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이라는 것은 끊임없고 다양한 부분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화살을 쏴 과녁을 맞추듯 신경쓰고 긴장감을 가져야만 진정한 혁신이 일어납니다."(이혁수 롤랜드버거 스트래티지 컨설턴츠 코리아 부사장)
"비즈니스 모델은 불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모델이라도 페이퍼 상에선 탁상공론일 수 있고, 진화하지 않으면 퇴보합니다."(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미디어의 글로벌 콘퍼런스 '2014 키플랫폼' 경영전략 세션에서 국내·외 경영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강조하면서 변화를 주문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기업의 경영 역시 진화를 거듭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비즈니스 모델 끊임없이 연구…기업 환경 맞춰가야
이혁수 부사장의 사회로 4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경영전략 세션에서 연사들은 수년간 겪어온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경영 전략에 대한 주제별 강연과 토론을 벌였다. 이 부사장은 "혁신이란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이룰 수 있지만, 이게 지속되기 위해선 수요의 혁신과 비용 혁신 그리고 수요와 비용을 동시에 혁신하는 방법을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요혁신은 기존에 있던 제품에 기능과 포맷만 차별화해 혁신을 이룰 수 있고, 생산구조나 생산 방식을 바꾸는 혁신으로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며 "수요와 비용 혁신, 두마리 토끼를 잡기는 쉽지 않지만 애플의 고사양·위탁생산처럼 혁신 매칭을 이룰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효상 교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할 때 9개의 구성 요소를 갖고 있다면 충분하다"며 "하얀 도화지에 9개 요소를 그려놓고 어느 부문에 문제가 있는지 살피고 혁신 대상도 찍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가 말한 9개 구성요소, 이른바 '나인 블록'은 △고객에 대한 정의 △고객을 위한 가치 제안 △유통 채널 △고객과의 친밀감 △수입 창출 △자원 △활동 △파트너 △비용 구성 등으로 이뤄졌다.
박병훈 TNO 대표는 "지금은 하나의 제품을 제조할 때 대부분 높은 수준의 기술들이 요구되고 비용도 많이 들어 한 업체가 개발할 수가 없다"며 "이걸 진행하기 위해 각 전문성 있는 업체 여러곳이 기술 개발을 함께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폴 메리어트 SAP 수석부사장은 "지금 우리는 단지 제품만 제공하는게 아니라 제품 경험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대에 들어서 있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씽킹', 디자인적 사고가 필요하다. 디자인 씽킹을 통해 아이디어나 사고를 촉진시키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기업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한국 기업 '선도자' 돼야
이날 경영전략 세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선도자'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 교수는 "보통 한국인들이 취약한 부분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논리가 약하다"며 "위에서 시키는대로만 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이전에 만들어져 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데 더 이상 남을 따라가기 보다는 선도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메리어트 부사장도 "아시아에서 10년째 근무하면서 다양한 국가와 협업을 해왔지만 한국 기업들은 '시작' 하는 것을 어려워 한다"며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화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누군가 리드를 할 때 따라가는게 익숙한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인이 갖고 있는 창의성과 돋보이는 무언가가 있다는건 확실하고, 역사적으로 전세계에서 인정받았다"며 "다만 그런 걸 좀 더 자주 개방된 곳에서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 문화 "좀 더 너그러워져야"=
경영전략 섹션 2부에서는 마이클 뢰플라트 뷔르트 대표와 케니스 펑 훼스토 부사장, 프리드리히 스토킹어 한국 트럼프엠비에이취 대표, 박병훈 TNO 대표가 참석해 혁신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는 패널과 청중들간 질의 응답을 통해 외국 기업의 문화와 경영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펑 부사장은 "혁신의 출발점은 교육 서비스에서 시작한다"며 '교육은 나의 고용가능성 높이는 요소'라는 창업자의 말을 소개했다. 그는 "내가 성장하면 내가 몸담고 있는 곳도 성장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기업 문화가 정착되면 새로운 아이디어에 반응하는 방법 자체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뢰플라트 뷔르트 대표는 "우리 회사에는 '우리의 월급은 고객이 주신다'는 말이 있다며 "그 말을 들으면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가 누군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과 대화를 많이 하다보면 고객의 문제점을 바로 파악할 수 있는데 중요한 점은 대화 주제가 '팔아야 하는 상품' 이야기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뢰플라트 대표는 "우리 회사의 경우 이슈가 있을때 그에 대한 결정을 사장이 아닌 해당 전문가가 내리는데 만약 2년 후 그의 결정이 실패했더라도 절대 손가락질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올해 목표가 100% 성장이었는데 목표달성을 하지 못했다면 목표 설정이 잘못되진 않았는지 문제점을 찾지 결정한 사람을 타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우리 회사는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직원들에게 준다"며 "대신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그것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반드시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 나도 그런 부분이 많이 도움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프리드리히 스토킹어 한국트럼프엠비에이취 대표는 "한국 경제의 강점은 글로벌한 회사들이 전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도 "하지만 외국의 중견기업들이 첨단기술 등 특정 산업에서 세계적인 리더가 되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