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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플랫폼 뉴스레터] 실리콘밸리 모션인식 스타트업 '립모션' CEO 인터뷰

샌프란시스코(미국)=조철희 | 2014.06.0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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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립모션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중 하나인 립모션(Leap Motion)은 PC용 모션 콘트롤러(motion controller·동작인식장치)를 만들어 파는 회사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손동작으로 스크린에 데이터와 이미지를 불러오는 모습이 립모션의 콘트롤러를 통해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와 닌텐도의 ‘위’가 사용자의 큰 동작만 인식한다면 립모션콘트롤러는 열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한다. 컴퓨터 모니터 앞 150도 범위에서 손가락 움직임의 크기는 1/100 밀리미터 단위까지, 속도는 초당 290프레임까지 인식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립모션콘트롤러는 세상에 공개되자마자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PC 제조사들이 주목했다. 현재는 HP와 에이수스에 기술을 라이선싱해 이들의 일부 PC 제품에 립모션콘트롤러가 탑재돼 있다. 또 전세계 13개국 5000개 PC 주변기기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USB 단말기 형태의 립모션콘트롤러를 구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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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립모션
립모션은 PC 제조업체나 최종 소비자들에게 콘트롤러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한 제품을 B2B(기업간거래)와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두 가지 방식으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러나 립모션은 이보다 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다름 아닌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립모션콘트롤러의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은 현재 약 150개 정도다. 그런데 립모션이 직접 개발하는 애플리케이션은 별로 없다.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수익을 얻는 구조다. 립모션은 플랫폼이 되고 이 안에서 다양하고 가치 있는 애플리케이션들이 개발되고 소비된다. 그러면서 립모션콘트롤러의 이용 가치도 높아진다.

립모션의 애플리케이션은 게임과 교육을 넘어 헬스케어 등으로 분야가 확장되고 있다. 또 장차 모바일, TV, 스마트글래스, 스마트워치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까지 이 콘트롤러가 탑재된다면 립모션은 플랫폼 안의 작은 플랫폼으로서 영향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창업 5년차의 스타트업 립모션이 하나의 작은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자세한 과정을 이 회사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버크월드와 실리콘밸리 현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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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버크월드 립모션 CEO. /사진=조철희 기자

-어떤 계기로 창업했는가.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데이비드 홀츠 현 CTO(최고기술경영자)와 공동 창업했다. 데이비드와 나는 평소 컴퓨터와 사람의 ‘상호작용’(interact)의 한계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 컴퓨터와 마우스로는 상호작용이 제한적이고, 사람과 컴퓨터 사이에 장벽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3D 공간에서 열손가락을 통해 컴퓨터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만들고자 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사람들은 기술과 매우 단절돼 있다. 뛰어난 기능의 컴퓨터 수십억대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기능의 겨우 1%만을 쓰고 있다. 이는 그 이상의 기능을 쓰는 것이 흥미롭지 않고,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용되지 않는 컴퓨터 기능의 나머지 99%가 잘 쓰이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사람들이 컴퓨터를 가지고 잘 놀고(play), 창작하고(create), 탐험하도록(explore) 만들고 싶다.

-왜 손가락인가.

▶인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손가락을 통해 세상과 상호작용했다. 물건을 집어 올리는 것은 따지고 보면 매우 복잡한 행동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행동을 거의 완벽하게 해낸다. 그만큼 우리 손가락은 오랫동안 다른 것과의 상호작용에 가장 적합한 신체 기관이다. 이것을 컴퓨터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인간이 컴퓨터와 최상의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 키넥트와 같은 기존 유사 소프트웨어와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키넥트도 물론 훌륭하지만 게임에나 적합하다. 복잡하고 세밀한 동작은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최대 100배까지 더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다. 또 키보드, 랩톱, 모바일 기기 등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인 것이 장점이다.

-립 모션은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가.

▶일단 두 가지 방식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하나는 소매 매장을 통해 콘트롤러를 파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첫 제품 출시 이후 현재 전세계 13개국 약 5000개 매장에서 립모션콘트롤러가 판매되고 있다. 두 번째는 콘트롤러 기술을 HP와 같은 PC 제조사에 라이선싱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 둘 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 두 비즈니스의 고객들은 하나의 플랫폼에 들어올 수 있다. HP 랩톱을 사용하든, 다른 PC를 사용하든 립모션의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플랫폼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애플리케이션은 주로 어떤 것들이 있는가.

▶광범위하다. 작곡 및 연주를 할 수 있는 음악 애플리케이션부터 곤충 해부를 가상으로 실습할 수 있는 교육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헬스케어 등 첨단분야로까지도 확장되고 있다. 창업 초기 약 60개 수준에서 현재 150개 정도로 증가했다.

-애플리케이션은 어떻게 개발되고, 개발자들은 어떤 이익을 얻는가.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자신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우리에게 제출한다. 매주 4~5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받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담당 팀에서 악성코드나 바이러스를 검사하고, 정해진 기준에 충족하는 지 검토한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앱스토어에 올라간다. 애플리케이션 사용료의 30%는 우리가 가져가고 나머지는 개발자들이 갖는다. 개발자들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은 우리 플랫폼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현재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들의 수만 약 10만명에 달한다. 애플리케이션은 개발자들이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운이 좋게 훌륭한 개발자들의 생태계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드는 애플리케이션의 질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

우리는 사실상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개발자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 우리가 앱스토어 플랫폼을 만든 것은 개발자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애플리케이션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 플랫폼에서 차별화된 애플리케이션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창업 5년차이지만 우리 비즈니스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개발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LEAP Axlr8r’라는 이름의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 엔지니어들이 개발자들에게 멘토링을 해준다. 3개월 동안 2만5000달러와 숙소를 지원한다. 또 본사에서 장비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통해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이끌고, 나아가 벤처캐피탈(VC)로부터 이들 개발자들이 직접 투자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즈니스 과정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우리의 비즈니스는 매우 광범위하지만 우리는 작은 기업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콘트롤러를 개발하면서 많은 오류를 겪었고, 처음에는 수익도 매우 낮았다. 주변으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힘들었다. 투자를 받기도 너무 힘들었다. 3년 전 투자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했을 때만 해도 콘트롤러의 크기가 가방 2개만 했다. 세팅을 하는 데만 15분이 걸렸다. 그러나 여러 어려움들을 잘 극복해 낸 덕분에 지금은 많은 발전을 이뤘다.

-립모션은 어떤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가.

▶현재 직원수는 약 120명이다. 수학과 물리학에 기반한 엔지니어들이 많다. 우리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연구개발(R&D) 부문과 생산 라인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다. 연구원들과 엔지니어들이 함께 일한다. 우리 직원들은 매우 열정적이다. 인재 채용 과정에서 우리는 열정을 본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열정적이 없은 채용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미친짓’(crazy things)을 하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문화다.

-앞으로 어떤 사업 계획을 갖고 있는가.

▶립모션콘트롤러가 컴퓨터를 비롯해 TV, 모바일, 자동차 등 어떤 기기에서도 쓰일 수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새로운 것에서도 쓰이길 원한다.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손의 자유가 만끽될 것이다. 점과 선을 보지 않고, 자신의 손을 보면서 다른 세계와 상호작용할 것이다. 사용자들이 최고의 ‘경험’(experience)을 할 수 있도록 무엇이든지 하고 싶다. 물리적인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구분이 안 될 때까지 기술을 향상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