스북의 좋아요나, 트위터의 리트윗보다 강력하다는 분석이다. 사람들은 핀터레스트를 통해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즉 돈을 쓰고 싶은 것들을 수집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은 결국 실제 사거나 행동하는 것으로 연결이 된다는 것. 지난해 말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기간 핀터레스트 핀보드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핀보드를 통해 올린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전하면서 “핀터레스트의 진짜 파워는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 ‘어떻게 물건을 살 것인지’에 대한 온라인쇼핑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데 있다”고 보도했다. 또 시장조사기관 Lab42가 1000개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핀 하나가 78센트의 매출효과가 있고, 두 번의 사이트 방문을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핀터레스트는 올해부터 조심스럽게 돈 버는 실험에 나서고 있다. ‘홍보 핀(promoted pins)’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 실험에 대한 그의 설명은 이렇다.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비즈니스용의 특정 핀을 더 많이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지금처럼 사고 싶거나 공유하고 싶다면 리핀을 하는 것이다. 테스트는 정말 적은 규모이지만, 결과는 고무적이다. 사람들이 핀터레스트에서 하고 있는 것, 즉 좋아하는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것과 광고주의 목적, 즉 사람들에게 발견되어지기를 원하는 것 사이에 접점이 존재하더라는 것이다.”
핀터레스트가 사람들이 욕망을 담는 그릇이고, 광고라는 것이 이런 욕망을 채워주는 것이기 때문에 광고에 대한 저항이 다른 어떤 소셜사이트보다 적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광고가 매출로 이어지는 효과는 더 클 것이다.
벤 실버만은 디스커버리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욕망을 서비스화했고, 그런 욕망을 아름답게 전시하기 위해 디테일에 집중했다. 이렇게 보면 핀터레스트는 대놓고 물건 파는 온라인쇼핑몰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서비스이다. 아직 돈은 안 벌고 있지만 성공가능성은 어떤 다른 서비스보다 더 높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