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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키플랫폼] 마크 헨드릭세 NTS그룹 CEO-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담

임동욱 | 2014.04.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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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4 키플랫폼' 총회 직후 마크 헨드릭세 네덜란드 NTS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대담을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대기업들에게 원칙이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더욱 발전하도록 돕고 이들을 죽이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믿을 수 있고, 협력을 통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이룰 수 있다"

네덜란드 첨단산업의 '구루'인 마크 헨드릭세 NTS그룹 CEO는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4 키플랫폼' 총회 직후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대담을 통해 이 같은 '대기업 역할론'을 제시했다.

네덜란드 첨단기업들의 협력 네트워크인 HTSM(High-Tech System and Materials)의 좌장이자 네덜란드 메카트로닉스(기계·전자 융합기술) 분야의 선구자인 헨드릭세 CEO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업을 통한 '개방형 혁신'에 성공하려면 투명성을 확보해 상호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의 기업문화는 권위적이어서 부하가 상사에게 편안하게 이야기하지 못한다"며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이 아이디어가 아래에서 위로 흐를 수 있도록 자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헨드릭세 CEO와 장 선임연구위원 간의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장석인 선임연구위원(이하 장): 네덜란드 기업들의 높은 혁신성을 가능케 한 산업정책의 특징이 있는가?

헨드릭세 CEO(이하 헨드릭세): 네덜란드의 산업정책을 결정하는 요소는 기업, 대학 등 연구기관, 그리고 정부다. 산업이 점점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3곳이 서로 협력해서 산업을 연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수요에 의한 정책 입안이다. 수요가 어디 있는지 찾아서 정책을 만든다. 이때도 최적의 연구결과 도출을 위해 이들 3곳이 함께 움직인다. 현재 기술, 어플리케이션을 아우르는 15~16개의 로드맵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나노 기술, 의료공학 등이 포함된다.

장: 우리는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알고 여기서 기술을 끌어내려는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여전히 선진국을 따라잡는 단계다. R&D에 자금을 투입하고 기술이 개발되기를 기대하지만 혁신 단계에 있어서 기술은 더 이상 과거의 기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생각, 창조적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현 정부도 알고 있다. 우리는 R&D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는데 여전히 과제가 많다.

헨드릭세: 한국이 네덜란드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대기업들이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립스도 예전에 한국 대기업들과 구조가 비슷했으나 '스핀아웃'(분사)을 통해 체질을 바꿨다. 필립스는 스핀아웃으로 떨어져 나간 소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왔다. 이제 스타트업 기업들이 문화를 바꾸고 있다. 필립스는 과거에 매우 많은 소비자 가전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으나 1980년대 일본 전기기업들의 공격을 받고 변화를 모색해야 했다. 네덜란드는 본래 협력에 강하다. 우리는 협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왔다.

장: 우리 산업이 어떤 혁신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헨드릭세: 오픈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개방하지 않고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너무나 빨리 변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따라 잡을 수 없다. 주변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장: 우리는 옛 방식으로 지금까지는 잘해왔다. 이제 새로운 방식을 찾을 때다. 인터넷 시대에 중국의 위협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싼 가격 좋은 품질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 수요와 시장 우선하고 이에 맞는 혁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조직문화도 변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헨드릭세: 기업 내 인적자산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한국의 기업문화는 매우 권위적이어서 부하가 상사에게 편안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이 아이디어가 아래에서 위로 흐를 수 있도록 자극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문화적 개방성'이다.

장: 한국에는 '나를 따르라'하는 문화가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더욱 발전된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없다. 디자인 싱킹,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헨드릭세: 한국은 외부에서 장점을 받아들여 배우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매우 긍정적이다. 중국은 국가의 규모나 인구 등을 감안할 때 기업문화가 빠르게 변하기 어렵다. 이는 한국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장: 네덜란드 기업들 간에 개방형 혁신을 위한 협업이 잘 되는 비결은 무엇인가?

헨드릭세: 비결은 바로 투명함이다. 네덜란드 기업들은 파트너들과 오랜 관계를 유지한다. 우리는 자연적 제약에 맞서 서로 협력해 왔기 때문에 협력에 익숙하다. 만약 단 한 번이라도 파트너를 속이면 그 관계는 바로 깨진다. 이런 생태계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개방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를 속이면 모두가 그 사실을 다 알게 된다. 필립스는 현재 제품 공정의 80%를 아웃소싱한다. 만약 한쪽이 제대로 못하면 필립스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협업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의미다.

장: 기업 간 상호 신뢰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헨드릭세: 이 문제는 대기업의 손에 달렸다. 중소기업들이 더 '프로페셔널'해 질 수 있도록 대기업들이 돕는다면 바로 해결된다. 대기업들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더욱 발전하도록 돕고 이들을 죽이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작은 기업들에게 생존할 수 있는 여유를 줘야 한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대기업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할 때 비로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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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4 키플랫폼' 총회 직후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마크 헨드릭세 네덜란드 NTS그룹 최고경영자(CEO)와 대담을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