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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 아니 남북한 합해 7000만이 넘는 인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3만 달러가 아닌 4만 달러 수준에 빨리 도달해야 한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머니투데이는 지난 1월 1일부터 글로벌 혁신기업 100곳을 심층 취재한 '2014년 신년기획: 결정적 5년, 마지막 성장판을 열자' 기획 시리즈(기사 바로가기)를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 5년' 동안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치밀하고도 과감한 '혁신'이 중요하다는 진단 하에 인구 1000만 이상, 1인당 GDP(국내총생산) 4만 달러 이상 9개 선진국(미국,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일본, 프랑스, 벨기에, 캐나다, 호주) 중 그간 미국과 독일의 혁신기업들을 취재 및 연구한 결과를 연재해 왔다.
이어서 앞으로는 네덜란드와 스웨덴을 직접 찾아 들여다 본 '혁신을 통한 창조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할 예정이다. 이 두 나라는 영토, 내수시장, 자원 등이 크거나 많지 않지만 글로벌 시장 어디에서도 통할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이를 민첩하게 '상업화'하는 혁신적 산업 생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네덜란드는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한 2002년 월드컵 4강의 아름다운 추억 덕분에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하다. 네덜란드 축구 대표님의 별칭인 '오렌지 군단'과 그들이 추구하는 압박축구, 즉 '토털 사커'(토탈 푸트발·Totaal Voetbal)라는 축구 전략도 함께 떠오른다.
그러나 토털 사커는 비단 축구 전략으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네덜란드 하이테크 산업계가 보여주고 있는 '혁신'은 토털 사커가 추구하는 철학과 같다. 토털 사커가 구사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팀워크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전원 공격'과 '전원 수비'를 펼치면서 그라운드를 장악한다. 선수들끼리 정확하면서도 유연하게 패스(정밀하고 민첩한 협업)를 주고받는다. 또 빠른 움직임으로 상대방보다 먼저 공간을 먼저 확보(시장 선점)해 경기를 지배한다.
네덜란드 하이테크 산업 내 시스템 및 소재기업 협력집단인 HTSM(High-Tech System and Materials)도 그러하다. 회원사가 80개 이상인 HTSM은 홀란드하이테크(Holland High Tech·HTC)라는 하나의 공통된 글로벌 마케팅 브랜드를 가지고 회원사들 간에 서로 협력하고 있다. 미래시장의 선점이 가능한 혁신기술을 창조(비즈니스 지배)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동하고 패스를 주고받는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빠른 상업화(비즈니스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무의미한 패스는 주고받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HTSM의 기업들이 내놓는 기술은 단일 기술이 아니라 '통합 솔루션'이다. 이들이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도 최종 소비재가 아니라 최종 소비재를 생산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정'(process)에 필요한 장치 제품 및 이와 결부된 부가 서비스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리소그래피(회로를 원하는 대로 깎아내는 최첨단 거대 공작기기)가 HTSM 소속 ASML사의 제품이다. 삼성전자만이 아니다. 사실 전 세계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회로(IC칩)의 80%가 ASML이 만든 리소그래피를 거쳐서 생산된다. 토털 사커에서 길목을 지배하는 전략과 같다.
협업도 토털 사커에서 나타나는 모습과 유사하다. 축구팀에 주장이 있듯이 글로벌 거대 고객사를 상대하는 대표 아웃소싱기업이 있다. 이들이 글로벌 고객사가 미래를 위해 풀어야 할 문제를 들고 오면 80여 개에 달하는 회원사들이 이와 관련된 문제해결 R&D(연구개발)에 참여한다.
또 필요할 때마다 TNO그룹과 같은 국책 R&D 기관과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의 연구기관들이 함께 한다. 즉, 네덜란드의 민관협력모델(정부·기업·연구기관 간 협업 모델)인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이 작동한다. 산업계 전체가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국책 R&D 기관은 기업들이 개발은 해놨지만 아직 시장에서 활용되지 않고 있는 기술이 있으면 이것이 크게 쓰일만한 시장과 산업을 직접 찾아 나서며 '솔루션 창조'를 이끌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