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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사는 성과를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키플랫폼 뉴스레터] 정현석 헤이그룹코리아 대표 인터뷰 “조직문화는 성과 정의 공유하는 풍토”

조철희 | 2014.09.2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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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제도는 비단 자본주의 시대의 기업들뿐만 아니라 이미 수렵시대에도 있었다. 한 부족을 떠올려보자. 우선 아마도 부족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미션과 어디에 터전을 잡고 어떤 먹잇감을 얼마나 사냥할 것이라는 비전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냥법을 전수하기 위해 부족원들을 훈련시키는 관리가 있었을 것이고, 특히 사냥을 잘 하는 부족원에겐 상을, 못하는 부족원에겐 벌을 주는 성과의 측정과 관리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수렵시대에는 사냥의 성공이라는 성과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있었다. 단지 사냥만 잘 하면 되기 때문에 성공의 방정식도 간단했다. 부족원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의 기업들에게는 성과에 대한 정의나 성공의 방정식이 그리 간단치 않다. 오랜 기간 변화가 없던 수렵시대의 자연 생태계와 달리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변하는 지금의 시장 환경에서는 무엇이 과연 성과인지 계속 달라지기 때문이다. 리더도, 조직원들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시대의 기업들은 당장 조직이 추구하는 성과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조직원들 모두 그것을 공유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인사·조직 컨설팅 전문가인 정현석 헤이그룹코리아 대표는 “조직원들 사이에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성과를 낼 수 있는지’가 정의되고, 공유돼야 한다”며 “조직문화는 성과에 대한 정의를 공유하는 풍토”라고 강조했다.

이 시대의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고,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장 환경에서 생존과 번영을 위해 혁신할 수밖에 없다. 그 혁신을 이끄는 것은 리더이겠지만 그것을 정작 실행하는 것은 다름 아닌 조직이다. 정 대표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인사이트를 통해 혁신의 포커스를 잡아야 한다”며 “조직은 거기에 맞춰 성과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공유하고, 성과 창출 및 관리 프로세스의 운영, 공정한 평가와 보상 등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기업이 혁신을 지속하려면 그 조직문화는 어떠해야 하는가.

▶조직문화는 성과에 대한 정의를 공유하는 풍토다. 우선 비즈니스 모델을 정의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과제를 선정하고, 선정된 과제를 수행하여 성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성과의 정의가 무엇인지 공유돼야 한다. 리더는 성과 관리 프로세스를 관리해야 한다.

우선 비즈니스 모델이 정의돼야 성과도 정의할 수 있다.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 관리 프로세스를 만들고, 조직원들 사이에서 “내가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는지”가 정의가 돼야 한다. 이같은 풍토와 제도 등이 조직원들의 동기부여(motivation)를 이끌 수 있다.

즉 조직은 성공의 방정식을 정의해 공유하고, 이것이 리더십과 조직의 핵심역량과 인사에 내재화돼야 한다. 아울러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목표가 잘 정렬된(alignment) ‘투명성’(clarity),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을 할 수 있는 ‘담대함’(boldness), 빨리 변할 수 있는 ‘민첩성’(agility) 등이 지속적 혁신을 위한 조직문화에 필요한 요소들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우선적으로 정의돼야 하는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 환경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기업은 시장 환경에 대해 전략을 가져야 한다. 고객의 니즈나 경쟁 상황 등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통해 혁신의 포커스를 찾아야 한다. 즉 기업이 어떤 혁신을 할 것인지는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화되는 비즈니스 모델에 달려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경쟁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의 시장 인사이트를 통해 어떠한 차별적인 경쟁력을 가져가야 할지 판단해 혁신의 포커스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 포커스가 전략 수준이 아닌 과제 수준으로 정리돼 조직에 ‘KPI’(Key Performance Indicator·핵심성과지표)로 부여되고, 개인의 업무 수준까지 내려가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문화의 상관관계는?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때 첫번째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 제너레이팅(idea generating)이다. 그리고 이 생성된 아이디어가 조직에서 얼마나 잘 받아들여지고, 솔루션으로 이어지는 지가 중요하다. 셋째로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넷째로 리더십, 끝으로 고객에 포커스된 ‘온 디맨드’(on-demand)가 중요하다.

