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5 키플랫폼'(K.E.Y. PLATFORM 2025) 총회2에서는 글로벌 바이오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 바이오산업의 미래 청사진을 그렸다. 'K-바이오의 새로운 서사 : AI 전면화를 통한 글로벌 선점'을 주제로 한국 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전략과 비전이 제시됐다.
이 자리에선 한국 바이오산업이 효율성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 정착을 통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가득했다. 주요 연사들은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단기 성과에 집중하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진출을 위한 '전략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혁신·차별화 필요…"처음부터 해외 진출 전략 세워야" 제니 주 코리아콘퍼런스 회장은 총회2 환영사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은 기존의 효율성 극대화 전략을 재검토하고 보다 근본적인 혁신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 회장은 "한국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퍼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초 발굴)' 신약보다는 기존 빅파마(Big Pharma·대형 제약회사)가 개발한 약물의 바이오마커(생체 지표) 효율을 개선하는 전략을 주로 활용해 왔다"며 "이 전략은 최근 3년간 중국에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AI(인공지능) 발전도 바이오산업에 큰 기회가 된다고 짚었다. 주 회장은 "과거엔 신약 개발의 후보 물질 발굴과 임상 등의 과정이 길게는 10년 이상 이어지기도 했지만, 이제 AI를 통해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전략도 제시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 유치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과의 협업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VC(벤처캐피털) 생태계 구조를 바꾸고 기술력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명확한 수익 모델을 강조해야 한다"며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고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래 바이오 지형 변화 예고…美서 성공하려면 '틈새시장' 전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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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흠 아델피 벤쳐스 대표가 25일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진행된 '2025 키플랫폼' 총회에서 '바이오 알고리즘 시대: 1조달러 기업의 탄생 조건'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
발표에 나선 전문가들은 AI가 바꿔놓을 미래 바이오산업의 지형 변화를 전망했다. 단순히 약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알고리즘과 진단 기술을 통합하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태흠 아델파이벤쳐스 대표는 "병의 진단부터 약물 개발, 보험, 환자 관리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병의 진행을 예측하고 치료까지 하는 일체형 시스템이 등장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1조 달러 가치의 바이오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소비자와 생산자가 단절된 현재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통합 모델을 누가 실현할지 미지수지만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IT 기업이 바이오 산업에 진출해 새로운 주역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바이오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틈새 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전략도 공유됐다. 문승현 피에르파브르 미국 사업개발 및 영업 부문 총괄은 "빅 마켓보다 신약 개발 가능성이 있는 '충족되지 않은 수요가 높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문 총괄은 "틈새시장의 장점은 업계에서 회사의 이름과 기술이 인식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시장을 잘 선택하면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미국 바이오 VC 총출동…"기술·인재·자본도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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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 연구부총장이 25일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진행된 '2025 키플랫폼' 총회에서 '바이오테크 빅뱅: 대한민국발 혁신이 재편하는 글로벌 바이오 지형도'에 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
그는 "일본은 과학적 역량이 있지만 참신함과 창의력이 미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한국은 빠른 실행 시스템이 있지만 중국의 패스트 팔로잉 전략에는 미치지 못한다"라며 "양국이 서로 부족함을 보완하고 강점을 살리는 협업을 통해 독창성을 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바이오 전문 VC(벤처캐피탈)에서도 키플랫폼을 찾아 최근 바이오시장의 경영 전략 트렌드를 소개했다. 정상민 아치벤처파트너스 벤처 파트너는 "최근에는 질병을 먼저 고민하고 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다 모아 회사를 세운다"고 말했다.
이어 "제일 좋은 기술과 제일 우수한 인력을 다 뽑겠다는 생각으로 투자하는 전략이 생각보다 괜찮다"며 "성공 확률이 더 높고 자금 회수 기간도 평균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다"고 부연했다.
유제관 오믹인사이트 대표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공간 생물학을 설명했다. 공간 생물학과 AI와의 시너지가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란 전망도 제시했다. 유 대표는 "공간 생물학은 이제 시작된 시장이고 앞으로 산업적으로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AI와 공간생물학은 환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발표에 이어서는 합성생물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대한민국 바이오산업 혁신을 진두지휘하는 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과 '바이오테크 빅뱅: 대한민국발 혁신이 재편하는 글로벌 바이오 지형도'를 주제로 대담을 가지며 한국 바이오산업의 비전을 밝혔다.
이 연구부총장은 "글로벌 의약 시장 규모는 1년 850조 원인데 농업 시장은 1경 원, 식료품 시장은 1경 3000조 원로 추정되는만큼 바이오테크의 확장성은 엄청나다"며 "우리 바이오테크 기업도 의약 시장에만 마무르지 않고 비전을 높게 잡는다면 크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