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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초지능화…중졸의 '前 야후' 엔지니어가 세운 알고리즘은??

[2017 키플랫폼 팬더모니엄 2020: 리마스터링 코리안 헤리티지] <연사 인터뷰> 사힐 제인 애드스테이지 CEO

구유나 | 2017.05.0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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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힐 제인 AdStage 대표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서울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7 키플랫폼-플러그인 & 토크-디지털 경제의 심화 : 가치 소비시대의 초지능 마케팅'에서 '초지능(하이퍼 인텔리전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광고·마케팅이 똑똑해지고 있다. TV, 지면, 인터넷, 모바일을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숨은 고객을 찾는다. 적중률도 높아졌다. 최근 '운동화' 검색이 잦았던 이용자에게는 운동화 광고를, 화장품 관련 게시물에 '좋아요'를 많이 누른 다른 이용자에게는 화장품 광고를 보여준다. 마케팅 컴뮤니케이션에도 빅데이터의 적용이 현실화된 덕분이다.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광고'를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광고전문가가 아닌 엔지니어가 광고·마케팅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배경이다. 두 번의 자퇴, 중졸 학력으로 유수 IT기업의 엔지니어로 활약하다가 광고·마케팅 관련 SW(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린 사힐 제인(27) 애드스테이지(AdStage) CEO가 이같은 현상의 대표 사례로 통한다.

제인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로 모여든 '이단아' 중 한 명이다. 어릴 적부터 게임을 좋아했던 그는 17살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야후 모바일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자동화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UC버클리에 입학했지만 AOL에 입사하기 위해 19살에 그만뒀다. 나중에는 안정적인 직장도 마다하고 20세에 트리거(Trigger.io)를 공동 설립했다. 2012년에는 애드스테이지를 창업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7 키플랫폼'(K.E.Y. PLATFORM 2017)에서 제인 대표와 만나 디지털 시대에 급변하고 있는 광고·마케팅 산업 지형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제인 대표와의 일문일답.

-애드스테이지(AdStage)를 소개해달라.

▶광고회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는 SW(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이다. 직원들도 대부분 엔지니어다. SAS(통계분석언어)를 기반으로 한 '유료 마케팅 클라우드'를 제공한다. 디지털 광고 총책임자가 검색엔진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광고를 내보내고 있지만 조회수를 비롯한 광고 효과를 확인하려면 개별 사이트에 일일이 접속해야 한다. 우리 플랫폼에서는 한눈에 모든 현황을 볼 수 있고 통계에 기반한 분석까지 제공한다. 자동화 기능을 사용하면 파급력이 좋지 않은 광고를 자동으로 바꾸거나 송출 중단 할 수도 있다. 애드스테이지는 지난해 3억2000만달러(약 3600억원) 규모의 광고를 관리했다. 이 숫자가 매출이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웃음)

-'애드테크'(AD tech)를 내세운 기업들이 많은데. 애드스테이지만의 차별점은.
사실 애드테크 기업이 하는 일은 다 비슷하다. 하지만 낮은 층위에서 차별점을 만들 수 있다. 애드스테이지는 판매 시장을 특정하기로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중간쯤인 미드 마켓(mid market·중간시장)을 공략층으로 설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애드테크 기업들이 있지만 '애드'만 있고 '테크'는 없는 경우가 많다. 또는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한다. 하지만 광고를 구상하고 진행하는 것은 광고대행사들이 하는 일이다. 우리는 기술 외적인 일은 전혀 하지 않는다. 우리는 오로지 SW 개발에 집중한다. 세일즈포스의 '앱 익스체인지'(App Exchange)처럼 다른 애드테크 기업들이 애드스테이지 안에 각자의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할 수 있는 일종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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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힐 제인 AdStage 대표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서울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7 키플랫폼-플러그인 & 토크-디지털 경제의 심화 : 가치 소비시대의 초지능 마케팅'에서 '초지능(하이퍼 인텔리전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4차 산업혁명이 광고·마케팅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아주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AI(인공지능)과 머신러닝(기계학습)에 주목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기술은 데이터를 더 많이 더 빠르게 처리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자동화까지 적용되면 금상첨화다. 광고·마케팅에서 중요한 건 규모와 빠른 의사 결정이다. 최근까지 빅데이터로 많은 양의 정보 수집은 가능했지만 이걸 잘 활용하지는 못했다. 어떤 광고회사는 하루에 수백 수천 편의 광고를 관리하는데 이 많은 광고에서 추출되는 정보들을 모두 살펴볼 시간은 없지 않나.

-광고·마케팅 업계 종사자들도 대비해야 할 것 같다.
▶기술 혁명의 결과가 늘 그랬듯이, 광고·마케팅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일은 좀 더 정교하고 복잡해질 것이다. 예전보다 더 많은 (기술적) 도구를 활용해 다양한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부서 간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한다. 데이터팀으로부터 광고 데이터를 확보하고, 영업 부서에서 광고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결과를 확인하고, 콘텐츠 팀과 좀 더 효과적인 광고를 고안하는 식이다. 나머지는 본인의 전략과 창의성에 달렸다.

-SNS를 하던 중 갑자기 내 마음을 읽은 듯한 광고가 나온다? 이런 '광고 타겟팅'을 싫어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생활이 사라지고 있다. 불쾌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광고를 더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광고를 싫어한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잘 만든 광고는 좋아한다. 매년 슈퍼볼 기간에 방영되는 광고 순위를 매기는 이유가 뭐겠나. 실제로 나쁜 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광고 타겟팅이 정확해지면 불필요한 돈을 광고에 쏟아 붓고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기업과 소비자가 윈-윈 할 수 있는 셈이다.