이같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조직문화가 변화의 토대가 돼야 한다. 예컨대 유연성이 없는 조직문화라면 아이디어 제너레이팅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또 콜라보레이션이 부족한 조직문화라면 솔루션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정현석 대표가 말하는 IBM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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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거스너 전 IBM 회장
1993년, 루 거스너(Lou Gerstner)가 당시 적자의 늪에 빠져 있던 IBM의 CEO로 부임했다. 1960년대 IBM이 출시한 기업용 서버(대형컴퓨터) 메인프레임은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경쟁자들도 무수히 등장했고, 더 이상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갖지 못하게 됐다.

특히 메인프레임은, IBM은 공급자 중심이었다. 그러다보니 고객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도 기술을 혁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장은 바뀌었다. 루 거스너는 마켓 인사이트를 살펴보고, 혁신의 초점을 찾았다.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기 시작했다.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을 찾아 만들어 주기로 한 것.

그는 이니셔티브 과제를 선정하고, 전략 수행력을 높이기 위해 컨설팅 회사도 인수했다. 컨설팅을 통해 솔루션을 찾고, 이니셔티브 과제를 추진하는 공식 조직을 만들며 조직의 풍토를 바꿔나갔다. 기존의 관리자들로는 풍토가 바뀌기 어렵다고 판단, 이들을 리더로 기용하지 않았다. 기존 사업에 신사업이 들어가면 기존 사업을 추진했던 이들이 신사업을 돕지 않기 때문.

그는 어떻게 하면 소통과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철저하게 조직을 분리했다. 새 조직에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장기성과지표도 만들었으며, 기존 조직의 경우에는 펀드를 조성해 신사업에 투자하도록 했다.

또 시니어리더십 팀을 만들어 조직의 문제를 토의했고, 이들이 조직 전체를 크로스 오버하면서 소통을 통해 변화를 일으키게 했다. 고객이 최고라는 기존 핵심가치도 그 정의를 더욱 정밀히 했다. 고객이 원하고 바뀌면 거기에 맞춰 조직도 바뀌어야 한다고 정의했으며 이 핵심가치를 리더십을 진단하는데도 기준으로 사용했다. 이 핵심가치를 정할 때도 인터넷상에서 72시간 동안 ‘이노베이션 잼’(Innovation Jam)이라는 컨퍼런스를 통해 정하는 등 획기적인 소통방식을 취했다.

결국 루 거스너는 바뀐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던 IBM을 단순 제조회사에서 토털 시스템 솔루션 서비스 회사로 혁신시키는데 성공했다.



-한국 기업들의 조직문화의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우리 조직문화는 그동안 제도 등 겉으로 보이는 쪽에 천착하면서 겉으로는 바뀐 것 같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기업들은 핵심가치를 만들어 톱 리더가 드라이브를 걸고, 제도를 만들고 하는 것 등은 잘 한다. 그러나 조직은 대부분은 각각의 중간관리자들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핵심가치가 충분히 공유되고, 과제가 창의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좌절될 때도 많다. 이런 부분들이 개선돼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어떠한 변화를 모색해 볼 수 있는가.

▶일례로 인적자원의 배분을 세부 사업의 현장으로 넘기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동안 인력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HR 부서에서 고민하고 결정했는데, 이제는 현장으로 넘어갈 때가 됐다. 세부 사업의 담당자가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조직 풍토는 어떻게 만들고, 리더십은 어떠한 형태가 돼야 하고, 제도와 보상은 어떻게 할 것인지 연구하고 결정해야 한다. 인사와 재무 관리도 스스로 해야 한다.

회사와 리더가 세부 사업 담당자들에게 이러한 권한을 줘야 한다. 이때 사업 성공을 거두게 되면 장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개인과 회사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기존 인사, 재무 부서는 자문(advisory)과 컨설팅, 리스크 매니지먼트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