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2014 키플랫폼] 케네스 펑 훼스토(FESTO) 아시아 전략 마케팅 부사장 인터뷰

하세린 | 2014.05.27 07:00

image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4 키플랫폼' 인터뷰 - 케네스 펑

"사장은 우리가 프로젝트에 실패했다고 해서 '틀렸다'고 말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대신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느냐고 물어본다. 직원들이 항상 혁신적이려 노력하고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실패해도 괜찮다는 문화가 훼스토(FESTO)엔 있다."

직원에 대한 투자와 개방적인 기업 문화. 매년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를 차지하는 구글이 울고 갈 정도다. 바로 독일의 자동화 전문기업 훼스토의 이야기다. 이 회사는 매년 매출의 8~9%를 R&D에 투자하고 1.5%를 직원교육에 투자한다.

훼스토에서 아시아태평양 지부의 전략경영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케네스 펑 부사장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pride)이 넘친다고 했다. 펑은 지난달 23~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미디어의 글로벌 콘퍼런스 '2014 키플랫폼' 연사로 나서 혁신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한국 기업들에게 솔직한 조언을 했다. 다음은 펑과의 일문일답.

◇"혁신적? 말은 쉽다…혁신을 위한 문화 있어야"
-훼스토는 직원들에게 '혁신을 위한 시간'을 준다고 했다.
▶직원들이 혁신을 발휘하기 위한 알맞은 환경을 제공해준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혁신을 위해 위험을 감수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직원들이 그에 대해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

직원들이 고민이 있을 때 누구하고 상의를 할지, 언제든지 질문을 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왜냐면 혁신적인 문화란 다름 아닌 개방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저 혁신적이기만 한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아이디어만 많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 말짱 '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훼스토는 직원들이 창의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고, 좀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혁신적인 문화를 가꾸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개인적으로는 직원들에게 혁신이라는 주문 아래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사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공유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를 모두 반영하려다 보면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질 수 있다

회사가 새로운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을 도입한다고 치자.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훼스토는 전세계에 퍼져 있는 훼스토 영업부에 의견을 물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수백개의 다른 의견들이다. 이러한 수백개의 다른 욕구를 어떻게 쉽게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다양한 의견과 간소화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 훼스토의 자랑이 바로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직원들이 자신이 의견을 말해도 반영이 안되는 것을 보면 다음번엔 의견을 낼 가능성이 작아진다. 따라서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

◇매년 새로운 동물로봇 선보여…"자연에서 배우고 영감을 이끌어낸다"


image
훼스토의 '바이오닉 학습 네트워크'가 지난 4월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선보인 '바이오닉캥거루'가 뛰어오르는 모습. /사진=훼스토 홈페이지

-일년에 한번 전세계 지성들로부터 아이디어를 모아 동물로봇을 만들어 발표한다.
▶바이오닉스(Bionics·생물을 대상으로 하는 공학) 분야 연구를 위해 훼스토는 1990년 초부터 '자연에서 배우고 영감을 끌어낸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유수의 대학, 연구소, 개발사들과 연계해 리서치 컨소시엄 '바이오닉 학습 네트워크'(Bionic Learning Network)를 만들었다.

훼스토 혁신의 중추 역할을 맡게 된 '바이오닉 학습 네트워크'는 하늘·땅·바다의 동물들을 연구해 이를 로봇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매년 하노버 산업박람회(Hanover Fair)에서 이를 선보이는데 올해는 캥거루로봇이 주인공이었다. 사람들에게 몇 마일을 뛰라고 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몇 마일을 깡충깡충 뛰면서 달리라고 하면 굉장히 어렵다. 캥거루는 어떻게 가능할까. 이러한 원리를 연구해서 기계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얻은 기술 노하우는 상업화로 연결된다.

-대표적인 게 조류 로봇 '스마트 버드'다.
='스마트 버드'(SmartBird)를 만든 건 새들이 어떻게 나는지를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왜냐면 새들이 비행기보다 훨씬 더 적은 에너지로 효율적으로 날기 때문이다. 동물기계들은 그 자체로 상품화하진 않지만 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은 당연히 상품개발에 응용된다. 매년 새롭고 혁신적인 동물로봇을 선보여야 한다는 건 훼스토에게도 큰 도전이다. 그러나 틀에 박힌 사고를 깨뜨리는 것(thinking out-of-the-box)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