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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하이테크 산업 내 기업 협력 집단인 HTSM(High-Tech System and Materials)을 이끌고 있는 리더이자 네덜란드 메카트로닉스(기계와 전자의 융합기술) 분야의 선구자인 마크 헨드릭세 NTS그룹 CEO(최고경영자·사진)는 네덜란드 기업들의 협업 문화에 대해 "해수면을 함께 막아 왔던 협업정신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높은 성과를 내는 협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헨드릭세 CEO가 이끄는 NTS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지닌 OEM기업이다. 전 세계 기계 설비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기계 설비에 필요한 광학 시스템, 모듈 및 부품들을 외주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 고객사들의 기계 설비 디자인부터 R&D까지 돕고 있다.
NTS그룹의 고객기업군은 반도체, 헬스케어 산업 등의 B2B(기업간거래) 설비 제조업체들이다. NTS그룹으로부터 공정혁신에 대한 도움을 받은 고객사들은 자신의 역량을 마케팅, 판매, 제품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밸류스틱 혁신을 돕는 것은 NTS그룹이 창출하고 있는 부가가치이기도 하다.
◇다음은 헨드릭세 CEO와의 일문일답.
-HTSM의 산업모델을 정의한다면.
▶개방형 혁신에 기반한 산업생태계(ecosystem)다. 80여 개 기업이 마치 한 회사처럼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기업이지만 수평적 매트릭스처럼 움직인다. 회원사들이 한 데 모여 고객 기업 또는 고객 기업이 속한 산업 전체의 혁신을 가속화시킬만한 새로운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개방형 혁신이 잘 이뤄지려면 협업의 프로토콜이 필요할 듯한데.
▶매트릭스형 조직이니만큼 당연히 업무에 있어 수평적 조직을 지향해야 한다. 물론 이는 기본적으로 신뢰가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네덜란드는 해수면을 함께 막아 왔던 협업정신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높은 성과를 내는 협업이 가능한 것 같다. 특히 협업정신과 더불어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정확성을 기해야 협업이 성공할 수 있다. 또한 기술과 기술 간 벽을 넘어서는 융합적 시도를 높이 사야 한다. 어쩌면 기업가 정신과도 같다. 여기에 개발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얻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공평하게 나누는 습관을 지녀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협업 모델의 성과는 어떠한가.
▶가장 큰 성과는 글로벌 산업계 곳곳에서 시장도 개척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애초 각자가 지닌 기술력에 각자가 개별적으로 일궈 왔던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회를 함께 고민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를 더 잘 포착할 수 있다. 실제로 HTSM 회원사들은 하이테크 분야에서 해마다 300억 유로(한화 43조 5000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고, 현재 40만 명 규모의 고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를 이어가기 위해 HTSM 내에서 매년 20억 유로(한화 2조 9000억원)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HTSM이 타깃으로 삼는 전방 산업은 무엇인가.
▶의료산업, 신재생에너지, 보안, ICT(정보통신기술) 물류 및 지능형 교통시스템, 기후환경 변화 대응 분야다. 의료산업은 필립스의 행보와 관련이 깊다. 나머지는 우리가 바라보는 미래 유망 산업이다. 인류 보편적으로 피할 수 없는 과제와 관련이 깊고, 네덜란드가 역사적으로 강점이 있는 산업분야(물류, 화학, 에너지, 농업, 생명공학)에도 해당된다.
-네덜란드 하이테크 산업 전체의 핵심역량은?
▶융합이 가능한 기본 기술을 여러 곳에서 확장해 응용하고 개발하는 실용적 확장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를 혁신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파급력이 높은 분야를 추구한다. 와이파이(Wi-Fi)나 블루투스 같은 통신기술표준이 네덜란드 하이테크 혁신의 산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NTS그룹의 분석기기 등도 레벤훅이 120년 전 만든 현미경이 여러 곳에 응용되면서 발전한 광학기술이 기반이다.
-HTSM의 기업들은 어떤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가.
▶가장 큰 차별적 가치는 고객 기업의 내부 혁신을 돕는다는 점이다. NTS그룹뿐 아니라 HTSM 회원사들은 고객사가 최소한 공정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핵심 공정의 일부분이나 전체를 바꿀 수 있는 설계에서부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계 장치 시스템, 분석 장치 시스템, 생산 모듈 등을 토털 패키지 솔루션으로 제공한다.
-먼저 다가서는 문제해결형 접근법인 셈인데, 이를 시도하게 된 동인은 무엇인가.
▶NTS그룹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하겠다. NTS그룹은 1995년 설립 당시 필립스의 아웃소싱 파트너였다. 당시 필립스는 자체 개발한 수많은 기술을 상업적으로 실현할 사업부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부에서 모든 사업을 운영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내부에서 '순혈주의'에 기반해 사업을 하다 보니 외부의 환경변화나 경쟁과 소비자 등을 읽어내고 시장에 언제 들어가야 할 지 고민하는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이 많은 사업부들 사이에서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그 결과 필립스는 과거 명성을 이끌었던 반도체, 가전사업부 등을 외부에 팔고 스스로 의료산업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NTS그룹은 필립스의 변화 과정에서 필립스만 바라보던 B2B 모델을 버려야 했다. 위기였지만 기회이기도 했다. 필립스에 제공하던 분석 시스템 모듈을 살려서 스스로 고객을 발굴하고, 혁신을 계속 일궈야 했다. 과거 필립스에 제공하던 기술만으로는 완전히 처음 맞닥뜨리는 시장에서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맞춰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의 고객 요구, 나아가 미래에 고객으로부터 요구될 것에서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고객의 요구에 맞춰 디자인하고, 여기에 기술을 융합하는 '디자인 싱킹'과 같은 개념인가.
▶그렇다. 고객들이 주로 각 산업 분야에서 쓰고 있는 거대 기계 설비를 만드는 장치 기업들이다 보니 조금만 잘못된 기술 방향으로 가거나, 너무 일찍 고(高)사양의 기계 설비를 내놓으면 안된다. 사실 산업의 가치사슬을 하나로 엮어 본다면 우리 고객들의 앞에는 삼성전자처럼 최종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읽어야 하는 최전방 고객이 있다. 문제는 최전방 고객이 소비자들의 변화를 조금 일찍 읽거나 늦게 읽으면 산업 가치사슬의 뒤편에서는 줄줄이 어려움을 겪는다.
최전방 고객이 발주를 하면 단순히 우리의 직접 고객이 거기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데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최전방 고객이 진두지휘하는 산업의 생산 흐름 전체 상황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기술력을 조절할 수 있도록 가장 필요하면서도 고도로 정확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우리가 지니지 못한 기술을 사오거나 얻어 와야 하는데, 기술력을 핵심 자산으로 지닌 중견기업은 솔직한 협업이 아니면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NTS그룹도 이같은 노력을 통해 성장해 왔고, 그 결과 우리는 전자공학에 신소재를 더하고, 렌즈 기술까지 융합한 분석 시스템, 측정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글로벌 산업계에 불어오는 변화의 방향을 설명해 달라.
▶어떤 산업이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의 복잡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에 민첩한 대응이 더욱 요구될 것이다. 제품의 수명주기도 짧아질 것이다. 따라서 고객사나 고객사가 속한 산업 전체에서 이를 이겨낼 만한 비용절감과 수요혁신이 강하게 요구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린'(lean) 생산방식이 전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부 다 하기보다는 마케팅, 프로토타입(prototype) 생산, 등 고객 발굴에 집중하고, 제조 프로세스 중 상당부분은 외부의 협력으로 해결해야 할 시대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