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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분권 기반한 유연한 국가체계로 변해야"

[2017 키플랫폼: 리마스터링 코리아] [인터뷰]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안민정책포럼 회장)

조철희 정진우 | 2017.04.19 05:10

편집자주 |  '팬더모니엄'(대혼란, Pandemonium). 대한민국의 2017년 오늘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입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대한민국은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지금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이런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비법을 오는 4월27~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6개월 동안 키플랫폼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전략을 고민했던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앞으로 한 달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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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이후 정부 주도의 '상명하복'이 우리나라를 이끌어왔습니다. 이제는 명령과 실행의 문화로부터 자율과 분권의 문화로 이행해야 합니다."

앞으로 5년의 미래를 결정지을 조기대선과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화두에 주목해야 할까?

지난해부터 민간 싱크탱크 안민정책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진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자율과 분권을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꼽았다.

박 교수는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유연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고를 수 있는 국가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자율과 분권에서 시작해 국가가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지난 17일 박 교수를 만나 차기 대통령과 정부가 실행해야 할 중요 과제들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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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가 가장 주목해야 할 화두는 무엇인가.
▶자율과 분권이다. 1960년대 이후로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의 상명하복 문화가 이끌어왔다. 명령과 실행의 문화다. 그러나 이제는 자율과 분권의 문화로 이행돼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저성장 기조 경제 측면에서 자율과 분권이 필수적이다. 미래를 모르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유연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고를 수 있는 국가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어떤 미래라도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자율과 분권에서 시작한다.

-그러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떤 이슈와 관련해 각 기관들과 국민들이 의견을 제시하면 국가적 결정으로 묶어내는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이때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롯해 사회적인 신뢰와 참여, 네트워크 등 사회적 자본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네트워크는 향우회, 동창회 등을 중심으로 폐쇄적이다. 사회적 자본 형성을 저해한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자연스러운 문화와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그래야 자율과 분권이 혼란에 빠지지 않고 사회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자율과 분권을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은?
▶힘을 가진 이들이 그 힘을 나눠줘야 가능하다. 즉, 대통령과 행정부, 국회가 자기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제는 자기 권한을 내려놓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컨센서스(합의)를 이끌어내는 소통의 리더십과 결단의 리더십도 필요하다.

-차기 대통령이 취임 100일 안에 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임기 중에 행정부를 수단으로 집권층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부부터 바꿔야 한다. 자신의 무기인 행정부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행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임기 초반에 빨리 결정해야 한다. 피자를 15조각으로 자를까, 17조각으로 자를까 하는 정부조직 개편은 하수다. 피자의 크기와 맛을 결정하는 것이 먼저다. 정부가 할 일을 새로 정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새 행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 행정부는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 규제와 지원, 공기업을 통한 시장참여 등 과잉이 심하다. 이를 대폭 줄이고 △질서유지 △사회통합 △형평성 제고 △정부 내 의사결정 조정 등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향후 3년 내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위기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그보다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서서히 가라앉아 밑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형태가 우려된다. 기업 부실과 가계 부실이 충격을 줄 수도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계 부실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 가계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진 않겠지만 소비 감축으로 이어져 경기 침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저성장 기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기업 구조조정도 제대로 못하면 심각해질 수 있다. 금융권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

-경제 개선 해법은?
▶경제성장의 견인차인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자율과 분권, 혁신과 창의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도 해야 하지만 현실을 인정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소득 형평성, 계층 이동성이 높으면 저성장에도 국민들이 큰 불만을 갖지 않을 것이다. 경제구조의 변화도 필요하다. 대기업이라는 기관차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갈 수 있는 작은 경전철이 많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