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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L 본사 건물 전경 |
궁정양식으로 만들어진 연갈색의 2층 건물 ‘린네가우 팰리스’는 2012년 중순 SGL그룹의 새로운 본부가 됐다. 와이너리 시설이 갖춰지고 곳곳에서 귀족적인 취향이 물씬 풍기는 본사 건물 앞 주차장에는 포르쉐 등 이름난 명차들이 즐비했다. 방문 전부터 이곳이 만만치 않은 회사임을 느끼게 하는 위압감이 있었다.
본사건물에 들어서면 또 다른 느낌에 놀란다. 순백색의 초현대적이고 단정한 인테리어가 방문객을 반긴다. 유럽 정통의 귀족문화와 첨단 산업의 진보가 동시에 느껴지는 곳이었다.
본사 건물 뒤에는 잘 정돈된 광활한 규모의 정원이 펼쳐져 있다. 이곳을 가로질러 3분 정도를 걸어가면 아담한 규모의 빌라가 있다. 이곳이 SGL그룹의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이 머무르는 ‘이큐제큐티브 빌라’다.
이곳에서 만난 티노 프리츠 씨는 SGl그룹 커뮤니케이션 총책임자다. 그가 건넨 명함 뒷면에는 한문으로 쓰인 중국 이름(費天諾 , 페이티엔누오)과 중국식 직함인 총감(總監)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중국어는 아직 구사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중문 이름은 읽을 수 있었다. 독일기업 본사에서 독일인 매니저로부터 중국어로 쓰인 명함을 받은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한 아시아 시장, 특히 최대 시장인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15년 전 간파했던 SGL그룹의 혜안과 함께 글로벌 경영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고전 양식으로 꾸며진 빌라의 로비에 진열된 것은 자동차 도어 및 차체 프레임. 한 눈에 보기에 육중해 보이는 자동차의 ‘문짝’의 무게는 한 손으로 들기에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가벼웠다. SGL그룹이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에 납품하는 탄소 부품이었다. 강도는 기존 강철에 뒤지지 않으면서 무게는 훨씬 가볍다. 이는 최근 자동차 메이커들의 연비 경쟁과 직결되는 이슈다.
SGL그룹은 지난 2009년 10월 BMW와 자동차용 탄소섬유 생산을 위한 조인트벤처(JV)인 오토모티브 카본 파이버스(Automotive Carbon Fibers, ACF)를 설립했다. 지분 51%를 SGL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ACF는 최근 시장에 출시된 BMW의 전기차 i3 탄소섬유 차체를 생산한다.
전통적으로 고온처리 기술을 강점으로 철강, 알루미늄 등 전통적인 산업재를 생산해 왔던 SGL그룹은 ‘탄소는 곧 미래’임을 강조하며 ‘탄소 회사’를 표방하고 있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 산업의 흐름에 발맞춰 가려는 유연함이다. 초점은 항공기, 자동차 차체 등의 소재가 되는 탄소섬유에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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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L이 생산하는 탄소 부품 |
어려움도 많았다. 회사 측은 “탄소섬유 시장에 늦게 들어간 탓에 높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998년 시작된 아시아 경제위기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지며 직격탄을 날렸다. 1997년 주당 140유로에 달했던 SGL그룹 주가는 2001년 20유로 아래로 추락했다. 이 때의 어려움은 SGL그룹을 거듭나게 했다.
위기의 SGL그룹은 2001년 ‘우리 자신을 재발명하자’는 구호 하에 과거를 잊고 현실에 충실하며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경영진 보수를 동결하고 자산을 대거 매각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 및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경영 시스템을 확립했다. 조직을 각 사업부의 니즈에 맞춰 개편했고 조직 운영에 ‘리더십’ 개념을 도입했다. 6시그마를 전사적으로 도입해 비용절감을 이끌었고 미래 시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해외 진출 전략도 동시에 밀어 붙였다.
SGL그룹의 여유로움 뒤에는 이같은 미래를 향한 도전과 생존을 위한 사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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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L 생산 제품이 전시된 캐비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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